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게 보내는 스물일곱 번째 편지
요즘 마음이 붕붕 떠있는 기분이야. 발이 땅에 닿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느낌이라고 하면 혹시 이해가 될까. 다들 자신의 길로 의연하게 잘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난 그렇지 못한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다들 어느 정도의 공허함과 외로움을 안고 나아가는 것 같은 느낌인데, 난 그 속에 매몰되서 한발 자국도 못 떼고 있어.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 싶은 느낌으로 뿌듯하게 자본 지가 언제였나 싶기도 해. 잘 살고 있는 욕심만 크고 막상 잘 사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아. 우울하고 처지는 얘기는 적고 싶지 않았는데, 더 잘해보자는 의지를 다지고자 많이 망설이다 적는 글이니까 이해해 주길 바라!
8월은 참 생기 넘치는 달이야. 여름의 정점을 찍으면서 거리도 거리의 사람들도 활기차 보여. 사실 여름이라고 맑은 날만 있는 건 아니지, 오늘도 여기는 비가 왔거든. 지금이 내 여름 속에 지나가는 비구름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려고. 나는 솔직히 8월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 방학에 여름휴가에 잠시 더위를 식힐 겸 쉬어가는 사람들 틈 사이에서 나도 그래도 될까 싶은 왠지 모를 불안함이 있거든. 참 걱정과 고민도 사서 하는 피곤한 성격이야 아무리 봐도.
천천히 9월을 준비해보려고 해. 오늘도 어제와 같은 노트 페이지에 몇 자 적어 보지도 못했지만, 이게 내 방학이라 여기려고. 언니의 여름은 어때? 비 오는 날은 적고 맑은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근데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그렇게 무던히 지나가길 바랄게, 우리의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