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이 내게 알려준 것들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 사적인 방식

by 예원

요즘 나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아이돌이자 배우인 한 사람을 덕질하는 일이다.

사실 예전의 나는 아이돌 팬덤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건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덕질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또 깊었다.

아이돌이나 배우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캐릭터, 운동, 게임, 만화, 음악 등에서도 덕질은 존재한다. 결국 덕질은 일종의 ‘몰입형 취미’다. 일상을 잠식할 정도로 과하면 해롭겠지만, 적당한 선을 지키며 즐기면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좋은 취미가 된다.
현생(現生)에 지장을 줄 정도의 과한 덕질은 스스로에게 해가 되지만, ‘정도’만 지킨다면 덕질은 오히려 삶의 에너지원이 된다.

한때 트로트 열풍이 불던 시절, 어머니 세대가 단체로 관광버스를 타고 응원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찾아다니며 단체 티를 맞춰 입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모습은 마치 잃어버린 청춘이 다시 돌아온 듯, 봄이 찾아온 듯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 하나만으로 사람이 이렇게 생기 있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나도 요즘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는다.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도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조금 오글거리지만, “너는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라는 말이 꼭 이런 관계를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어쩌면 덕질이란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아이를 키우는 마음과 비슷한지도 모른다. 반려동물이나 아이의 사진만 봐도 힘이 나듯이, 좋아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며 생기를 얻는 것이다. 인생 처음으로 팬카페에 가입해 틈틈이 영상을 찾아보며 그 사람의 행복과 성장을 바라게 된 나 자신이 신기하고, 또 조금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누군가를 응원하며 나 스스로도 더 열심히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현실에서는 마주할 수 없는 ‘가상 남자친구’, 혹은 지구 반대편에서 후원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인생이 조금 지루하거나 무료하게 느껴질 때, 덕질은 다시 나를 움직이게 하는 작고 확실한 기쁨이다.
요즘의 나는 그렇게 덕질을 하고 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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