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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맘대로 Aug 23. 2024

구강 건강과 고립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277953621002276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동양 사회는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보통 사람의 이목구비 중 감정을 속이기 어려운 부위가 눈인데, 그 이유는 감정이 눈에 나타나는 것을 스스로 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동양 사람들은 서로 대화를 나눌 때 눈에 집중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상대방에게서 실제 감정이 어떤지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칼과 방패의 싸움이려나. 


서양에선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남들과 대화할 때 표현력이 우수한 입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이는 서로의 감정을 좀 더 극대화시켜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눈보다는 입에서 흘러나오는 음성, 말의 뉘앙스, 입의 움직임을 통해 더 과장되고 확실하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그런지 2021년 Social Science & Medicine 저널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일본과 영국 노인들 중 구강 건강이 안좋은 경우 고립된 생활을 하는 비율은 영국에서 더 높다고 한다. 자유롭게 신나게 말을 해야 사람들과의 소통이 원활한데, 표현의 한계를 느껴 본인이나 상대방이나 소통이 재미 없고 위축되기 때문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일상 대화에서 과장된 표현을 쓰거나 감정을 극대화시켜 말하는 것에 대한 억압적 분위기가 있었다. 사람들이 몇 이상 모이는 자리는 특별히 모두가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고, 특히 어르신들이 계신 자리는 점잖게 말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많이 변하고 있는듯 하다. 점점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과장되게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들의 말을 재밌다고 느끼고, 스스로도 그렇게 말하기 위해 꽤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적극적인 감정 표현 소통의 즐거움을 뒤늦게 안 것도 있고, 사회 전반적으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 문화가 흐려지고 있는 것도 한 몫 하는 듯 하다. 그래선가, 최근 치과에 오는 노인 환자분들 중에는 치아의 기능적인 면도 그렇지만 심미적인 부분도 신경 많이 쓰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전 치료한 어떤 할머니는 (그 분은 아직 중년이라고 생각하시려나) 앞니 보철물 모양과 앞니 사이 공간이 신경 쓰여 순수하게 심미적인 이유로 치아 보철물을 바꾸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인분들은 뭐 이가 잘 씹히기만 하면 됐지, 하는 느낌으로 치료 받으려는 분들이 많으셨는데, 최근들어 심미적인 부분을 신경쓰는 노인 분들이 부쩍 많아진 느낌이다. 보통 순수하게 보이는 목적으로 치료를 원하시는 분들은 노인분들 중 거의 없었는데, 그런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에서 점점 소통의 중요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나이 들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고 해도, 서로 대화가 재밌지 않으면 더 만나기가 싫어진다. 물론 대화에 있어 속에 있는 생각과 주제도 중요하겠지만, 대화의 절반은 감정 표현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외로운 노인으로 살기 싫으면 평소에 감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는 대화를 연습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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