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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Dec 02. 2019

닮은 고양이 찾기

산남일기 #19

우리 마을의 길냥이들 밥을 주다 보니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마을에는 꽤나 많은 고양이들이 있는데 서로 구역을 나눠 살고 있다. 마을 입구는 까만 고양이들의 구역이고 종종 달마시안 처럼 블랙 앤 화이트 점박이들이 있다. 점점 위로 올라가면서 검정 줄무늬의 세상이 펼쳐진다. 우리 집 손님들 중 대다수가 검정 줄무늬를 기본으로 흰색 줄이 섞여 있거나 밤색 줄이 섞여있는 종족이다. 이들을 우리는 '스노우파'로 부른다.


보스 기질이 있는 스노우는 검정 줄무늬 몸통에 목에 흰색 줄이 있어 두드러지는 고양이다. 아주 예쁘게 생긴 데다 비슷한 또래들을 몰고 다니며 논다. 역시 흰색 줄이 있지만 입 주변에 붉은 점이 있어 구분이 되는 '쑤니'와 검은색 계열로 호랑이 무늬가 두드러진 원조 등이 스노우파 행동대장쯤 된다.  


우리에게 집사 임무를 부여한 달건이는 스노우파와는 달리 노란 밤색 계열이다. 스노우파와 다르게 생겼지만, 달건이 자체가 가진 압도적인 포스로 결코 스노우파는 달건이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물론 달건이도 신사라서 이 들이 밥을 먹고 있으면 점잖게 앉아서 기다리는 편이다.


달건이는 아마도 우리 집 위쪽 구역을 관장하는 듯하다. 우리 집을 넘어 관리사무소 옆에 산으로 이어지는 언덕이 주요 활동 무대이다.


어느 날 외출하다 돌아오는 데 언덕 풀 숲에서 노란 계열 고양이가 어슬렁 거리며 내려왔다. 행동으로 보아 분명 달건이와 닮았다. 그런데 다시 돌아보니 달건이가 아니었다. 한눈에 보아도 훨씬 달건이 보다 젊은 고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묘하게 닮았다. 달건이의 후손이 틀림없다. 신기한 일이다.


<왼쪽 달건이와 오른 쪽 그의 후손 고양이>


스노우와 관련해서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처음 스노우가 우리 집에서 '야옹'거리며 애교를 떨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 작고 귀여웠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스노우가 뚱냥이가 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또 좀 살이 빠진 것 같기도 하고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비밀은 두 고양이가 서로 다른 아이였다.


<어느 쪽이 스노우일까요?>


어느 날 두 놈이 함께 우리 집에 나타났다. 와~! 정말 얼굴은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똑같이 생겼다. 하지만 스노우가 좀 더 뚱냥이고 뒷다리에 점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동네 고양이는 다들 친척이고 혈연지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동네에서 몇 대째 내려오다 보면 당연히 씨족들끼리 각자의 구역을 나누며 살 것이었다.


최근에 우리 집을 본거지로 삼고 있는 스노우파에 도전장을 내민 고양이가 생겼다. 이제 갓 독립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작고 보잘것없는 아이다. 가끔씩 눈물도 흐르고 왼쪽 다리를 절룩거릴 때도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깝다. 그런데 이 녀석 생긴 것만 보면 영락없이 달건이를 빼다 박았다. 달건이 손주쯤 되어 보인다. 우리 집에서는 '손이(=쏘니)'라고 부른다.


<달건이 손주뻘, 쏘니>


못생겼지만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살갑다. 하지만 이 쏘니 때문에 비록 몇 달 안 되는 '집사 생활'에 큰 위기가 닥쳐왔다. 매일같이 쏘니와 스노우파의 전쟁이 우리 집 앞마당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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