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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봄날 Jul 30. 2019

직업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꿈꾸는 아이로 키우자

꿈에 대해 생각하는 책(초등독서논술)

<어떤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

 

부모가 생각하는 자식의 미래와 자식이 살아갈 미래

세상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내가 살던 시대에는 공부를 잘하던 사람들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살아왔지만 지금은 이와 다른 경우를 자주 본다. 과거에 공부에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사람들이나 공부와는 전혀 담을 쌓았던 사람 중에도 여러 방면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2019년 현재, SKY를 졸업해도 취직이 어렵고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도 어렵다고 아우성을 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부모가 생각하는 자식의 미래가 과연 생각대로 일지는 의문이다.


성공하는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 행복한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

우선, 자녀를 성공한 사람으로 키울 것인지 행복한 사람으로 키울 것인지 부모의 가치관을 먼저 확실하게 정의해야 한다.  물론 성공은커녕 제대로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이 일자리도 갖지 못해 생계를 걱정한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냥 게으르고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아이의 미래를 부모가 결정하고 아이의 모든 선택권을 박탈하고 미래만 준비시키는 부모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기우에서 하는 당부이다.


나는 강남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성공한 부모들이 아이들을 공부 때문에 다그치면서 모든 면에서 의욕을 잃어가는 아이들을 많이 보아왔다. 성적은 좋지만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은 빨리 지쳐갔다. 행복은 동화에서처럼 맨 나중에 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자주자주 순간마다 느끼는 것이어야 한다. 자녀의 독서교육을 성공을 위한 준비로 여기기보다는 행복한 아이가 되게 하는 방법으로 여겨주길 바란다.

 

 <직업이 아닌 꿈을 가지게 하자.>

 

돈을 잘 버는 꿈만 꾸는 아이들


아이에게 꿈에 대해 물어보면 한결같이 직업을 이야기한다. 가장 자주 나오는 직업은 의사, 과학자, 법조인, 디자이너, 교사, 화가 등이다. 부모가 전문직이거나 고소득층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세칭 돈 잘 버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직업이야기 51/을파소’는 직업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아이들이 무척 재미있어하는 책이다.(주로 3학년이 수업한다.) 이 책을 수업하는 날엔 마지막에 좋은 직업의 조건을 생각해 보게 한다.


“돈을 잘 벌어야 해요.”

“얼마큼?”

“많이요. 돈 못 벌면 노숙자 된대요”

“선생님, 과학자는 돈 잘 벌지요?”

“과학자는 연구원일 텐데 월급이 적지 않겠네. 그럼 사기꾼은 돈을 쫌 벌걸? 좋은 직업인가?”

“아니요. 감옥 가요. ”

“그럼 나쁜 일로 돈을 벌면 안 되니까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 직업이어야겠군.

자, 돈을 정말 많이 버는데 시간이 없어. 가족이 놀 시간도 없고 밥도 사무실에서 먹고 주말에도 일찍 나가서 일을 해야 하면 좋은 직업일까?”

“우리 아빠는 회사에 다니시는데 주말에 나갈 때 있어요. 출장도 오래 가요. 그래도 참던데요?”

“그래, 힘들지만 참아야겠구나. 하지만 주말엔 꼭 쉰다거나 휴가가 많다면 더 좋은 직업이겠네.”

“선생님, 일주일에 세 번만 하는 직업은 없어요?”

“없진 않겠지만 그러면서도 일을 잘 해낼 수 있고 남들만큼 돈을 벌 수 있다면 특별한 재능이나 지식이 있어야 그런 조건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거야. 의사이신 어느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들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은 오전 근무만 하시더라.”

“그러니까 의사가 좋다니까. 우리 엄마가 의사 되라고 그랬어.”

“ 야, 근데 공부 엄청 잘해야 돼.”


이런 식으로 조건을 찾다 보면 안정된 수입이 있을 것, 사회에 기여하면서 인정받을 것, 작업 조건이 안전하며 여가 시간이 보장될 것, 자신의 직업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 등 아이들이 잘도 찾아낸다. 토론을 종합하면 교사가 가장 좋은 직업으로 나온다.

그런데 다시 돈 이야기가 등장한다. 변호사가 돈은 많이 벌지만 되기까지 많은 것들은 포기하는 시간이 있어야 하고 많은 시간을 일에 쏟아야 한다고 해도 아이들은 참고 돈을 택하겠다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하느냐보다 돈이 가장 우선인 게 아쉽다. 아이들은 돈을 못 버는 사람이 되는 것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의식이 이미 박혀있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4학년에게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글담’을 수업하는 날,

“존 아저씨 멋지지 않니?” 하고 물으면

“아니요. 꿈이 뭐 그래요? 이상해요.”라고 한다.


그 글을 쓴 존 아저씨는 탐험가이다. 세계 곳곳을 탐험하고 여행한 사람인데 그는 앞으로 이루어야 할 꿈을 100가지도 넘게 설정해놓고 하나씩 이루어 가고 있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는 ‘1분에 타자를 몇 타 치기’부터 시작해서 ‘아마존 탐험하기’ ‘아주 큰 전복 따기’ 등 다양한 꿈들이다. 그의 꿈은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고 해보고 싶은 일들이다.

나는 이 수업에 한비야 이야기를 해준다. (중학생 수업에는 한비야 책을 적극 활용한다.) 어린 시절 세계 곳곳을 여행하겠다는 꿈을 가졌고 그것을 실천한 과정을 설명한다. 돈도 모으고 체력도 키워두고 외국어도 공부해 마침내 세계 오지 여행의 꿈을 이루었고, 그 과정을 책으로 써서 유명해졌고, 지금 또 다른 꿈에 도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꿈은 그런 것이다. 이루고 싶은 것.

때론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는 것이 꿈일 수도 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직업을 갖고 돈을 벌어 꿈을 이룰 수도 있다. 해야만 하는 일도 있고 하고 싶은 일도 있다. 모두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들도 하고, 그러면서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사는 것이 행복이다.

 

 

황당한 꿈도 꿈이다.


미국에 사는 친지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 이웃집을 구경한 적이 있다. 그 동네가 워낙 부촌이어서 구경한 두 집이 모두 잡지에 나온 것 같은 집이었는데, 여주인이 한 방을 안내하면서 벽의 많은 사진들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그 집의 주인은 벤처 사업가로 아주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40대 초반에 은퇴를 하고 지금은 어릴 적 꿈인 보이스카웃 지역 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보이스카웃 활동을 도와주는 봉사자로 선생님들과 함께 여러 활동을 기획하고 함께 참여하는데 사진 속의 그는 너무나 행복한 표정이었다.


남과 같이 비슷비슷한 꿈을 꾸면 비슷한 사람이 될 뿐이다. 자신의 아이가 큰 사람이 되길 바란다면 특별한 꿈을 가져야 한다. 부모가 볼 때 말이 안 되는 꿈이어도 말이다. 그리고 큰 인물이 되지 않더라도 바르게 행복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일원이어도 좋다. 트로이의 유적지를 발견한 슐리만은 당시 사람들이 그곳이 존재했다고 믿지 않았지만, 어릴 적 동화책 속의 그림을 본 이후로 그곳이 실제로 존재했다고 확신했다. 그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 여러 나라 말을 배우고 사업을 하여 큰돈을 벌었다. 40세가 되자 사업에서 손을 떼고 고고학을 배우고 여러 책을 읽으며 자료를 수집한 후, 천신만고 끝에 그곳을 찾아내고 보물을 발견하여 박물관에 기증했다. 어릴 적 그의 꿈을 들은 사람은 황당한 꿈이라고 무시했을 것이다. 자녀의 꿈이 정말 황당할 수도 있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황당한 꿈을 이룬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21C가 원하는 인재상은 과거와 다를 수 있다. 과거에 생각하는 '성공'과 현재의 '성공'도 의미가 다를 수 있다. 각 분야 별로 뛰어난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은 사람도 많다. 또 귀농하여 먹거리를 자신의 손으로 재배하여 먹고살면서 자신이 원하는 취미활동에 충분한 시간을 갖거나 자연 속에서 마냥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도 자신이 원하던 삶을 사는 것이라면 성공한 것이다. 자신의 꿈이 무엇이냐에 따라 행복감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지 절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가치관으로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나는 중학생에게 수업하는 책 중 ‘학문의 즐거움/김영사’을 무척 좋아하고 항상 권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일본인 수학자로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드상을 받은 사람이다. 그는 책 속에서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지도 않고 연구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도 않는다. 다만 학문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세와 인생을 사는 태도에 대해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그는 학문하는 태도로 겸손을 꼽고 있다. 미국 유학 초기에 천재적인 학생들을 보고 놀란 경험을 말하면서, 자신은 그보다 못하기 때문에 노력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필드 상은 천재의 것이 아니라 그의 것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에게든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력이랄 것이 전혀 없는 부모님에게서 세상을 성실히 살아가는 모습을 배웠고 그는 실천해 나갔다. 학문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가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면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그런 태도로 살겠다는 꿈을 가졌으면 한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 한 번 읽어보았으면 한다.)


지식을 배우는 것도 책이지만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 보는 것도 책이다. 그런데 지식이 부족해도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다. 자신만의 멋진 꿈을 가진 아이로 키우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독서이고 그 꿈을 이루는 방법을 모색하는 사고력도 독서를 통해 키울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이 접하지 못했던 직업, 새로운 영역, 다른 방식의 가치관에 대해 알게 되고 그에 대한 책을 스스로 찾아 읽다 보면 한층 넓은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아이에게 꿈을 써 보게 하면 좋겠다. 무엇이 되겠다는 꿈만이 아니라 어떤 나날을 꿈꾸고 있는지 약 30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고 그 날의 일기를 쓰게 한다. 하루의 일상을 쓰게 하면 가정에서의 자신의 삶과 직장에서 또는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등을 더 자세히 상상할 수 있다.


 


                       <30년 후 나의 하루>


                                                                                                                                 대곡초 3. 주oo


30년 후 나의 모습은 과학자이다. 그 때 나는 결혼을 했고 아들이 두 명이다.


집에 있는 휴일이다. 나는 가만히 쉬고 싶은데 아들들이 놀자고 해서 운동장에 갔다. 그런데 힘든 운동을 같이 하자고 해서 할 수 없이 했는데 너무 힘이 든다.   아이들도 힘든 것 같다.

나는 직업 외에 이루고 싶은 꿈은 번지점프를   해보고 싶고 물 속에서 2분 넘게 숨을 참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유럽 전체를 여행하고 싶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다. 내가 연구원이라 무엇을 발명할 때마다 돈을 많이 번다. 그 돈으로   꿈을 이룰꺼다.

점심엔 아내가 없어서 아이들에게 라면을   끓여 주었다. 그리고나서 T.V를 함께 보았다. 1시간 정도 쉰 후에 나는 실험실에 가서 실험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실험이기 때문이다. 저녁엔 아내가 끓인 맛있는 미역국으로 식사를 하고 좀 일찍 잔다.

나는 그 날 가족이랑 행복했고 내가 좋아하는 실험도 해서 보람찼고 또 아내의 맛있는   음식도 먹어서 참 좋았다. 더 열심히 일해서 나중에 가족과 여행도 꼭 갈것이다.



지극히 평범한 꿈이지만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어 특별한 업적을 이루는 꿈도 훌륭하지만 이런 꿈도 멋진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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