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직업 비하를 해도 크게 욕먹지 않는 직업이 있다. 바로 기자. 기자님에서 기레기로 더 많이 불린지는 꽤 됐다. 애석하게도 내 직업이다. (씁쓸함을 뒤로하고) 막상 어렵게 기자가 되고보니, 실상 기자가 어떻게 일하는지, 어떻게 되는지 잘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 나 역시도 정보가 부족해 늘 허덕이곤 했다. 기자 되는 법 AtoZ 식의 매뉴얼은 아니고 신변잡기적으로 몇가지 QnA를 해보려고 한다.
1. 언론고시가 뭔가요?
이름만 '고시'다. 그냥 신문사, 방송사 입사 시험을 으레 '언론고시'로 뭉뚱그려 말하는 것. 사법고시, 행정고시 처럼 모두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시험 문제를 푸는 시험은 없다. 때문에 일반적인 고시생과는 공부 스타일도 다르다. 정해진 공부 방법도 없고 꼭 풀어야하는 문제집도 없다. 엉덩이 무겁게 도서관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적은 편. 영화를 봐도 여행을 가도 자소서에 한 줄 걸칠 경험이 된다며 여기저기 쏘다니는 고시생들이 많다. 3달 정도 준비하다 바로 메이저 언론사에 합격하는 타고난 글쟁이도 있고, 3년 넘게 주구장창 스터디를 해도 문턱을 못 넘는 사람도 많다. 정량적인 점수로 결정되는 시험이 아니다보니 합격 이유도 불합격 이유도 찾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관문이다.
2. 기자는 술 많이 마시겠네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일반 회사에 비해서 업무상 마셔야 할 일이 많기도 하지만, 영업이나 홍보 등 다른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편. 좋아하는 사람은 옳다구나 일이거니 하고 많이 마시는거고 못 마시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안 마셔도 된다. 입사 이래 술을 강권받은 경우는 손꼽을 정도. 회사 내부에서도 조심하는 분위기고 홍보팀이나 출입처 분들을 만나도 케바케, 사바사다. 단, 부어라 마셔라 하는 흥이 좋고 그 속에서 빛날 수 있는 분위기 메이커라면 기자라는 직업을 매우 추천한다.
3.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봤는데 수습기자 진짜 힘들어요?
정말 힘들다. 수습기자 에피소드는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풀 예정이다. 물론 모든 수습 과정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사회부 사건팀에서 시작한다. 경찰서에서 경찰들을 만나 사건들을 물어오는 '마와리' 과정을 거친다. 비슷한 용어로 '하리꼬미'라는 건 그 마와리를 밤새서 하는 행위를 뜻한다. 보통 새벽녘에 경찰서 2진 기자실에서 눈 좀 붙이고 다시 쳇바퀴 일상을 반복하는 거다. (마와리=일본어로 '돌다'는 명사인데 한국에서 요상하게 기자 용어로 쓰인다. 하리꼬미=일본어로 경찰들이 하는 '잠복수사'를 뜻하는데 더 요상하게도 밤새는 마와리를 뜻한다.) 어찌됐든 무지 힘들고 정말 극한의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수습기자의 '수'는 짐승 수 자를 쓴다는 사실...인간이 아니다.
4. 캡, 바이스 이런 직책은 뭔가요? 왜 부장 '님'이라고 안해요?
캡은 사회부 사건팀의 중간 관리자를 의미한다. 바이스는 캡 아래 구성원들을 챙기는 일종의 '살림꾼'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둘다 서울지방경찰청(시경)을 출입하며 사건사고를 취재한다. 스포츠, 국제, 경제부 등 타 부서에는 없다. 언론사는 선배 '님'이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다. 고로 부장, 차장도 '님'자 빼고 모두 그대로 부른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우 익숙해진다. 선배께 대들거나 화낼때 살짝 용이하기도... 예) 아 부장! 진짜!... 하지만 일반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보기엔 매우 충격적인 호칭이라고 한다.
5. 기자 진짜 힘들다던데
정말 힘듭니다. 하지만 어떤 직업이라고 힘들지 않겠어요 이 글을 보는 모두들 각자의 사회생활을 응원합니다 빠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