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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정석 Sep 02. 2019

<삼파장 형광등 아래서> 출간 소식

'고등학생 A의 기록들' 브런치북 6회 수상작, 서점에 가다

   

    브런치북 수상 이후 6달 남짓이 지났습니다. 학업과 진학 준비, 그리고 출간 준비가 겹쳐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했는데,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출간일이 벌써 다가왔습니다. 처음 브런치를 만나고, 작가가 되고, 브런치북에 응모를 하는 일련의 과정이 제게는 모두 꿈 같은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글을 읽는 것에 만족했고, 이후에는 제 글을 작가라는 자격으로 쓸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했으니까요. 지금 제 손에 쥐어지는 이 책은, 제게도 큰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삼파장 형광등 아래서>란 제목은 고등학교 자습실에서 쓰던 형광등의 이름에서 가져왔습니다. 개인 책상에 딸린 개인 등은 몇몇 학생들에게만 제공되던 일종의 특권이었는데, 형광등에 붙여진 광고 문구에 따르면 시력을 보호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세 종류의 파장을 섞어 가장 자연광에 가까운 빛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죠. 그러나 모조품이 진품과 같을 수 없는 법입니다. 태양 대신 형광등, 자연 대신 벽을 벗삼아 공부하는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지고, 일상의 감정들을 기록하고, 글을 써내려간 지난 2년의 기록을 여러 형식으로 모았습니다. 


    <삼파장 형광등 아래서>는 '고등학생 A의 기록들'이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A라는 영문 이니셜은, '행인 A'나 '친구 A'처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뜻합니다. 노정석이라는 개인으로서, A라는 고등학생으로서의 모습과 생각을 모두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책에 담긴 글, 시와 일기들도 대한민국 고등학생 누구에게나 조금씩 변주되어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읽히기를 원합니다. 


    이후로는 유학을 준비하게 된 과정과 생각들, 나아가 조금 더 성숙한 교육 관련 에세이와 일상의 기록들을 브런치에 올리려 합니다. 출간에 관심을 갖고 기다려주신 구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바쁠 때에 비록 답을 드리지 못한 댓글들도 하나씩 읽어보며 많은 힘과 격려를 얻었습니다.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책의 일부를 소개드리고, 브런치에서 더 좋은 글로 계속 뵙겠습니다.


    폭력과 이기심은 결핍에서 나온다. 어느 누구도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을 때, 기댈 곳이 없고 의지할 사람이 없을 때, 아이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적으로 이기심과 잔인함을 덧댄다. 교사가 해야 할 것은 그 조악한 갑옷들을 들추며 올바르게 성장할 때까지 수치심을 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을 감싸주고, 사랑해주고, 이해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면 아이들은 배우기를 원할 것이다.

-본문 '사람을 사랑하는 교육' 중


    학교에서 과제로 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는 학생 개인에게 생각보다 강력한 자극이다. 학생으로 12년을 살아온 고삼들에게, 비로소 해금되는 무언의 권리 같은 것으로 무의식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학생에게 학교에서 주어지는 일은 사실상 인생의 단기적인 목표와 다름없기 때문에, 그런 목표에서 표류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고등학교 3학년 1학기의 교실은 학생에게 묘한 자극을 준다. 절대적일 것 같았던 수업이 어느새 필요한 수업, 잠을 자는 수업. 다른 과목 공부를 하는 수업으로 나뉘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수행평가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신경 써 보거나 선생님을 향한 마지막 예의 같은 것이 된다.

-본문 '가정의 달? 수행평가의 달' 중



    내일 서울에 가야 해서 기숙사를 나왔다. 기숙사라는 공간은 아주 미묘해서, 들어갈 때는 아주 싫은데 나올 때가 되면 나오기 싫어진다. 학교와 집 사이에서 어떤 곳이 더 익숙한지, 몸이 원하는 곳이 달라지나 보다. 가려는 곳 반대로 끌리는 마음. 패러데이 법칙의 마이너스 항을 달고 산다. 나처럼 사는 곳이 불분명한 상태로 3년을 보내면 어느 곳에서든 소속감이 조금씩은 옅어질 것 같다. 거주지는 동구, 기숙사는 서구, 학원은 수성구. 생활 반경이 유목민 뺨친다.

-본문 '20190517'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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