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나 씨 May 24. 2020

어쩌다보니 시골, 어쩌다보니 동거 #16

: 시골마을 홈 카페 오픈 :)  

Ready to order?


우리 둘 다 모닝 커피는 필수로 마셔줘야하는 커피 러버이다. 로스팅된 원두를 사서 갈아서 마셨는데, 그 값도 만만치 않아 최근 닌나 씨는 커피를 볶기 시작했다. 처음엔 너무 덜 볶고, 어쩔 땐 너무 볶아 타버리고 몇 번의 시행착오와 데이터가 쌓이면서 이제는 제법 훌륭한 로스터로 자리 잡았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볶는데 그 때마다 집이 로스터리 카페 냄새로 가득 찬다.  얼마전에 구입한 예가체프는 원두를 갈 때마다 초콜릿 향이 난다.  


커피를 마시기 늦은 오후에는 레몬밤 차를 마신다. 작년에 심었는데 겨울을 버틴 강인한 허브다. 잎이 어찌나 무성하게 자라는지 따다 말리기 바쁘다. 깨끗이 씻어 건조기에 한 시간 정도 말리면 바싹 마른다. 그걸 절구로 으깬 뒤 병에 보관해 틈틈히 타먹는데 생으로 먹을 때보다 훨씬 구수하다. 


그 외 메뉴로는 스무디가 있다. 주인공은 제철과일로, 그 때 그 때 바뀐다. 얼마전 뒷집 순돌이네 아주머니가 주신 아로니아를 2kg나 주셨다. 대부분은 청을 담그고 남은 아로니아는 스무디로 갈아 먹었다. 여전히 떫었지만 괜시리 눈이 밝아지고 건강해지는 느낌적인 느낌이 좋다. 


냉동실엔 작년 주인집이 준 복분자가 남아있고, 집 주위로는 노지 딸기와 산딸기가 자라고 있다. 곧 집 옆 뽕나무에 오디도 열릴테니, 작년처럼 오디 스무디를 부지런히 해먹을 예정이다. 





요즘처럼 테라스를 즐기기 좋은 날씨에는 브런치가 제격이다. 게다가 텃밭에는 상추와 루꼴라, 바질 등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으니 샐러드 거리도 풍부하다. 채소들을 톡톡 따서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을 넣어 섞어주면 샐러드 준비 끝! 빵을 토스트기에 넣고, 계란과 베이컨, 버섯 등을 구워 한 접시에 올리면 제법 근사한 브런치가 탄생한다. 여기에 닌나 씨 표 신선한 커피까지 곁들이면 이태원 부럽지 않다. 


얼마 전 서울에 사는 친한 언니가 직접 구운 깜빠뉴를 보내주었다. 천연 효모를 발효해 구운 건강한 빵이다. 그 정성을 헛되이 할 수 없어 크로크무슈 샌드위치에 도전했다. 그냥 버터를 발라도 되지만 밀가루와 우유, 버터를 볶아 베샤멜 소스를 만들어 주었다. 고급진 맛이 +100 향상 되었다. 


신선한 빵을 잘라 소스를 바른 뒤 크리스마스 때 먹고 얼려둔 수제 햄도 올리고.... 이 때는 텃밭의 채소들이 자라기 전이라 뭐 신선한 맛 없을까 하다 지난 여름 만들어둔 선드라이드 토마토를 올려 오븐에 구웠다. 치즈도 뿌리고, 닌나 씨 샌드위치에는 서니사이드 업 계란 후라이도 올려 크로크마담으로 만들어보었다. 


바사삭, 크게 한 입 베어물고 둘이 마주보고 말없이 엄지 척! 천연효모 유산균 특유의 시큼한 향과 고소한 맛이 씹을수록 입안에 퍼졌다. 



언니가 이번엔 블루베리 깜빠뉴를 보내주었다. 참 고마운 일이다. 달달하게 먹음 더 맛있을 것 같아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기로 했다. 마침 닌나 씨가 편의점에서 얻어온 우유도 있겠다, 캐나다 다녀온 지인이 준 메이플 시럽도 있겠다 딱이었다. 과일을 곁들여 먹는 걸 좋아하는데 냉장고 과일칸은 텅텅. 다행히 엄마가 싸 준 사과 하나가 남아있다. 시럽을 만들고 보글보글 끓여 인터넷에서 본 사과조림을 만들었다. 


계란물에 목욕한 깜빠뉴를 약한불로 천천히 구워주고, 사과조림을 올렸다. 플레이팅 용으로 찬장안에 굴러다니는 마른 블루베리도 몇 알 올려주니 그럴싸하다. 프렌치 토스트는 잘 못하면 질퍽한데, 제대로 겉바속촉으로 잘 되었다. 


솔직히 왠만한 브런치 집 보다 더 맛있지 않아?  둘이 또 신이 나서 자화자찬이다. 


: 프렌치 토스트 & 언니가 함께 보내준 치아바타로 만든 샌드위치 (feat. 감자 스프) :  




기왕 먹는 거 잘 먹기! 기왕 찌는 거 맛있게 살 찌기! 


우리의 모토다. 음식을 하나 먹더라도 대충 때우기보다 기왕이면 잘 차려서 먹자 주의다. 별거 없이 밑반찬 몇 개에 밥을 차릴 때도 조금씩 덜어 플레이팅에 신경쓴다. 물론 사진때문도 있지만, 우리를 다독이는 마음을 담아서다. 비록 월세와 카드값을 걱정하는 현실이지만, 먹기까지 제대로 못 먹는다면 이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정성스레 차린 식사는 각박하고 얄팍한 세상에서 함께라는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탱해주는 영양분이 되어준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오늘도 수고했습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오늘도 사랑합니다-  


: 홈메이드 브런치 & 시금치 프리타타 :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보니 시골, 어쩌다보니 동거 #1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