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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g Greem Jun 14. 2023

[나는나의집사] 나만 키우기도 벅찬데 식집사라니?!

그래도 덕분에 배운 매일의 '돌봄'

 영화 리틀포레스트와 같은 삶을 동경하던 친구가 있었다. 평화롭고 잔잔하고 무언가를 가꾸는 삶을 살고 싶어하던 친구는 전공에 맞는 일 대신 자신의 행복을 찾아 플로리스트가 되었고 나에게 작은 꽃 화분을 선물해주었다. 그때까지 식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던 나에겐 갑자기 받은 작은 생명이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가느다란 줄기와 얇디얇은 이파리들이 한눈에도 너무 연약해보여서 나의 작은 부주의로도 쉬이 잘못될까 걱정이 앞섰다. 아마 좋아하던 친구에게 받은 선물이라 더 조심스러웠던 것도 같다. 

 어떻게 해야할지 딱히 모르겠어서 그냥 물을 정량대로 열심히 주었다. 일상에 치여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다가도 어느 날 이파리 몇 개가 누렇게 말라 있으면 놀라 다시금 관심을 기울였다. 친구가 키우기 쉬운 아이를 골라준 것인지, 그렇게 돌보다 잊기를 반복하는 데도 화분은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연분홍색 꽃이 피었다 졌고 조금 더 큰 화분으로 두 번인가 분갈이도 했다. 초록 이파리를 단 화분은 한 해를 넘겨 다음해 봄, 여름을 맞이했다. 오랜만에 친구와 연락을 하다 화분 잘 키우고 있다며 고맙단 말을 전했더니 친구가 놀라워하며 말했다.


"그게 아직도 살아있다고!? 그거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키우기 어려웠을텐데."


 문득 깨달았다. 무언가 내 곁에 늘 살아 존재한다는 것이 그렇게 당연한 일이 아님을. 그리고 갑작스럽게 식집사가 되면서 배운 것이 많았다. 이전엔 반려식물이란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내가 그저 조용히 곁에 있어주는 식물이란 존재에게 정을 붙일 수 있단 것을 배웠다. 그리고 아끼는 존재가 있어도 그게 너무나 일상이 되어버리면 소중함을 잊고 처음과 같이 챙기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아마 그건 화분 뿐 아니라 '나'에게도 적용되었던 실수 같다. 너무 일상적으로 숨쉬고 살아가고 있기에 소중하게 돌보아 주어야 한단 사실을 자꾸만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식물은 좀더 연약해서 생명에게는 돌봄과 관심이 끊임없이 필요하단 사실을 수시로 일깨워준다. 세상 일에, 바깥에서 치여도 그런 것들과는 상관없이 한 생명에게는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세상 일에 치여 짜증만 내고 무기력하게 나를 방치하고 싶을 때조차도 화분에 물을 주고 있노라면 자꾸만 마음을 고쳐 먹게 된다.  


 제대로 관심을 주지도 못한 것 같은데 아직도 이 집에서 잘 살아있어 주는 화분이 무척 대견하고 고맙다. 너도 그리고 나도 시간과 변화를 견디고 살아서 오늘을 보내고 있단 사실을 일깨워 주어서, 덕분에 매일에 감사하게 해주어 고맙다. 지금도 창가에 자리잡고 있는 초록빛 화분을 볼 때면 '해준 것도 없이 물만 주었는데 어쩜 이렇게 잘 자라 주었니.' 하고 자꾸만 대견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나에게도 그런 마음을 가지려 노력하는 요즘이다. 


오늘도 어쩜 이렇게 잘 보내 주었니. 대견해. 고마워.
내일도 잘 해보자.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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