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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Jan 11. 2022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사회복지사보다는...

                                  




요즘 긴 단어를 쓰는 것보다 줄여서 단어를 사용한다. 

이유는 줄임 단어가 더 빠르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낄끼빠빠라는 줄임말을 듣고 엄청나게 웃었다. 

남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단어 이건만,

처음에 무슨 말인지 몰라 옆에 있는 친구한테 되물었더니 시대에 뒤떨어진다며 핀잔을 하면서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라는 줄임말이라 설명해주었다. 


암만 생각해도 ‘낄끼빠빠’라는 단어는 참 재미있는 단어이다. 

사회복지 실천가는 낄끼빠빠를 잘해야 하는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노련한 사회복지사는 이용자에게 언제 끼어들고, 언제 빠져야 하는지 명확하게 안다.


내가 하는 일은 동네 이웃들의 크고 작은 일들을 서로 고민하고 풀어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 과정에 적절한 타이밍에 이용자의 녹록지 않은 삶에 적절한 도움을 주기 위해 개입한다.


현재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방안들을 함께 찾는다. 

이용자에게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용자가 그들의 삶에 자기 결정권과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나는 빠져야 한다.

생각처럼 낄끼빠빠는 쉽지가 않다. 


어떤 이용자에게는 전혀 낄 수가 없어 아예 친밀감 형성도 안 된 채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빠질 때는 확실하게 빠져야 하는데 그 빠지는 타이밍을 놓쳐 두 손을 번쩍 들고 항복하는 모드로 종결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례관리사라는 타이틀로 달려온 지 햇수로 11년이 되었다. 

아마도 끼고 빠지고의 반복되는 세월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 나는 과연 이용자에게 ‘끼고 빠지고’를 적절하게 잘했는지 

이러한 나의 사회복지 실천이 이용자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이용자의 다양한 욕구를 파악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역 내 여러 기관과의 서비스를 조율하면서 

얕은 지식과 경험으로 이용자의 삶에 함부로 들락날락하지는 않았는가? 나에게 묻고 싶다.


이용자의 삶에 끼어들기와 빠지기를 수년 동안 반복하면서 

실천 현장에서 만났던 이용자와 그때 그 상황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때는 그랬는데,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그 시간에는 그게 최선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부끄러움이 몰려올 때도 있다.


시간이 흘러보니,

사회복지현장에서의 노련한 낄끼빠빠의 사회복지 실천가보다 

이용자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전에 나의 모든 경험을 내려놓고, 

마치 처음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것 같이 조심스러움과 겸손한 마음으로 

이용자를 대하는 초심의 마음으로 돌아가려는 애씀의 사회복지 실천가가 더 마음에 다가오고 있다.


오늘

참 글이 매끄럽지 않는 날....

속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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