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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 Kim Mar 31. 2021

생일 알림 공개

매년 3월 30일 생일이 되면 아침부터 밤까지 울리는 카톡에 정신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신이 없다기보다 쏟아지는 축하의 물결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메시지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오늘은 유독 이상했다. 어째서 축하 메시지가 오지 않나. 그러나 서운해하기엔 나이가 너무 들어버렸고 타인의 바쁜 일상을 그런대로 이해하고 넘어갈 만큼 철이 들기도 했다.


한때 생일이라고 기프티콘을 보냈던 친구들에게 연락이 없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긴 오늘. 딱히 서운하지도 아쉽지도 않은 축.나.탄신일 !


남자 친구를 만나고 집에 돌아오니 아빠가 내 방문에 깜짝 선물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책상에 올려진 새언니와 조카의 선물. 세상에, 조카에게선 난생처음 손편지를 받아보았다. 우리 애기가 벌써 이렇게 문자로 마음을 표현할 만큼 컸다니. 부모님에게 “이것 봐라. 글쎄 하윤이가 나한테 편지를 썼어!”라고 자랑하면서도 왈칵 터질 것 같은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인스타에 두 사진을 올렸더니 이게 웬일인가, 그때부터 카톡과 인스타 메시지로 축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벅찬 선물까지 줄줄이 이어졌다. 그제야 나는 카톡에 생일 알림이 비공개로 설정돼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자정이 다가오기 15분 전, 나는 생일 알림을 공개로 슬며시 바꿔놓았다.


1년에 단 한 번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 생일, 평소 들어보지 못할 복에 겨운 말들을 선물로 받는 날. 생일이 아니면 도대체 누가 그만큼 사랑스러운 말과 칭찬을 해줄 수 있을까! 매일을 자책과 자기 비난에 자아를 깎아 나가며 사는 현대인에게. 1년 중 단 하루, 귀중한 기회를 겨우 카톡 알림 하나 때문에 놓친 것 같아 억울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했다. (아까 철들었다던 어른은 사실 맘속에 질투왕 꼬마 하나를 키우고 산다.)


시간을 되돌려 아침부터 축하 메시지를 잔뜩 받고 좀 더 자존감이 올라간, 행복감이 충만한 오늘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순간, 조금은 성숙해진 스물아홉의 내가 맘속의 질투왕 어린이를 다독이며 말한다.


괜찮아. 소중한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았잖아. 숫자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지.


그래, 맞다. 10명이 축하해주든 100명이 축하해주든, 오늘 나를 축복해 준 그들의 마음만으로 나는 충분히 행복하고 벅차올랐다. 행복의 게이지를 한 명 한 명의 진심으로 측정한다면 나는 이미 행복 에너지가 100퍼센트로 차고 넘친다.


3월 30일. 굿바이 마이 벌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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