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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igam Sep 12. 2024

보스코 소디 Bosco Sodi

독특한 질감의 부조 회화 작품으로 잘 알려진 보스코 소디가 조현화랑에서 세번째 개인전 <Dawns>를 선보인다. 2024년 9월 4일부터 11월 24일까지 조현화랑_달맞이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나무, 점토, 돌, 톱밥, 삼베 등 가공되지 않은 천연 재료를 다루는 작가의 다채로운 작업세계를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새벽녘 하늘빛을 담은 단색 부조 회화 작품과 더불어, 4m가 넘는 대작을 포함한 삼베 작업 시리즈, 멕시코 화산암으로 제작한 신작 조각 등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자연 속 시간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주목하는 작가의 한층 깊어진 탐구를 강렬한 색조로 구성한다.



전시장 1층에는 열 개의 도금된 화산암 조각과 삼베로 만들어진 자루 위에 금박 또는 여러 색을 사용하여 원형을 그려낸 작품 15점이 설치된다. “오래된 자루는 이미 그 자체로 우주를 담고 있다”고 말하는 소디는 자루 작업을 통해 씨앗 속에 담겨있는 해(Sun in sacs)를 은유한다. 전시장 2층에는 해가 뜨기 전 나타나는 최초의 빛을 표현한 연보라색을 담은 대형 부조 회화가 걸린다. 낡은 자루와 화산이 빚어낸 돌, 신비로운 연보라색과 반짝이는 금색의 강렬한 대비는 창조의 원초적 에너지를 품고 있는듯 하다. 


사진 출처: 조현화랑


소디는 고향인 멕시코에서 마음에 드는 화산암을 수집하고, 그 표면을 가공하지 않은 채로 도금하면서, 뜨거운 열을 지나며 지니게 된 돌의 지질학적 독창성을 함축한다. 서양 중세미술에서 초월성을 표현할 때 금박을 사용했던 것처럼 순도 24k금을 표면 위에 입히는 방식이나, 숭고한 이상향에 대한 찬미로 금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소디의 작품은 자연이 빚어내는 불완전함을 포용한채로 돌 위에 흐르는 시간을 멈추게 한다. 


커피포대를 재료로 작업한 것에는 철학가인 어머니로부터 배운 일본의 미학 와비사비의 영향이 드러난다. 와비사비는 불완전함과 자연스러운 과정의 아름다움을 포용하는 이론으로 소디의 작품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소박한 자료를 사용하여 빚어내는 단순한 형태는 자연을 닮은 실수가 허용된다. “실수를 포용하려면 재료를 가지고 놀아야 한다, 과학적 접근 방법은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소디는 예상과 다른 결과를 위해 고된 노동이 가미된 방식으로 재료와 교감하며 작품을 완성해낸다.



부조 회화 작품은 자연에서 톱밥과 점토 등의 재료를 구하고 혼합하는 과정 자체에서 마주하는 여러 문제들을 직면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초반 재료와 맞서 싸우다가, 후에는 받아들이게 되는데, 한달에서 몇달이 걸리기도 하는 그 마무리 시점은 표면에 균열이 일어날 때로 작가가 아닌 자연이 결정하게 한다. 이를 작가는 “하나님의 키스”라고 표현한다. 소디의 작품에 담긴 우연성은 자연이 품고 있는 특징인 각 창조물의 독창성을 재현한다. 전시장에는 자연 모티브가 나타나, 바람과 햇볕의 양에 따라 다르게 성장하는 자연물의 독특한 형태와 생명력을 고스란히 담는다. 보스코 소디의 작품이 강렬하게 표출하는 우연성과 독창성에의 찬미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신과 자연,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삶의 유한함 속에 고유함을 부여받은 존재로서 자연스럽게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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