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기자생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자의 휴식 Jun 06. 2020

기자생활3_#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

"내가 갖고 싶은건 나한테 없는 것"

만물의 진리요 참인 명제다. 기자로서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은 남들이 가진 일상이다.


우선 기자의 하루 루틴부터 보자. 기자의 일상은 대부분 비슷하다(물론 부서나 상황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기자는 회사로 출근하지 않는다. 신문 기자는 하루종일 안들어가는 날이 허다하고, 방송 기자는 제작을 하기 위해 오후 느지막히 마감시간에 맞춰 사무실로 복귀한다. 제작 후 황급히 자리를 뜨는게 암묵적인 룰. 데스크 제외, 평기자 중 현장이나 출입처가 있는 기자들 중 사무실 붙박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때문에 내 자리가 없다. 내 데스크탑이 없고 노트북을 챙겨 바리바리 싸들고 다닌다. 사무실로 복귀했을때 내 자리는 그냥 '빈 곳'이다. 빈 자리 있으면 거기 앉아 노트북을 펴면 그게 내 자리가 된다. 사무실이 없을땐 그게 길바닥이나 계단이 되기도 한다. 사무실에서 신고다닐 지압 슬리퍼라던가 탁상용 선풍기, 가습기 등은 꿈도 못꾸는 실정.


때문에 점심 시간이 없다. 11시 25분쯤, 오늘은 무얼 먹냐며 기대감에 부풀어 팀원들과 논의할 일이 없다. 회사 앞 맛집이라고는 무지하다. 취재원들이랑 가기 좋은 유형별 맛집 정보 정도만 아는 수준. 운 좋으면 여유있게 어디선가 '혼밥' 하는거고 현장이면 삼각김밥이라도 챙겨먹으면 행운이다. 삼삼오오 모여 밥먹고 커피들고 걸어다니는 (사원증은 꼭 목에 걸어줘야한다) 무리가 늘 부럽다.


드라마 '미생'의 동기모임. 컵라면이라도 동기들이랑 점심 시간에 "같이" 먹고 싶다.


때문에 복장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건 좀 아이러니한 의미긴한데, 현장을 돌아다니는 기자는 대개 바지를 입는다. 방송 기자라면 좀 더 갖춘 느낌이 나는 셔츠와 자켓 등이 최소. 흔히 '오피스룩'이라고 하는 화려한 정장, 나풀나풀한 원피스 등은 꿈꾸기 어렵다. 가방도 마찬가지. 노트북에 딸린 충전기 등을 들고 다녀야 하니 보부상마냥 백팩을 들고 다닐 수밖에 없다. 길거리에 후줄근한 복장으로 백팩을 메고 있다면 신문 기자로, 나름 꾸민 회사원인데 등껍질같은 백팩을 메고 있다면 방송 기자로 의심해보라. 작은 가방이나 에코백 어깨에 걸고 다니는 회사원들을 보면 살림살이를 바리바리 이고 다니는 내가 참 안타까울 때가 있다.


정리해보면 나름 '꾸며'볼 수 있는 의상, 내 책상, 여럿이 어울리는 화목한 점심상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런데 반대로 뒤집어보면 내가 말한 기자의 단점은 일반 회사원들에겐 꿈과 같은 일상이다. 사무실로 출근 안하고 회사도 안 들어와, 밥도 혼자서 맘대로 먹을 수 있어, 그깟 백팩 메고 다니는게 뭐가 어렵냐는 반응. 사람은 늘 자기가 가지지 못한 걸 부러워하니까 그렇다. 나는 그들의 사무실의 뻔한 일상이 부럽고, 그들은 나의 자유로운 방랑생활이 기대되는 것. 역시 만물의 진리요 참인 명제다.

매거진의 이전글 기자생활2_#토요일 저녁 스타벅스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