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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Jul 02. 2024

저는 좋은 부모가 아닙니다

저는 자식을 빨리 독립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엄마 오늘은 여기까지 갈게."


"응 엄마."


아이는 두 팔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며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아이는 학습방이 있는 아파트 동 입구에서 멀리 있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줍니다.


그리고 아파트 1층 현관로비문이 열리면 들어가기 전에 한 번 더 손하트를 하고 들어갑니다.


1학년 2학기부터 아이의 등하굣길과 학원을 오갈 때 보였던 부모들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회사로 복직을 한 부모도 있고, 자식을 빨리 독립시키는 것이 좋은 부모라는 전문가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아이를 혼자 다니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직도 초2, 중1 아이들과 한 방에서 잠을 자고, 밥 먹을 때나 학교, 학원을 다닐 때 가능하면 같이 다니는 저라는 엄마는 좋은 부모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육아나 양육지침서가 그렇게 많았는지 새삼 놀랐습니다. 제가 소화하기에 너무 많은 정보와 다양한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관련 책이나 영상을 본 적도 없습니다. 저는 저의 경험으로 얻은 생각과 방식만으로도 불편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잘 엿보지 않습니다.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저의 방식이 맞다 틀리다 이렇게 해보세요 라는 글은 전혀 쓰지 않습니다. 제가 양육받아보지 않은 방식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듯이 다른 부모님들 역시 그럴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똑같은 건 하나도 없는 것처럼 서로의 생김새가 다르듯이 사랑하는 방법도, 자식을 키우는 방법도 다 다르고 그 다름이 맞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라는 사람은 그렇습니다.


제가 우리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고 익숙해서인지 우리 아이들은 저와 있으면 얼마나 말이 많은지 모릅니다. 매일 걸어 다닐 때면 잠시도 손을 놓지 않고 걸으며, 순간순간의 저와의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만남에 행복해합니다.


대신 혼자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우선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많은 사람들 속을 어떻게 하면 잘 빠져나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바닥을 보며 무안한 듯 사람들 사이를 비켜가는 아이들, 몇 발자국을 떼었다가 이내 따뜻한 사람의 손이 아닌 차가운 핸드폰을 손에 쥐고 열심히 걸어갑니다.


부모가 아이 혼자 잘 다닐 수 있도록 몇 걸음마다 배치해 둔 학원들을 회사일에 찌든 회사원의 얼굴을 가지고 작은 아이가 무작정 다닙니다.


학원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대부분 핸드폰을 보거나, 초조하게 자기가 내릴 층까지 층이 표시되는 것을 확인하거나 고개를 떨구고 벽에 기대어 있습니다.


독립을 시킨다는 것이 어른이 빨리 되게 하는 것이라면 저는 어른으로서의 보람과 행복도 있지만 사실 어릴 때만큼의 제한되지 않았던 즐거움이 없어졌기에 빨리 어른으로 되게 한다는 것이 과연 자식을 위해서 좋은 것인 것일까라는 의문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아이들을 덜 독립적으로 저에게 의존적으로 그리고 저도 아이들에게 의존하면서 그렇게 키우고 있나 봅니다.


그래도 저도 이제 6개월 뒤면 복직을 해야 하기에 아이들을 조금씩 혼자 다니고, 지내는 연습을 시키고는 있습니다.


저의 빈자리에 당황하지 않도록, 매일 한 걸음씩 아이들의 영역에서, 생활에서 뒤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회사를 다니지 않는 동안만큼은 항상 본인들의 곁에 있었기에 그 온기가 부디 오래가기를 그리고 비록 제가 없어도 엄마가 늘 옆에 있다는 착각을 해주며 안심하고 잘 지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이가 빨리 어른이 되는 사회,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과정이 줄어들고 결과만을 요구하는 사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강요하는 사회, 그러면서도 컴퓨터와 핸드폰 등 기계에 갇히고 빠져서 사람과의 만남이 줄어들고 혼자 사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런 사회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충분히 고독하고 외로운데 그래서 우리는 함께 해야 행복한 존재들인데 어디 혼자서 잘 살아나가 보라며 빨리 독립시킨다는 명분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외로움을 가르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원래가 유행에 뒤처지고, 촌스러운 사람인지라 이렇게 옛날 방식으로 자식들을 키웁니다. 저에게 있어 저희 엄마라는 존재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의 등대이자, 그림자처럼 있어주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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