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따라, 천성산~낙동강 6 : 어린이기자단과 천성산

2017.4.22

by 조운

마을 서점에서 아이들과 천성산 물길을 밟고 싶다 연락이 왔다.
심지어 5, 6학년들이고, 마을 잡지를 발간하는 '기자'들이란다. 이제 드뎌 언론의 주목을 받는 건가?^^




여행기간 : 2017.4.22
작성일 : 2017.11.22
동행 : 어린이기자들과
여행컨셉 : 동행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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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결지는 언제나처럼 내원사 매표소 앞.
영성식당에선 갓 따낸 굵은 죽순을 내다 놓고 팔고 있다. 벌써 완연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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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나눠타고 원효암까지 오른다.
물이 이동하는 방향대로 같이 움직여 보는 게 관건이라 힘들게 산을 오를 필요는 없는 프로그램. 그래서 아이들이 참여하기에 크게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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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만 봄이고, 여긴 아직 멀었나 싶게 살랑한 바람이 분다.
오늘따라 가시거리가 좋아서, 법기수원지부터 그 너머까지 쭉 펼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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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에는 어디나 저렇게 고압송전탑이 횡으로 종으로 가르고 있구나. 밑에선 잘 안보인데, 산에 오르면 온 산이 송전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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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많기로 유명한 천성산. 스님이 남겨둔 수제작 플랭카드는 귀퉁이들이 떨어져 나가고 없는 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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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봉(천성산 정상).
풀도 자라지 않아서 등산로 말고도 아무데로나 통행하고, 그러니 더욱 풀들이 안 자라고...
보다못해 스님이 며칠에 걸쳐 저 나무들을 옮기고 땅에 박아 울타리를 쳤단다. 삐뚤빼둘 모양은 우습지만, 간절함이 전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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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는 과거 군부대가 있던 자리라 평지로 된 원효봉 정상까지 이어진다. 여승 두 명이서 이 정도라면... 상당히 고생하셨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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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만들기 시작했다는 돌탑. 아직은 원으로 돌만 하나씩 놓은 것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차츰 형태를 갖춰나가다 서서히 탑 모양새를 갖추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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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쟁을 위한 미사일 기지 자리 위에 평화와 생명을 기원하는 상징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스님의 설명을 듣고 인근에서 돌을 가져다가 점선을 실선으로, 얇은 선을 굵은 선으로 바꾸고 있다. 생각보다 재미있어한다. 각자 자신들의 작은 몸짓이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 지를 그려보는 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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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모두 회수하지 못한 지뢰때문에 곳곳에 철책이 드리워져 있지만, 그 너머에 오는 봄소식까지 막지는 못한다. 진분홍의 철쭉 무리는 경계없이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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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 흙만 보면 메마른 땅으로 보이지만 살짝 표면만 겉어내면 늘 시커멓게 축축한 속살을 드러내는 천성산. 봄냄새를 못 이기고 고개를 쳐드는 놈들이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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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처음본다 그런다. 붓꽃. 이렇게 아름다운 모양과 무늬를 고작 하루나 이틀만 자랑하고 끝내는 삶이지만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허투로 아무렇게나 무늬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짧지만 최선을 다해 피었다가 지는 게 아이들 눈에도 보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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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벌을 지나다 홍룡폭포로 내려오는 방향으로 꺾는다.
내려오는 길에 산불에 그을린 나무들이 눈에 많이 띈다.
몇 해 전 산에 큰 불이 났는데, 민가 근처에서 시작한 불길은 천성산 꼭대기를 향해 산을 치고 올라갔다한다. 이러다간 산 하나를 홀라당 다 태워버릴 것 같은 기세에 발을 동동 구르던 스님들.
마을의 한 노인이 그랬단다.

정상까지 올라가서는 꺼질테니 너무 걱정은 마소.

노인의 예언대로 헬기까지 동원되어 불길을 잡으려 노력해도 산꼭대기를 향해 삽시간에 번지던 불길은 정상에 오르자 더 이상 산을 넘지 않고 끝나 버렸다 한다.
불길의 규모에 비해 큰 피해는 없었다. 워낙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바람에 나무 외피는 그을렸지만 속까지 다 타버리진 않았고, 정상에서 마치 맞불을 놓은 듯 딱 멈춰주니 짧은 시간에 타올랐다 꺼져서 그렇단다.
우리가 걷는 내리막길이 워낙 가파른 탓에 불길 속도가 빨란 덧 것이도, 동해에서 불어오는 축축하고 강한 바람이 방패가 되어 불이 산을 넘지 못하게 다스린 탓이다. 물이 많은 산의 특징, 품고 있는 물 뿐 아니라, 공기속의 물도 많은 산의 특징 덕에 큰 불이 나지 못한다는 것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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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 이후 따로 조림사업을 했는데, 스님은 산의 식생이나 특성상, 적응하기 힘든 나무를 심어서 실패했다고 혀를 차신다. 작은 나무들이 말라죽어 있는 건 대부분 그때 조림사업으로 심어진 나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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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인다. 아이들은 별로 지친 기색이 없는데, 같이 온 선생님 두분은 거의 실신상태.
아이들이 자연을 만날 준비와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그걸 같이 보여줄 준비가 덜 된 게 아닐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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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봐도 수량의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홍룡사의 폭포는 바로 천성산이 가진 풍부한 수량을 반증한다.

그렇게 산행을 종료하고 용연천이 양산천과 만나는 지점까지 걷고는, 양산천, 낙동강은 차를 타고 중요한 지점만 찾아간다. 우리 프로그램의 핵심 과제는 선생님들이 지치지 않고 끝까지 잘 버틸 체력을 기르는 것이 아닐까 싶은...^^

두 주 정도가 지나 서점에서 발간한 잡지가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꼬마 기자들이 그날 만났던 천성산과 강에서 보고 느낀 것이 그대로 살아서 전해진다. 우리도 언론 탔다는 기쁨과 함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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