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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Sep 03. 2018

발리-대만 대가족여행 11> 대만 바이~, 발리 하이?

2018.1.6


대만 여정을 마치고 이제 비행기만 타면 발리~.
김해공항에서 항공 예매자와 여권 성 스펠링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그 난리를 겪고 난 이후, 비행기를 타러 가는 게 설레는 게 아니라 공포... 일종의 트라우마^^


 




여행기간 : 2018.1.4~1.13
작성일 : 2018.8.7
동행 : 대가족 3대, 11명
여행컨셉 : 가족 여행








어제 미리 타이베이역 국광버스 탑승장도 확인해 놓았겠다, 숙소에서 여기까지 걸어서 10여 분. 
홀로호스트는 홀로 오나 여럿이 오나 참 친절하고, 아침 식단도 그정도면 괜찮은 편이고 무엇보다 타이베이역과 제일 가깝다고 할 수 있는 포지션에 있긴하다.
딱 하나 룸 컨디션이... 그래서 그닥 추천하고 싶진 않지만 덕분에 잘 쉬어놓고 인색하게 평가하니 좀 미안하네^^

 


타오위안 공항과 타이베이역을 오가는 1819버스 요금은,
성인 왕복 230대만달러, 어린이는 편도 62대만달러.
어른들은 왕복이 되지만, 애들은 편도만 끊을 수도 있다.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장기여행자들의 경우 여행하는 중간에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해버릴 수도 있으니 이렇게 정한 게 아닐까? ㅋㅋㅋ 아님 말고...

여튼 아침에 꼬맹이 5명 티켓을 따로 끊고 출발한다.



USB충전 단자~
대만은 이런게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은 건가보다. 중화항공 여객기 안에도 각 좌석마다 이런 게 있었는데, 국광버스에도 마찬가지다.



발리 여정을 마치면 물론 다시 타오위안 공항에 잠시 들렀다가 가게 되지만, 공항 내에서 간단하게 요기만 하면 되고...
거진 환전해 간 대만달러 다 썼지만, 약간 여유가 있을 것 같아서 뭔가를 산다.
그래도 대만 왔으니... 펑리수와 누가크래커^^
실은 펑리수라는 게 대만에서 유명한 과자인 줄도 몰랐는데, 예스허지 투어버스를 이용하면 서비스로 하나씩 나눠줘서 존재를 알았다. 전병안에 앙코로 파인애플이나 크랜베리 같은 게 들어서 고급스런 쿠키 같다. 먹을만 하다.



항공기가 크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용해 보는 대만국적의 중화항공은 영문 성 몇 글자 다르다고 야박하게 굴긴 했지만, 그 외에는 모두 마음에 든다. 좌석 크기며, 직원들 서비스며,



아이들을 위한 요런 디테일한 소품들 준비까지...

한국에서 대만올 때는 꼬맹이들한테 트럼프 카드를 한 벌씩 나눠주더니, 이번엔 색칠놀이 세트~ 

가끔 놀음도 하고 그러다 예술도 하고... 인생을 가르쳐주는구나^^
지난 번 보다는 건전하지만, 역시 놀음보단 인기가 없더라는 ㅋㅋㅋ



오우~ 이번엔 앞 좌석 하단부에 USB충전이 아니라 아예 전자제품 플러그를 꽂을 수 있는 단자가...



 






발리 아궁산의 위용


발리가 멀긴 멀다.
5시간 넘게 비행기를 탔다. 인천에서 직항으로 가도 7시간 비행이니 뭐...
멀리 아궁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실은 개장 이후 조금씩 상승하던 발리브라더의 매출이, 하루종일 취소 문의나 요청으로 정신없던 어느날부터 가파른 하향 곡선을 달리더니 정말 뚝 끊겨 버렸었다. 문재인 정부가 나서서, 전쟁포로 귀환 작전 방불케 하던 발리 대탈출 버스 행렬이 이어지고... 전화 폭주하던 그날이 발리 아궁산에서 연기가 치솟던 바로 그날이다.
그렇게 다시 바닥을 친 발리브라더가 올해 다시 살살 살아나는가 싶더니...
불과 얼마 전이다, 다시 한 번 연기가 피어오르는 바람에 하루긴 해도 항공 운항이 전면 중단된 적이 있었다. 그때만큼의 영향은 아니라도 계속 "불의 고리"가 관통하는 발리가 불안한 건 사실...

우리가 1월에 여행을 갔으니까, 사실 대만 경유 노선을 그렇게 어렵게 구하지 않았어도 한창 화산이 분출하니 마니 할 때 다시 직항 노선을 찾았으면 쉽게 잡을 수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심지어 1월에 발리 간다니, 주위에서는 하필 왜 그렇게 위험한 곳으로, 그것도 부모님까지 모시고 식구 전체가 가려 하냐며 적극적으로 말리던 사람도 있었으니...

다행이지만, 아궁산 위로 연기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 화산이 폭발하거나, 용암이 흘러나오진 않았지만, 화산재가 섞인 연기만으로도 항공기 운항은 중단되어 버린다. 화산 연기 성분이 항공기 엔진에 치명적이라고.



주위의 우려와는 달리, 거칠 것 없는 "쨍함"이 안심을 준다.

고작 이틀을 보내 놓고 대만한테 이런 말 하긴 미안하지만, 대만 겨울 날씨는 너무 우울했다. 
그렇게 흐리고 비가 오더니 우리가 대만에서 출발하는 날은 그나마 날씨가 좋았다. 아는 지인이 우리가 대만을 떠나는 날, 대만으로 놀러와서 며칠 있다 갔다는데, 글쎄 비가...
한 방울도 안오고 무진장 날씨만 좋았단다 ㅋㅋㅋ 
인생 복불복이지, 뭐... ㅜㅜ 

어딘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울루와뚜 절벽에서 봤던 맥주거품과 옥빛바다의 조합을 닮았다. 발리 맞구나^^

 


비행기는 딴중베노아 위를 날아서, 

 


누사두아와 공항을 연결하는 바다 위 고속도로를 지나, 



바다에 절벽처럼 붙어 있는 활주로로 무사히 내려 앉는다.
엥? 근데 날씨가... 하늘에서 볼 때랑은 좀... 뭔가 불안이 엄습해 온다.
대만에서 그리 고생을 했는데, 발리까지 이러면... 슬슬 불만이 터져나올 지도 모를 상황인데...
몰라~~ 인생 복불복이지.



여전하다.
입국장 바깥에는 빼곡하게 가이드들이 네임보드를 들고 서 있다.



발리에는 보통 달러로 환전해서 오는데, 입국장 나서면 바로 환전소가 있어서 큰 걱정은 없다.

바깥 시세보다는 약간 불리하니까 당일 숙소까지 가는데 필요한 비용 정도만 루피아로 환전하면 된다.




우루루 서 있는 가이드들 뒤로 청사 대합실 공간 한쪽에 카페가 있다. 
발리브라더가 공항 미팅 장소로 안내하는 칸틴카페.
어떻게 이렇게 바로 보이는 카페를, 그 새벽에 못 찾겠다고 연락하는 분들은 뭐지?^^
그래 이해한다. 여행가서 가장 두렵고 당혹스런 때가 바로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수속을 마친 직후인 법.
인지부조화가 상당히 심한 순간이니까 ㅋㅋㅋ

"여긴 어디? 난 누구? 이제 뭐부터?" ㅋㅋㅋ




어떤 아가씨가 한사람 한사람 목에 꽃 목걸이를 걸어준다.
마중 나온 우리의 가이드, 아르미안이 준비한 첫 선물^^
발리 공항에는 그렇게 꽃 목걸이만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꽃파는 처녀"들이 많다. 보통은 가이드들이 개당 얼마씩 주고 고객들 목에 걸어달라고 산다. 
말라고 이런 거 준비했냐고 그랬는데, 
부모님들은 타국땅에 내리자마자 누군가로부터 환대받는 느낌이 좋았던가 보다. 두고두고 그때 목에 건 꽃목걸이 얘길 하시더라는... 호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런 게 또 어르신들에겐... 

살짝 서글픈 생각도 든다. 환대받는 경험이 점점 줄어드는 연세가 되신 게 아닌가하는...

누구나 아는 공인이나 유명인이 아니면 나이 들어 환대를 경험하려면 세련된 옷매무새, 결국 돈이 든든해야 하는 법인가보다. 

평생을 가난하게 사신 부모님들에겐 이런 작은 환대가 두고두고 오래 기억 남는구나, 

발리를 정말 좋은 여행지로 꼽는데 이 순간을 맨 먼저 꼽으실 정도로 낯선 곳에서 환대를 경험하신 적이 별로 없었구나 싶은...


어쩌면 그래서... 하루에 도대체 몇 개나 팔겠나 싶은 그녀들이 계속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어떤 수요층이라는 게 있겠구나 싶기고 하고... 

뭐 이래 다 서글프노 ㅜㅜ




공항에서 출발해서 우리가 제일 먼저 간 곳, 아니 한 것은?
마사지다.
발리 최고의 마사지 쁠랑이^^ 감히 장담한다~ ㅋㅋㅋ
저번에 발리에 왔을 때 총 네 번 각각 다른 마사지샵에서 서비스를 받아봤는데, 단연 마사지사들의 실력은 쁠랑이가 최고였다. 왠지 이름이 좀 촌스러운데 무지개를 뜻하는 발리말이라고.
 
발리 오자마자 마사지? 라는 딸과 며느리의 반응 가볍게 물리치고 강행~
발리는 방금 도착했지만, 집 떠난지는 벌써 이틀이나 지났으니... 피로부터 풀고가자는 센스랄까?
만약 쁠랑이 마사지 받아보고 좋다하면 매일 받자고 제안했다. 
이 좋은데 여행와서 하루 2시간씩이나 매일 누워서 보내는 게 다들 그다지 맘에 들어하지 않는 기색이었는데,
결론적으로 우리 일정 내내 발리에서 마사지 안 받은 날은 하루도 없고, 그 중 숙소가 너무 멀었던 날과 관광지에 딸린 마사지샵에 들른 날만 빼고 전부 쁠랑이를 찾았다는... 내가 장담한다 그랬지?

고급스런 인테리어가 더 중요한 사람들에겐 별로일지 모르지만, 한 번 받아보면 중독된다. 
마지막날 출국 전에 쁠랑이를 찾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첫째날 오지 않은 걸 후회하는 바로 그런 실력^^
발리브라더에서는 왠만하면 중복되는 상품은 선별해서 하나만 디스플레이 하자는 주의인데, 쁠랑이는 아직 인지도가 낮아서 그렇게 많이 찾지 않지만, 절대 내릴 수 없는, 발리에서 사랑하는 곳 중에서 하나이다.
사장님한테 인테리어 조금 더 신경쓰고 요금을 좀 더 올려라고 해도, 씨도 먹히지 않는다. 
"다 필요없어요. 종국에 알아주는 건 실력이더라구요~"
뭣보다 사장님의 지조가 맘에 든다.

어른들이 2시간씩 마사지를 받는 동안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콜라 마셔가면서 애들도 푹 쉰다.
발리 마사지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버린 우리 식구들은,


한국 식당, 비빔밥


바로 옆에 있는 식당으로 간다. 한국식당 비빔밥.
여기도 쁠랑이 만큼이나 음식 솜씨 괜찮은 명소다. 쁠랑이와 달리 한국인들에게 훨씬 유명하지만 ^^



그렇게 다 늦어서 도착한 첫 숙소는 사누르에 있는, 머큐어 리조트.
젬스 행님한테 3대가 찾아갈테니 알아서 숙소 잡아달라고 하니, 이쪽으로 잡아줬다. 밤이라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숙소는 높은 빌딩이 아니라 2층으로 된 빌라다.
머큐어 뿐만아니라 사누르에선 높은 빌딩이 있는 리조트가 안 보이는 것 같았다.
사누르는 발리가 관광지로 뜨던 초기에 맨 먼저 리조트 등의 시설이 들어서고 인프라가 개발된 곳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렇게 많이 찾지 않지만, 그래서 고즈넉하고 약간 클래식한 느낌이 많다.

발리에서 맨 먼저 개발되었다는 건 그만큼 최적의 휴양지로 인정받았다는 거고, 그래서 지금도 조용하게 휴식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주로 독일 등의 유럽인들이 젊고 거친 호주 사람들을 피해서 온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인들을 피해서 숙소나 동선을 잡으려는 것과 비슷한 현상으로 읽힌다. 


중국에서 몇 달을 살아보니...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적응도 되는 문제였다는...

유럽인들이 미국, 호주권 친구들을 기피하려는 거나 한국인이 중국인들을 기피하려는 거나 문화 우월주의로만 손가락질 할 것도, 그렇다고 중국인이나 호주인을 폄하할 필요도 없다. 그냥 자라온 환경이 달라서 서로의 행동에 대한 예와 무례 사이의 기준이 다를 뿐. 불편하면 서로 되도록 안 마주치려는 노력을 하면 되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준으로 행동 허용범위에 대한 기준점을 좀 관대하게 넓히는 노력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난 고정관념을 깨고 좀 넓혀보려 노력하는 편이다. 

총각시절 내방에 300개가 넘는 화분을 두고 지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것도 같다. 

다다익수(물) 즐기는 놈, 

까칠하게 몇 방울의 물 이상을 거부하는 놈, 

빛이나 기온에 예민한 놈, 

남의 빛까지 다 차지하려고 옆으로 가지만 뻗는 놈... 

그 다양한 놈들을 가만히 쳐다보면 성향과 유전자로 이어받는 행동양식이 조금씩 보이더라는...

그래서 노력만 하면 동식물과도 교감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하물며 사람끼리야... 노골적으로 의사 전달 가능한 언어와 표정이라는 게 있으니...

하지만 모든 행동을 다 수용할 필요는 없다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나란 인간도 무골호인과는 거리가 멀다. 까칠하기로야 남 부럽잖은 ㅋㅋㅋ...

다른 건 괜찮은데 딱 하나, 남 업신여기는 건 이상하게 용서가 안된다는...



.



푹 쉬었겠다, 밥도 먹었겠다. 날씨 좋겠다. 
꼬맹이들 바로 비치로 달려간다.



덩달아 따라 가서는 인공조명이 거의 없어서 칠흑같이 어두운 해변 근처에서 그나마 불밝히고 있는 식당에나 기웃거린다.
 


사누르 지역이 조용한 휴양을 위해 유럽인들이 많이 머무는 곳이라 알고 있고, 시간도 늦은 때라 정말 조용하다. 꾸따에선 젊고 건장한 호주 친구들이 박장대소 오버액션으로 떠나갈 듯한 맥주집에 가 본 적이 있는데, 여긴 서로간에 대화를 나누는지도 모를 정도로 소곤거리고들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다 보니, 각국 분들이 본인들 나라 정서상 맞는 거점 같은 것이 자연스레 형성이 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불타는 밤을 보내고 싶은 친구들은 사누르 같은 곳에는 아예 오지 않는 거지.^^


또 하나의 이유는 여행사의 보이지 않는 손. 

여행사는 미는 숙소가 있다. 한 호텔 혹은 방 몇 개를 통으로 싸게 계약을 해서 파는 경우다. 시장가격보다 약간만 싸게 팔아도 마진이 높다. 대신 방을 놀리면 그대로 적자~

그래서 죽어라고 핀다. 광고도 많이 하고, 강요도 하고... 그러니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게 되기도 한다.

지역이나 호텔의 유행... 이런 것과도 관계가 있는 거지. 

우리 같이 가난한 여행사는 그럴 능력도 생각도 없지만서도^^
여튼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사누르 지역에 안 간다. 독점 계약한 한국여행사가 없다는 소리.

아마 저 때 사누르에서 한국인은 우리가 거의 유일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가 내일부터 이용하게 될, 머큐어의 조식당은 저녁에도 한창이다. 



발리가 적도 아래쪽이라도 연중 기온이 늘 고르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약간 서늘해진 밤공기 덕분에 때아닌 밤에 풀장에서 물안개 피는 구경도 다 해본다.

  
대만과는 또 다른 느낌의 발리. 
우선 북적거리는 느낌에서 벗어난 해방감이 식구들 모두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것 같아 좋다.

하지만...
뭐든 이렇게 평화롭게 넘어갈리가 있나.
우리 네 가족과 동생네 가족들은 같은 빌라 맞은편 룸인데, 부모님은 옆 건물이다. 
애들이 많아서 놀이방 삼아 부모님 숙소 앞방도 하나 더 잡아 놓은 젬스행님... 
그 방에서 지들끼리 놀다가 꼬맹이 하나가 허겁지겁 뛰어 들어와서는 소리친다.


삼촌, 할머니 손가락이... 빨리 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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