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L Spring 2018 6th Day
Drunken Tiger? No! Hungry Tiger, 청년 창업가의 실리콘 밸리 방문기. 6-
* 본 내용은 igniteXL의 XL Spring 2018 Program에 참여한 창업기업, 추현호 대표의 소감을 엮은 것입니다.*
Peninsula Humane society
소피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나는 오늘 아주 운 좋게 현지 입양 보호소의 매니저와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한적한 마을의 귀퉁이에 위치한 동물보호소에는 이따금 자원봉사자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시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초록색 휴메인 소사이어티 옷을 입은 봉사자들은 저마다 다른 강아지들과 여유롭게 아침 햇볕 속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미팅30분즘 전에 소피가 도착했다. 여전히 힘차고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의 소피에서 나도 덩달아 힘을 얻는다.
약속시간이 되자 우리는 메인 출입구를 통해 휴메인 소사이어티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미팅 예정이 되어있던 매니저 버피가 반갑게 우리를 맞이한다. 버피는 커뮤니티 매니저로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자금 펀딩 부분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는데 실질적인 조언과 도움을 많이 얻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그녀가 자신의 일을 모두 제쳐두고 1층부터 3층까지 모든 층을 돌며 일일이 모든 공간과 시설 그리고 궁금한 것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 점이다.
나는 강아지에 대해서 특히 가장 큰 관심이 있었지만 그녀를 따라 야생동물 (Wild animal), 고양이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버려지고 입양되고 치료받는 과정, 입양소가 운영되는 방식, 먹이를 주는 방법, 아픈 동물들을 치료하기 위한 통합운영체계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옆을 보니 나보다 소피는 더 열심히 경청하고 있었고, 마치 모든 환경에서 최선의 배움을 추구하는 오랜 습관처럼 호기심 반짝이는 눈으로 경청하고 있었다. 버피의 설명을 듣는 동안 나는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비영리 법인에서의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는 특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기회였다.
특히 1층에는 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의 모든 수익은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운영금으로 돌아가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모든 기부자들의 이름과 유의미한 뜻을 잘 담아 벽돌과 매거진에 이름을 남기고 있었는데 버피는 그러한 이유가 사람들이 그것(자신의 유산, 흔적을 남기는 것)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기부문화가 더욱 활성화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카이스트에서도 최우수 학업을 달성하면 벽에 자신의 이름을 걸어주는데 과분하게도 나도 운이 좋아 그러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어서 벽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잘 알고 있다. 단순히 좋은 일이 다가 아니라 그 좋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리워드를 주는 방식도 비영리법인은 고민해야 한다. 내가 이곳에 온 주요한 이유는 버려지는 동물들의 이유를 알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소피는 나의 질문을 문맥에 맞게 큐레이션 하여 정확하게 소통될 수 있도록 옆에서 최선의 노력을 함께 해주었다. 버피는 오랜 시간 동안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하나의 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고 역시나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아픈 동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동물도 많았다. 그 어떤 이유로든 그 어떤 상황에서든 길거리에 버려져 무의미하게 죽어가는 동물들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버피의 눈에서는 그냥 동물을 버리지 말고 이곳에 동물을 차라리 맡겨주는 것이 더 낫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녀의 말속에는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비난과 힐책도 담겨 있지 않았다. 나이트 박스는 동물을 버린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동물을 유기할 이유 자체를 줄여주었다. 밤에 동물을 락커에 넣어두면 한 시간마다 체크를 하는 관리인이 안에서 락커를 열고 동물을 안으로 들인다. 강아지이든 고양이든 거북이든 그 어떤 동물도 이곳에서 보호받을 수 있고 동물들이 온 곳에 따라서 사람에게 다시 돌아가든 야생으로 돌아가든 정해진다. 분명한 것은 이곳에서 최대한 치유받고 다시 새로운 가정과 자신의 생활터를 찾아가는 것이다. 동물들에게 이곳은 삶의 연장을 위한 곳뿐만이 아닌 버려졌던 아픔을 회복하고 사랑과 우정을 되찾는 과정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동물들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이름이 주어지고 특징이 자세히 설명된다. 성격에 따라 다른 색깔이 라벨링 되고 그 색깔에 맞는 핸들링 사람들이 있다. 얼마나 섬세하고 시스템화 되어있는가?
몇 해 전 길거리에 버려졌던 동물을 맡기기 위해 한국의 임시보호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더러웠고 냄새가 심했다. 어느 누구도 그곳에서라면 동물을 입양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내가 간 곳은 그렇지 않았다. 동물들은 사랑스러웠고 환경은 정말이지 깨끗했다. 이제는 브리더에게 돈을 주고 동물을 사는 시대가 아니라 이처럼 유기된 동물들을 입양하는 시대. Not buy but adopt의 시대가 왔다고 버피는 이야기했다. 그리고 버피의 설명을 듣는 동안 나는 반려동물을 반려하는 사람들의 숨은 마음속 니즈와 원츠에 서서히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자세히 어떤 음식을 먹이는지 물어보았다. 만들어주는지 아니면 드라이키블과 같은 사료를 먹이는지. 버피의 대답은 명확했다. 이 많은 동물들을 어떻게 다 만들어 먹이겠는가? 강아지와 고양이들은 대형 사료업체와 어마어마하게 할인된 가격의 제휴를 맺어 들여오는 사료를 먹인다고 했다. 그리고 그 사료는 정해진 것을 계속 쓴다고 했는데 그 사료를 정하는 데는 영양학적으로도 많은 것이 고려 포인트라고 했다. 중상급 브랜드를 사용한다고 말했는데 아쉽지만 그 브랜드를 알려주진 않았다. 그 대형 사료업체는 이러한 휴메인 소사이어티에 왜 사료를 제공하는 것일까? 그것은 마케팅 때문이기도 하고 택스 절감 효과 때문이라고 버피는 이야기했다.
환상적인 공간
이곳은 정말 동물들이 주인인 곳이다. 놀랍게도 건물 전체가 후원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후원에 의존한 모델이 지속될 수 없다고 나는 늘 생각해왔는데 이는 영국을 방문할 때도 느낀 바다. 분명 후원이 있기는 하지만 휴메인 소사이어티 자체적으로 많은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도 한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일정한 수익을 휴메인 소사이어티로 50% 전송하는 스폿성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으로 다양하게 센터 내의 스토리를 자원봉사자와 함께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것도 버피의 일이었다.
인터뷰를 하고 실내를 돌아보는 동안 제법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지나갔다. 3년 4년 동안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자원봉사자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이곳에 오는 이들은 꼭 입양을 하기 위해서 오는 것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에게는 교육의 장소, 부모들에게는 또 다른 쉼터였고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자연을 배우고 동물을 알아갈 수 있는 소중한 장소였다.
igniteXL에서 이번 실리콘 밸리 방문 기간 동안 비즈니스 모델 발전을 위해 현지에서 도움을 줄 특별 스태프로 나에게 소피를 붙여주셨다. 함께 한 스태프의 역량이 너무도 뛰어나서 현지에서의 일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나는 오늘 보호센터에서 명확한 비즈니스 솔루션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푸드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버려진 동물의 삶과 새로운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적어도 동물의 건강을 생각하는 나의 비즈니스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그 미션과 비전에 대해서 정말 깊이 있게 확신하는 시간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창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지속의 이유를 발견했기에 오늘 시간은 더욱 특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