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들이 모여
예술가가 작품을 만들 때면 예술가 본인도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모른다고 한다. 단지 마음을 쏟아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작품이 마치 스스로 생명이 있다는 듯이 탄생한다고. 나의 노력뿐 아니라 주변의 상황, 우연히 떤 수다 한 자락에서 얻은 영감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들이 모여서 말이다. 다이어리에 어느 책에서 보고 적어둔 문장인데, 오늘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빈 브런치 화면에 글을 적겠다고 노트북을 켜고 앉으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요즘, 내가 무슨 글을 적을 적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2월에 읽은 '울프일기'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1922년 2월 18일, 토요일 40세. 나는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사람들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면 된다. 작가로서의 나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유일한 관심이 나의 기이한 개성이라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의지력이라든가, 정이라든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 등이 아니고, '무언가 기묘한 개성'이 정확히 내가 존경하는 특징이 아니겠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사람들과는 다른 나만의 개성이 무엇일까? 잘 모르겠다. 내 삶을 예술작품으로 어떻게 만들어볼 수 있을까? 단지 마음을 쏟고, 최선을 다해 돌이켜봤을 때, ‘아, 참 잘 살았구나' 하고 느끼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지금 나의 문제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힘이 너무 들어가 있다. 그냥 편하게 적어도 될 것을 너무 어렵게 쓸려고 생각한다. 예술작품이든, 뭐든 그냥 내가 살아가는 하루 삶의 궤적일 뿐인데, 갑자기 평범하기 그지없는 내 삶을 예술작품으로 만들어내려니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냥 하루하루 나답게 잘 살면 되는 것. 오늘 내가 읽은 것들, 만난 사람들, 이야기 나눈 것들 모든 것이 다 영감이고, 글쓰기 주제가 될 수 있다. 머릿속에 생각만 넘친 채 적지 않는 나만 있을 뿐. 글쓰기가 습관이 될 수 있도록 몸에 글근육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운동을 꾸준히 하기 힘든 나지만, 그래도 무언가라도 적다 보면 언젠가는 내 글에도 나만의 예술작품이 탄생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정말 쓰기 힘든 날들의 연속인데, 그래도 이렇게 적은 나에게 기특하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