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9
여행기간 : 2016.1.9~1.10
작성일 : 2017.4.3
동행 : 영상팀 후배들과
여행컨셉 : 비박 캠핑
가지산, 운문산, 능동산, 재약산, 천황산, 고헌산, 백운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우리나라의 하고 많은 산들 중에서 큰 대(大)로 벌어진 준봉들의 능선을 "알프스"라 칭한다. 그리고 올라 본 사람들만 그 이유를 안다.
15년 전 처음으로 영남알스프스를 접한 후, 얼마전에 신불재 비박과 백운산 당일 등산까지... 아직 전체 코스를 다 둘러보지도 못했다. 아낀다고나 할까^^
이번에 후배들과의 산행 코스는 제5구간과 제1구간이다.
산행이 익숙치 않은 녀석들이라 제일 쉽고, 재밌다고 정평이 난 무난 코스를 택했다. 최대 걱정이래봐야, 한 겨울 비박이라는 건데... 아직 젊으니까 뭐.
첫 집결지는 남양산 지하철역.
원래 아침에 잘 못 일어나는 놈들이지만 이날 만큼은 다들 늦지 않고 도착했다.
우리 마눌님이 남자 세 명을 픽업해서는 배내터널까지 다이렉트로 실어다 주었다. 뭐 이쁜 짓 한다고^^
끝이 없는 듯한 나무 계단으로 배내봉까지
화창한 날씨에 쨍한 하늘과 투명한 공기... 너무 좋다. 산이야 뭐 날씨가 어떠한 들 좋지만, 이렇게 상큼하고 뽀송한 날은 참 설렌다. 배내고개 해발고도가 이미 몇 백미터는 되기때문에 이렇게 출발하면 오르막이 그렇게 어렵지 않고 배내봉부터는 거의 능선이라 선경을 즐기기만 하면 되니 뭐, 말이 등산이지 산보나 다름없다.
다만, 배내터널 초입부터 배내봉까지 데크 계단이 끝도 없이 놓여있어서 그게 좀 짜증이 나지만...
혹시 이 코스가 너무 지루하고 힘들면, 배내고개에서 배내골 방향으로 조금만 더 가면, 사슴농장이 있는데, 그쪽으로 올라도 된다. 해발고도는 조금 까먹지만 계단길을 싫어하는 사람은 더 낫겠다.
날씨가 이래도 되는 건가 싶게 찬란한 날. 계단을 다 오르고 한 컷.
처음 온 녀석들을 위해서 촌시런 컨셉으로 한 장씩 기록 남겨주니, 나도 한 장 박아준다.
도심 지역의 스모그만 빼고는 가시거리도 너무 좋은 날이다.
부산은 그나마 한쪽이 바다로 뚫려있기도 하고, 바람도 많은 편이라 분지인 서울 등의 대도시보다는 늘 공기질이 괜찮은 편이다. 그래서 청명한 날도 많다.
근데 영남 알프스나 천성산을 올라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공기가 어떤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안개낀 것처럼 불투명한 막이 감싼 곳은 모두 대도심 지역,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이다.
멀리 오른쪽에 울산 문수 쌍봉도 보인다.
너덜 구간의 즐거움
배내봉부터 간월산까지는 관목들과 아기자기한 바위 마루를 지나는 코스라 간간히 뚫린 곳과 호젓한 숲길을 지나게 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간월산이다. 뽀족뽀족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정상.
후배놈들은 벌써 지친 기색이다. 뭐 이제 숙영지까지는 얼마 안 남았다고 말해보지만 별로 믿는 눈치는 아니다. 진짜 얼마 안 남았는데^^
간월산에서 살짝 왼쪽으로 꺾는다는 기분으로 내려가야 한다.
^^ 저렇게 하고 있을 때 찍어달란다. 좋을 때다~
가시거리가 참 좋은 날이다. 멀리까지 영남알프스의 준봉들이 쭉 늘어서 있다.
언제 찍었는지... 나도 한 장 담아 준 착한 놈들^^
알프스의 진면목, 억새평원
그렇게 마지막 한 고비를 넘으면,
아래 억새밭이 펼쳐진 간월재가 시원하게 눈에들어온다.
저렇게 하고 있을테니, 또 찍어달란다^^
이렇게 고생해서 얻은 멋진 풍경속에 자신을 끼워서 기록으로 남겨야 하니 당연 걸음이 더디다. 한참을 앞서가다가 후배들이 쫓아 오지 않으면, 필경 사진 찍기 삼매경일 터.
고개 아래에서 기다리면서 한 두장씩 담아줄 여유는 충분하다.
간월재 초입, 억새밭이 시작되는 지점 고개마루에 설치한 데크다. 데크 크기를 봐서는 전망대보다는 캠핑 텐트 설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만, 우리나라 특히 간월재에서의 캠핑은 불법이니... 용도에 맞지 않을 사이즈라 해야하나...
산 위의 억새평원은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초록의 나무군락과 함께 다양한 색감만으로도 이미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이다.
딱 그때 우리 머리 위로 맹금류 한 마리가 정지비행 중인 게 보였다.
바람 많은 능선 위에서 저리 능숙하게 기류를 타는 걸 보니, 부럽다. 반복된 훈련의 결과일 꺼고, 그에 앞서 그런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신체 구조와 근육을 가진 아름다운 피조물이라는 게 늘 놀랍고 부럽다.
땅 위의 쥐라도 한 마리 발견한 건지, 우리가 간월산장에 이르는 동안 계속 정지 비행을 하던 녀석은 순식간에 목표물을 향해 내리 꽂히더니 뭔가를 채어서는 날아갔다. 대단타~
우리가 내려온 길이고 간월산장부터 평평하고 넓은 나무 데크를 깔아두었다. 15년 전에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때는 걷기에 바빠서 눈여겨 보지 않아서 그럴지도...
우리 간월재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간월재는 차량이 다닐 수 있는 임도가 나 있다. 배내골쪽으로는 우리가 출발했던 배내고개까지 이어져 있고, 화장실을 중심으로 신불산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갈림길로 나뉜다.
간월산장에서 반대쪽으로 난 길을 조금만 내려가면,
샘터가 있다.
점심 메뉴는 간단하게 라면.
원래 라면같이 가벼운 비상식량은 건 아끼다가 하산 직전에 먹는 게 좋은데, 이놈들 무조건 라면을 먹겠단다. 방금 길어 온 물에 라면을 끓일 참인데...
아직 이른 시간인데, 벌써부터 텐트를 치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고, 간월산장에서 관리자 한 분이 나와서는 당장 철수하라고 한다. 그 전에도 비박의 성지로 유명한 간월재였지만, 몇 년 전 1박2일 팀이 여길 다녀가면서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몰려왔고, 그래서 훼손도 심해진 덕분이리라.
그렇다고 비박 장비 짊어지고 올라 온 사람들이 급하게 걸음을 재촉해서 내려가야 한다면 너무 억울한 일인데... 다행인지 아닌지 관리자분들은 5시면 퇴근을 하신다.
다들 그렇게 암암리에 텐트를 치려고 데크에 앉아 죽치고 있다.
우리도 눈치가 좀 보이긴 했으나, 워낙 허기진 상황이라 데크 바로 아래쪽 땅위에 쪼그리고 앉아 라면을 끓인다.
사진 찍겠다고 해도 관심도 없다^^
어지간히 고팠나 보다.
맑은 오후 햇살 속에서 끼니를 해결하면서 느끼는 충만감이란...
후배들도 그런 걸 느꼈을까? 그냥 괜히 따라왔네 했을지도^^
여유롭고 포곤한 노란 햇살 아래 한때를 그렇게 보낸다... 싶었는데 데크 아래에 먼 눈 돈이 굴러다닌다. 아니 퇴계 선생이 이런 곳에서 노숙하고 계시다니...^^ 얼른 챙겨서 주머니에 모셨다.
이제 한 고개만 오르면 신불산이고 그 아래 재에서 오늘 밤 한 몸 눕힐 계획이다. 거리로는 정말 짧다.
신불산까지는 나무도 없이 억새만이 장악한 외길을 따라 가면 된다. 중간에 나무 데크로 전망대가 있는데, 누구나 반드시 쉰다. 빼어난 포토존이니까.
우리가 한 장.
신불산, 신불재
신불산 정산에 거진 다 왔다.
멀리 영축산(예전엔 영취산, 취서산이라 불렀는데, 이번에 보니 영축산을 표기되어 있다)까지 한 눈에 보인다.
간월산처럼 뽀족바위 정상이지만, 간월산보다 정상 위가 아주 넓다. 오른쪽에 보이는 봉수대 돌무지는 얼마 전 다시 올라보니, 파손이 되어 있었다. 태풍 때문이리라.
대원들의 몸짓은 현저히 느려진 상태고, 그림자 길이도 늘어질데로 늘어져 있다.
이렇게 가는 곳마다 표지석마다 사진을 다 남기면서도 아쉬워서(얼마나 고생해서 올랐겠나?) 계속 사진을 찍어댄다.
그럴 때마다 나도 먼저 내려가서 이 녀석들이 담긴 풍경 로우샷을 잔뜩 찍어 줄 수 있긴 했지만.
샘터 산장에서 비박
한 놈은 이번에 급하게 배낭을 구입했지만, 한 녀석의 배낭은 내꺼다. 그리고 왠만한 장비들은 다 내꺼를 들고왔다. 집에 침낭은 겨울용 우모 하나에 나머지 모두 여름용이라서 옷 두툼하게 가져오라고 했더니, 핫팩도 몇 개나 들고 왔다. 충분하지는 않아도 얼어죽지는 않겠구나 싶다. 그래도 신불재 능선의 바람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비박지는 약간 아래쪽 샘터로 잡았다. 물이 바로 앞에 있으니 편하기도 하고...
이러려고 이고 지고 온 거니, 과하게 많이 준비한 삼겹살과 소주, 맥주 총 출동해서 흡입 삼매경.
젖은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그냥 말렸더니 한기가 싹 들려 했는데, 배 든든하니 추위는 좀 가셨다. 그제야 멀리 도심읠 불빛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초저녁일 저 아래의 삶과 달리 우린 오늘 아주아주 일찍 잔다. 올빼미족인 후배들은 난감해 하지만, 겨울산에서 해지면 사실 먹는 거 말고 할 게 없다. 내일은 영축으로 해서 바로 내려가면 되는 지라 큰 걱정은 없지만, 이 술 좋아하는 녀석들 내일 걱정에 술도 많이 안마시고...
어쩌는 수 없니 취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