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첫 책은 수잔 손택의 타인의 고통이었다.
카페에 도착해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문을 열자 열 개가 넘는 눈동자가 초승달 모양으로 나를 맞았다.
대면대면하게 자리에 앉고 자기소개를 마쳤다.
마침 나를 포함해 신입 멤버 몇 명이 처음 들어온 날이었다.
그날 독서 모임을 하면서 느낀 생생한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타인의 고통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는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처음 본 사람들과 의견과 해설을 나누는 자리라니, 게다가 적절한 농담과 계산 없는 웃음으로 맞아주는 곳이라니.
나는 독서 모임에 홀딱 빠졌다.
20대 중반은 힘들고 괴롭고 잘난 동료와 나를 비교하고 매일 이불킥을 하며 자아성찰하는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동시에 나는 가속력이 붙은 엔진과도 같았다.
일에 치이면서도 가능하면 매주 독서 모임에 참여해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을 성장시켰다. 통찰을 주고 되로 받으며 세상을 배웠다.
하지만 2020년 6월 본격적인 '대코로나 시대'와 함께 우리 독서 모임은 점점 희미해졌다.
의지를 다지며 온라인 모임을 시작했지만 결국 2021년 3월을 기점으로 우리는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여태 '그래, 맞아. 모든 건 다 코로나 때문이야'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독서 모임을 지속하지 않은 건 내가 그럭저럭 살 만해졌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성장에 대한 갈증이 없었고, 나이가 들면서 결혼과 가정이라는 현실로 무게 추를 옮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나름 익숙해진 사회 생활에 자꾸만 안주하고 싶었다.
나는 굳이, 지금, 당장 독서 모임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2022년 4월 우리는 다시 만났다.
그 사이 막내였던 나는 유부녀가 되었고, 불안정했지만 꿈을 먹고 살았던 멤버들은 안정적인 직장에 여러 사람이 찾는 '베테랑들'이 되었으며, 치열했던 20대를 지나 이제는 제법 '혼자 있으면 심심하고 무료하다는' 호젓한 감정까지 느끼는 30대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독서 모임을 시작하기로 했다.
유튜브만 틀면 쏟아지는 콘텐츠에 책을 읽을 엄두도 내지 않고, 파도 같은 속도감에 정신을 내맡긴 채 우유부단하게 지내온 2년을 반성하면서.
이제는 내가 스스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동적인 책 읽기를 다시 실천하고, 서로의 감상과 경험을 교류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20대의 치열한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 번 '노력'하기로 한 것이다.
그 노력의 기록을 이곳에 차곡차곡 담아두고자 한다.
나는 타인의 고통을 읽었던 스물넷 그때처럼, 여전히 팔딱거리고 직설적이며 단순한 생각의 파편들을 멤버들의 성숙한 사유로 예쁘게 다듬고 싶다.
그래서 나에게는 그들이 필요하고, 이 독서 모임이 필요하다.
나는 다시 성장하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