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게 보내는 열세 번째 편지/ 백수의 일기
MFA (Museum of Fine Arts)가 미국 3대 미술관 중 하나인걸 이번에 알았어. 나도 보스턴에 살 때 갔었는데, 순수 미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놓쳤던 부분이 많았을 것 같아. 언니랑 뉴욕 미술관 나들이 하기 전엔 미리 공부를 좀 해서 더 많이 느끼고 배울 수 있게 해야겠어! 조금 흐릿해도 흥미로운 시간을 함께 보낼 생각 하니 벌써 좋아(ㅎㅎ)
언니는 미국 독립 기념일 (7/4) 어떻게 보냈으려나? 난 막상 미국의 가장 큰 도시 바로 옆에 살게 되니 큰 행사에 몰릴 인파가 무서워서 집에서 시간을 보냈어. 그리고 오늘 정말 대단한 일을 하나 해냈지.
막 뉴저지 이사 왔을 때 정신없단 핑계로 책장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급히 꽂아 놨었는데, 그 책장을 드디어 갈아엎었어. 항상 마음 한켠에 못 끝낸 숙제처럼 남아 있었지만 차마 손 대기가 무서워서 애써 못 본 체하고 있었거든. 오늘 큰맘 먹었다 정말.
왼쪽이 정리 전이고, 오른쪽이 정리 후 책장이야! (내 눈에만 보이는 차이는 아니라고 해줘)
알지 꼭 시험 같은 큰 일을 앞두고 책상 정리부터 하게 되는 것처럼, 미뤄왔던 내 방 책장을 정리하면서 새로 시작될 한 주를 하루 앞서 준비했어.
내게 있어 책장은 단순히 책이나 물건을 정리하는 기능성 이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거든. 내 취향이 듬뿍 담긴 보관함이랄까? 피규어 처럼 누굴 꼭 보여주지 않아도 나 혼자 볼 때마다 뿌듯하고 기분 좋아지는 것.나한텐 그중 하나가 내 책장이야. 이전엔 거실에 있던 큰 책장을 내 방으로 옮겨 정리하다 보니 뭔가 오롯이 내 공간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더라! 내 집 마련한 것도 아닌데 괜히 뭔가 성공한 사람 같은 착각도 들었어.
나중에 읽자고 열어 보지도 않은 그림책부터 처음 읽었던 날의 감동을 간직 하고싶어 소장한 그림책들까지..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내 책장 한 공간을 빼곡히 채웠어. 정리 전엔 잘 보이지도 않던 책들이 한눈에 보이니 묘하게 기분도 좋네! 눈에 띄고 손에 닿이는 곳에 있으니 더 내게 목표를 상기시켜 주겠지?
현 백수의 목표: 내 그림책 쓰기
늘 준비가 안됬단 핑계로 미루기만 했던 꿈인데, 이제 책장 정리도 했겠다 조금씩 실행해 나가 보려 해!
앞으로 더 빼곡히 채워질 내 책장에 언젠가 내가 만든 그림책도 한 자리 차지하길 바라며 -
나중에 우리 집에 놀러 오면 내 보물들 구경시켜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