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철인3종 참가기

2015.10.10

by 조운

여행기간 : 2015.10.10
작성일 : 2017.3.23
동행 : 철인들
여행컨셉 : 대회 참가






포항 영일대 인근 1박


뜬금없이 가잔다.
연습은 커녕 요즘 자전거도 잘 안 탔고, 2km 이상 달려 본 것도 언제인가 싶은데... 괜찮단다.
수영이야 1.5km 정도니까 뭐, 비록 핀 위주로 하지만 주말마다 바다수영은 쭉 해 오던 거니까 그렇다고 쳐도 마라톤을 준비없이 한다는 건 좀... 그래도 괜찮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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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님들의 꾐에 빠져 어느새 참가신청을 해 버린 나^^
날짜가 다가와도 어느 누구 달리기라도 한 번 연습하자는 말도 없다.
대회 전날 네 명의 남정네가 포항 북부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사진은 구리지만 날씨는 그런대로 좋았다.




최근에 이름이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바꼈나보다. 영일대라고 바다 위에 누각을 지어놓았다. 거기로 가는 다리가 길게 뻗어서 포토존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IMG_1951_wide1080mark.jpg?type=w773 영일대를 배경으로 한번 더...


총각시절 울릉도로 무전여행을 떠날 때 해수욕장 옆 여객터미널에 한 번 온 적이 있다. 북부해수욕장은 포항의 위쪽 끝부분인데,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서 허허벌판에 가까웠다는 기억이 있는데... 해변 라인을 따라 완전 번화한 거리가 들어서 있었다. 허기야 그게 벌써 10년도 넘었으니...

통영대회때의 쾌감을 다시 느낄 수 있겠다는 기대도 되었지만, 전혀 준비가 안된 몸상태가 걱정도 되고... 그런데 이럴수가!!
꾀었던 요산요수, 릿지행님 두 분은 출전을 안 한단다. 허걱!
본인들은 선수로 온 게 아니라 심판 수련 과정으로 현장 수업차 왔다고...ㅜㅜ
취미사마 행님과 나만 출정인 걸 왜 이제 얘기하냐고요~~~
내가 안 따라올까봐 말을 안했단다. 어이가 없다^^
그래도 어쩌는 수 있나? 여기까지 왔으니... 대회비 날리기도 아깝고...

코스도 잘 모르고, 남해보다 거칠 것으로 예상되는 동해바다도 걱정이다. 영일대해수욕장이 토끼꼬리 안쪽이라 완전 외해는 아니지만 그래도 동해니... 도착하고 파도를 살피니 역시나 힘이 넘친다^^ 내일 죽었구만..쩝
행님들이 심판 견습이라 주최측에서 숙소를 배정해 뒀다.
포항도 대도시니까 통영보다야 사정이 나은 편이겠지만, 갑자기 몰려든 참가자들 때문에 인근 숙소는 완전 북새통이고 미리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노숙도 감수해야 한다. 10월에 노숙이라... 그러고 다음날 트라이애슬론이라... 그런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포항 철인 대회는 개최하게 된 게 얼마되지 않는다. 이 대회까지 3회 대회였으니...
그리고 보통 봄에 개최하는데, 메르스의 영향으로 미뤄지다가 이렇게 깊은 가을에 개최하게 되었다. 올해 철인대회들은 이렇게 일정을 하반기로 이동해서 개최한 곳이 많다.
숙소는 대회장에서 그렇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이었고, 넓었다. 두 명이 지내는 곳에 끼어서 4명이 투숙을 했다. 어느 대회나 이런 건 보통 흔한 풍경이니까... 그리고 이렇게 자면 꼭 밤새 코 고는 분들이 꼭 있다. 이건 법칙이다.ㅜㅜ




철인대회 직후 정형외과? 아니 정형외과 예약 후 대회 참가^^


대회때 마다, 그냥 자기 뭐하다고 한 잔만 하며 비운 맥주, 소주들과 밤새 코 고는 소리에 뒤척여서 컨디션 엉망인 채로 아침을 맞는다. 이것도 법칙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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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파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비슷한 수준이다. 멀리 포항제철과 영일대가 다 나오게 굳이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해서 한 장 박았다.
언제부턴가 우리가 남기는 모든 사진은 증명사진이 되어가고 있는 듯한...

신생 대회고 대회 일정도 옮기고 해서 많이 참여하지 않았을 줄 알았는데, 통영만큼은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많다.
마라톤 같은 것에 비해 전국 대회의 횟수가 기본적으로 몇 개 없기때문이리라. (최근 들어 철인대회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추세긴 하다. 가장 최근엔 양산대회까지)


384185_788438_733.jpg?type=w773 출처 : 경북매일신문


부저가 울리면 다들 저렇게 전력질주한다. 그리고 곧 저 중에서 1/3 정도는 도로 나온다^^
취미사마 행님은 정말 취시마사 하신다는... 늘 연습없이 오신다. 그러곤
'전국 대회마다 참여하는 게 그게 연습이다'라고...
그와 나는 부저가 울리자 설렁설렁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치열하게 물보라를 튀기는 사람들이 그나마 좀 드문 쪽으로 가서 코스를 삼았다.
대회마다 수영 부문 라인은 제각각인데, 포항 대회는 반환점이 없고 바다 쪽에 부표를 두개 설치해서 삼각형 모양으로 원점회귀 하도록 해 뒀다. 동해가 거치니까 너무 멀리까지 보낼 수 없다는 판단일 테지만 두 부표를 인코너 돌려는 사람들끼리 부딪히기도 하고 다치는 경우도 많이 발생했다. 기록 인증을 위해 챔피언 칩을 특정 부위에 갖다 대어야 하니까 거기서도 또 북새통. 선수들을 분산시키는 코스가 좋은데 아직 거기까지 고려하지 못한 신생 대회의 한계가 아닐까라고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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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자전거 마저...
나를 추월해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경험이란 참... 안장을 약간 앞쪽으로 배치해서 그런지 강점이던 오르막에서도 맥을 추지 못했다. 전복 사고로 찢어진 카본 프레임을 다른 것으로 바꿨고 그게 약간 컴팩트하게 나온 거라서 지오메트리가 달라진 것 같았다. 평소 연습을 좀 했더라면 장거리에서의 불편함을 알았을텐데, 대회에 나와보니 느껴졌다는... 다 핑계다. 몸 등급이 저질로 떨어진 거지 뭔 이유가 있겠나^^

영일대를 북쪽으로 지나 새로 조성한 넓은 도로가 코스가 되었는데, 길이가 너무 짧아서 여러 바퀴를 돌아야했다. 4바퀴를 돌고 나가면 되는데, 양 끝 턴 지점에서 챔피언칩을 인식할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다. 근데 고작 4바퀴 돌면서 헷갈린다. 자전거를 40km 정도 타면 자연 무념무상이 된다. 내가 몇 바퀴 째인지 진짜 헷갈린다. 실제 한 바퀴 덜 돌고 골인해서 기록 인정이 안된 사람도 있고, 취미사마 행님은 심지어 5바퀴를 돌고 들어왔다. ㅎㅎㅎ


8P8B8722.jpg?type=w773 출처 http://blog.daum.net/bori-yo/5335


여튼 겨우겨우 중간 정도의 성적으로 자전거를 마치고 바꿈터로 왔고, 마라톤은 그냥 마음을 비우고 산책하듯 돌았다. 그래도 어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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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정형외과는 무조건 가야하는 거니까. 이것도 법칙이다^^

통영대회때는 죽자고 달려서 거의 한 달간 치료를 했지만, 포항대회는 그나마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달려서 하루 정도 치료하고 나니 걸어다닐만은 했다는...

이럴꺼면서 왜 그 짓을 하냐고 주위에선 혀를 차는 사람들이 많다.
답은 카타르시스.
2015.10.9까지의 나와 그 다음날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마치 <<고스트인더쉘>>에서 "쿠사나기"가 새 몸을 얻듯이 말이다. 아니 그 보다 더 신비로운 경험이다. 정신까지도 리셋되는 듯 하니까.

더 나이가 들어 이젠 아예 참여할 의지조차 없어지기 전까지라도 인근 대회들 안 빠지고 꼬박꼬박 참여할 수 있음 좋겠다. 취미사마 행님처럼 정말 취미삼아 하는 경지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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