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좋게 집안일 분담하기 (feat. 감사하는 마음)
집안일은 당연히 함께!
한 집에서 함께 맞은 두 번째 봄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각자의 역할 분담 같은 것이 생겼다. 특별히 규칙을 정한 것도 아닌데 서로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갔다.
대학교 때 몇 년간 자취를 했지만 집안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반대로 닌나 씨는 혼자 오래 살아서 집안일을 척척, 그것도 몹시 야무지게 잘한다. 살림 쪼랩인 나와 만랩인 닌나 씨. 그렇다보니 닌나 씨가 집안일을 주도적으로 맡고 난 어설프게 거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먼저 삼식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리! 닌나 씨가 더 잘 함에도 요리는 내가 맡아서 한다. 내가 즐거워하니 그냥 하게 해주는 분위기랄까. 라면 밖에 못 끓이는 초보였는데, 이것저것 시도하다보니 솜씨도 늘고, 아이디어도 늘었다. 매일 뭐 먹을지 고민하며, 계획을 세운다. 맛있게 먹어주는 닌나 씨를 보면 보람도 크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할 뿐 아니라, 라면 요정도 집밥 요정으로 만든다.
사실 대부분의 내 요리는 닌나 씨의 손길로 탄생한 요리다. 특히 칼질이 서툴러, 대부분의 재료 손질은 닌나 씨가 해준다. 오늘 닭볶음탕을 해야겠어, 결정하면 닌나 씨가 후다닥 닭도 손질하고, 감자도 깍고 양파도 썰어 놓는다. 양념을 만들고, 볶고, 끓이고 하는 게 나의 몫이다. 매일 먹는 음식을 사진으로 기록하는데, 플레이팅이 필요할 경우 역시 닌나 씨가 소환된다. 미대 나온 남자의 감성으로 한땀한땀 음식을 담는다.
SNS에 요리 얘기를 많이 올리는데, 어떻게 그렇게 예쁘게 잘 해먹고 사냐고 칭찬일색이다. 그 때마다 닌나 씨는 "또, 또 너가 만든 척 올렸지?"하면서 은근히 즐기고 있다. 후훗.
설거지를 좋아한다. 뽀드득 뽀드득 더러웠던 접시가 깨끗해지는 것을 보고 있지면 나름 힐링이 된달까. 아침에 일어나서 건조대에 있는 접시들을 제자리로 넣는 순간도 좋아한다. 달그락 달그락 그릇 부딫치는 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노크마냥 경쾌하다.
청소와 빨래는 닌나 씨가 한다. 민망한 얘기지만 일 년동안 청소기는 3번, 세탁기는 딱 1번 돌려봤다. 깔끔쟁이 닌나 씨 성에 차지 않아 본인이 그냥 하는 편이다. 빨래를 건조대에 널때면 같이 할까 물어보지만, 자신만의 룰(?!)대로 너는 것이 좋다며 만류당한다;;
이쯤되면 난 무엇을 하는가 싶다. 아! 댕댕이 목욕은 내가 시킨다! 깔끔함, 섬세함과는 관련이 먼 나는 주로 바깥 일들을 처리한다. 전반적인 돈 관리를 맡고 있으며, 집과 관련해 가스나 기름 등이 떨어지거나 무언가 고장나면 연락을 취하는 것도 내 역할이다. 닌나 씨는 운전을 못하기에 차량 운전도 내 담당이다.
어찌보면 남녀가 바뀐거 같기도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우리에게 잘 맞으면 되는 것을!
천생연분의 연인이라도 살다보면 마냥 좋을 수 만은 없다. 서로서로 마음에 안드는 구석도 보게 되고, 짜증이 욱 하고 치미는 순간도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시간과 일상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한 지붕 아래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 역시 나름 터득하게 된다.
우리는 서로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특히 내가 할 것 아니면 잔소리 하지 않는다. 만약 집이 더럽다고 느끼면, 청소 좀 해 라고 말 하기 보다 느끼는 사람이 치운다. 상대가 한 빨래가 마음에 안들면, 왈가왈부하기 보다 다음엔 본인이 하든지 결과물을 받아들인다.
무언가를 부탁해야 할 때는 최대한 상냥하게 한다. "이것 좀 해줘"가 아닌 "이것 좀 해주면 안되요?"가 훨씬 듣기 좋다. 평소에는 반말을 하지만, 부탁할 때는 경어를 쓰는 편이다. "우리 같이 oo할까?"도 자주 말한다.
예쁘다, 예쁘다, 하면 진짜 예쁜 짓을 한다.
말에는 힘이 있다. 고맙다는 인사와 칭찬은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끌어준다. 닌나 씨의 칭찬이 날 요리 요정으로 만들었듯 말이다. 칭찬을 받으면 더 잘하고 싶고, 보답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니까. 완벽함을 바라기보다 함께 맞춰가는 것에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
"우와, 자기는 역시 금손이야.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
"자기 손이 닿으니 집이 반짝반짝해!"
나 역시 닌나 씨에게 폭풍칭찬을 아끼지 않으려 노력한다. 잘했어요, 고마워요 라고 말할 수록 닌나 씨의 행동은 더욱 예뻐졌다. 우리집에 놀러온 지인들은 하나같이 닌나 씨의 자상함에 반하는데, 이 칭찬들이 쌓여 닌나 씨의손님 접대가 날로 업그레이드된 건 안비밀!
상대가 이유도 없이 미워보이는 날도 있다. 그럴땐 마음의 주문이 필요하다. '그래, 얘라고 내가 뭐 매일 예쁘겠니. 받아들이는거겠지.' 하며 자신을 다독인다. 테라스에 앉아 자신을 돌이키다 보면 세삼 같이 살아주는 닌나 씨에게 고마워진다.
집안일을 함께 하는 것을 뛰어넘어 도맡아 척척 해줘서,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나의 어리광을 받아줘서,
오늘은 특별히 더 많이 고맙다고, 이야기 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