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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야 Nov 11. 2019

어느 날 갑자기

세 번째, 서울살이 이야기

두 달이 넘게 지속된 야근이 마침내 끝나고. 그제야 퇴근 후 저녁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퇴근하면 그림도 그리고 밀린 드라마도 챙겨보면서 여유 부릴 생각에 정말 기뻤다. 하지만 내 인생은 언제나 내 뜻대로 순순히 흘러가지 않았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새벽이었다.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다 12시쯤 잠이 들었는데, 문득 다리가 가려워 잠에서 깼다. 여름이라 모기에 물린 건가 싶어 몇 번 긁적이고 다시 자려는데 가려움이 가시질 않았다. ‘벌레라도 있는 건가?’하는 생각에 얼른 불을 보았지만 벌레는 없었고 다리는 여전히 가려웠다. 좀 더 세게 긁자 옮은 건지 이번엔 팔이 가려웠다. 마찬가지로 벅벅 긁었지만 아무짝에 소용없었다.     


팔과 다리에 할퀸 자국이 빨갛게 겹치는데도 가려움은 더욱 심해져 온 몸으로 번져갔다. 피부 겉면이 가려운 게 아니라 피부 안 쪽 어딘지 모를 어딘가 가려운 느낌. 나중엔 긁으면서도 도대체 어디가 가려워 긁는 건지 몰랐다. 그렇게 피가 나기 직전까지 긁고서야 좀 나아진 듯한 기분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덜컥.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 마치 목이 부어서 기도를 조르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당황한 나머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앉고 보니 좀 괜찮은 것 같아서 다시 눕자 또 숨이 턱 막혔다. ‘도대체 뭐지?’싶은 생각과 함께 불현듯 갑갑함이 밀려왔다.     


마치 지금 내가 이 공간에 갇혀 있는 듯한 갑갑한 기분. 너무 당황스러웠다. 지난 몇 달간 지내온 방인데 갑자기 갑갑함을 느끼다니. 게다가 갑갑함과 함께 불안한 마음이 들고 어딘가 불편했다. 불이 꺼져 있는 게 갑갑한 것 같아서 불도 켜고, 있으나 마나 한 A4용지 크기의 창문도 모두 열었지만 갑갑함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알 수 없는 경험에 불안함이 엄습했다.   

  

자고 싶은데 누우면 숨을 못 쉴 것 같아서 잠들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 새벽에 고시원 옥상으로 가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았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지금 이 상황을 판단해 보려 했으나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한 동안 옥상에서 시간을 보내다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등 뒤로 문이 닫히자 다시 밀려오는 갑갑함과 불안함. 결국 나는 불을 끄지도 못하고 다시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했다. 그러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새벽엔 왜 그런 거지?’하고 어제 일을 곱씹으며 출근 준비를 하려는데,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갑자기 방 안에 갇혀버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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