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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Dec 03. 2022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신경정신질환 (2)

주요우울장애

지난 시간에서는 신경 정신질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후, 신경 정신질환 중 하나인 조현병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또 하나의 신경 정신질환인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에 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주요우울장애 소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울증(depression), 즉 우울장애(depressive disorder)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그중에서 주요우울장애는 가장 대표적인 유형입니다. 주요우울장애는 여러 뇌 영역과 네트워크에 이상으로 인한 쾌락의 상실(anhedonia)이 주된 특징이며 심리 사회적 기능은 물론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신경 정신질환입니다[1]. 주요우울장애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정신 장애 중 하나로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환자 수만 약 2.8억이 넘는다고 합니다[2]. 우울은 재발도 잦기 때문에 예방과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주요우울장애를 포함한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기준은 크게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SM-5,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와 국제 통계 분류(ICD-10,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가 있는데요, 이 중에서 정신질환을 연구할 때는 DSM-5가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3]. DSM-5는 증상과 증상들이 지속되는 기간을 참고하는데요, 주요우울장애의 증상은 무엇이 있을까요? 

주요우울장애의 증상은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볼 수 있는데요, 이는 각각 감정적인 (emotional), 신경식물적인 (neurovegetative), 그리고 신경인지적인 (neurocognitive) 증상입니다[3]. 감정적인 증상은 [그림 1]에서 빨간색 계열로 채워진 사고력 혹은 집중력의 감퇴 (loss of ability to think or concentrate, or indecisiveness)와 정신운동의 지체(psychomotor retardation or agitation)을 포함합니다. 신경식물적인 증상에는 파란색 계열로 채워진 피로감(fatigue or loss of energy), 불면이나 과수면(sleep loss or gain)과 체중이나 식욕의 증가나 감소(weight or appetite loss or gain)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경인지적인 증상은 초록색 계열로 채워진 우울한 기분(depressed mood), 흥미나 쾌락의 상실(anhedonia), 무가치감이나 죄책감(feelings of worthlessness or guilt)과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 혹은 계획(suicidal ideation, plan, or attempt)을 포함합니다.

 

[그림1] DSM-5 주요우울장애 진단 기준[3]

DSM-5는 위에서 소개한 주요우울장애의 특징적인 9가지 증상 중 5가지 이상의 증상이 2주 이상 연속으로 지속되면 주요우울장애로 진단합니다. 9가지 증상은 아래 [그림 1]에 나와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울한 기분(depressed mood)과 흥미나 쾌락의 상실(anhedonia) ([그림 1]에 나온 빨간 점으로 표시된 증상 두 가지) 중 최소한 하나가 5가지 증상 중 포함되어야 합니다[3]. 증상은 많을수록 기능적 장애도 누적되며 환자의 상태가 심각해집니다.

그렇다면 주요우울장애의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능한 원인들로 생물학적, 유전적, 심리 사회적, 환경적과 같은 여러 요인들이 제기되었지만 주요우울장애는 그중 하나의 요인으로 발생되는 단일 진환보다는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발병되는 질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3]. 뇌의 염증, 호르몬 변화, 신경전달물질 변화와 같은 생물학적 요인들이 있으며 사회적 스트레스 요인, 개인 성격이나 경험, 생활습관이나 건강 상태와 같은 후천적인 요인들도 있고 선천적인 유전적 요인 또한 있습니다. 이 중에서 생물학적 요인, 가설, 그리고 뇌의 변화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 섹션 “주요우울장애의 신경생물학”에서 더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2. 주요우울장애의 신경 생물학 

주요우울장애의 가설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모노아민 가설(Monoamine hypothesis)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모노아민(monoamine)은 한 개의 아미노기(amino group)를 가진 화합물을 뜻하고 모노아민 신경전달물질로는 세로토닌(serotonin), 도파민(dopamine)과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이 있습니다. 이 가설은 모노아민 신경전달물질들의 감소로 인해 우울증이 발병한다는 가설입니다[3]. 모노아민 가설을 뒷받침한 근거 중 모노아민산화효소억제제(monoamine oxidase inhibitors, MAOIs)가 있습니다.  모노아민산화효소(monoamine oxidase)는 앞서 소개한 모노아민(세로토닌,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을 뇌에서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MAOIs들은 이 과정을 억제해 주며 모노아민 신경전달물질들이 뇌에 더 많이 남아있도록 도와줍니다[3]. 따라서 연구자들은  MAOIs의 효과를 보며 항우울제의 기전을 짐작하고 응용할 수 있었습니다. 

모노아민 가설 외에도 여러 생물학적 가설들도 있는데요, 호르몬 변화와 뇌의 염증과 관련된 가설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호르몬 변화 가설에 대해 보겠습니다.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 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는 주로 스트레스에 대항할 때 필요한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을 분비합니다. 즉 주요우울장애에서는 HPA축의 과다할동으로 인해 코티솔이 우리 몸 안에 많아지게 됩니다[3]. HPA축의 이상은 인지적 기능을 ㄴ저하시키기도 합니다. 다음으로는 뇌 염증 가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이토카인(cytokine)은 면역세포로부터 분비되는 단백질 면역조절제이며 신체의 방어 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합니다[4]. 즉, 염증이 생기면 그에 대항하고자 사이토카인이 분비되는 것입니다. 주요우울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 몸에서는 인터류킨6(Interleukin 6, IL-6)이 많이 발견되었고 인터류킨 2(Interleukin 2, IL-2)가 투여되었을 때는 우울증을 자극하여 염증 가설을 입증하였습니다[3][4]. 




3. 주요우울장애와 인지

앞서 주요우울장애의 여러 생물학적 가설을 살펴보았는데요, 이제는 주요우울장애 환자들의 뇌의 변화, 신경해부학적 차이와 인지 능력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환자들의 뇌와 건강한 대조군의 뇌를 살펴보면 회백질과 백질에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그중 우울증 환자들에서 보이는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기억 처리와 감정 관리를 담당하는 해마의 부피 감소입니다[1]. 해마의 부피가 더 많이 감소될수록 우울증의 증상도 심해진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게다가 감정 조절과 작업기억을 포함한 여러 인지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전두피질 또한 우울증 환자들의 뇌에서 위축이 됩니다[1]. 주요우울장애는 이러한 신경해부학적 차이를 보이며 감정과 기억의 인지 능력에도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주요우울장애는 뇌에 기능적 연결성에도 영향을 보이는데요, 그중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불이행방식망(Default Mode Network, DMN)에 대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는 우리가 멍한 상태이거나 자아성찰을 하거나 몽상에 빠졌을 때 활발해지는 뇌의 영역입니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들의 뇌에서는 이 DMN의 연결성이 과하게 증가된 상태를 보이며 이가 환자들이 반추(rumination)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합니다[1]. 따라서 신경해부학적 차이뿐만 아니라, 뇌 기능적 연결성의 이상도 인지 기능과 증상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4. 주요우울장애 치료

주요우울장애 치료 방법으로는 크게 심리 치료(psychological therapy)와 약물 요법(pharmacotherapy)가 있습니다. 심리 치료는 인지 행동 치료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 마음챙김기반 인지치료(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MBCT), 대인관계치료(interpersonal therapy)와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CT)를 포함합니다. 그중에서도 CBT가 제일 대표적인데요, 이는 환자들에게 본인의 나쁜 습관이나 부정적인 생각 패턴을 찾게 도와주며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합니다[3]. 경증 우울증의 경우에는 심리 치료는 매우 효과적이며 장기적인 효과도 볼 수 있는 반면,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에서는 유의미한 효과를 보기 어려우며 약물치료가 필수적입니다[3]. 약물 치료로는 다양한 항우울제가 있는데요, 크게 구분하면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NRI(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TCA(Tricyclic antidepressant)와 MAOI(Monoamine oxidase inhibitor)가 있습니다. 앞서 모노아민 가설을 소개할 때 소개한 TCA와 MAOI가 제일 먼저 발명되었지만, 부작용과 안전상의 문제로 SSRI 항우울제가 대표적인  1차 치료제입니다[3]. 원래 같으면 세로토닌은 신경세포 말단에서 재흡수가 되는데요, SSRI 항우울제는 신경세포 말단에서의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선택적으로 차단하여 시냅스 내의 세로토닌 농도를 높여줍니다. 따라서 세로토닌이 활성이 되며 농도가 증가되어 우울 증상이 완화되는 것입니다[3]. 심리치료와 약물 요법 외에도 전기경련요법과 심리 사회적 치료도 있으니 환자의 상태에 따라 올바른 치료 방법을 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주요우울장애는 흔한 질환인 만큼 “마음의 감기”라고도 비유됩니다. 방치되기도 쉬우며 사회적 인식 때문에 진단받는 과정 중 여러 어려움이 있을 텐데요, 이는 방치되어서는 안 되는 반드시 치료되어야 할 뇌 질환인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다음 신경정신질환 이야기에서는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참고문헌> 

[1] Dai, L., Zhou, H., Xu, X., & Zuo, Z. (2019). Brain structural and functional changes in patients with major depressive disorder: a literature review. PeerJ, 7, e8170. https://doi.org/10.7717/peerj.8170 

[2] World Health Organization. (n.d.). Depression. World Health Organization. Retrieved December 1, 2022, from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depression 

[3]  Malhi, G. S., & Mann, J. J. (2018). Depression. Lancet (London, England), 392(10161), 2299–2312. https://doi.org/10.1016/S0140-6736(18)31948-2 

[4] Roohi, E., Jaafari, N., & Hashemian, F. (2021). On inflammatory hypothesis of depression: what is the role of IL-6 in the middle of the chaos?. Journal of neuroinflammation, 18(1), 45. https://doi.org/10.1186/s12974-021-0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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