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세스 박 Jun 13. 2024

[가정] 전업맘들과 친해지기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나는 전업맘들과 친해지고 싶은 워킹맘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여기에서 굳이 전업맘이라기보다는 전업맘이든 워킹맘이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나와 같은 엄마들을 사귀고 싶었다.


나는 육아휴직을 하기 전까지 동네에 아는 엄마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여기에서 인사만 하고 지내던 엄마들은 제외이다. 나는 내가 육아휴직을 할 당시 이 동네에서 2년을 넘게 살았음에도 따로 시간을 내서 밥을 먹거나 커피 한 잔을 했던 이웃이 한 명도 없었다.


나를 포함 대부분의 워킹맘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도 시간과 여건이 되지 않아서 사실 동네에서 사람들을 사귀고 어울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주변 워킹맘들 중에는 일찌감치 동네 주민이나 아이 친구 엄마들을 사귀는 것을 접고 지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왜냐하면 워킹맘들이 동네 엄마들을 사귀기도 힘들고, 사귀어도 서로의 생활이 다르니 지속하기도 어렵고 해서 아예 처음부터 이 부분을 포기하고는 신경도 안 쓰고, 노력도 안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엄마들을 사귀고 싶었다. 내가 비록 워킹맘이라 쉽게 사귀기가 어렵겠지만, 행여 사귀어도 더 많이 신경 쓰고 노력해야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동네에 아는 사람들을 만들어서 지내고 싶었다.


나는 지금까지 가족들, 회사 사람들, 친구들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지내왔어도 그저 동네에 편한 차림으로 만나서 커피 한 잔 때로는 맥주 한 잔 할 친구가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웠다.


내가 동네 엄마들을 사귀어서 아이에게 필요한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함이 결코 아니었다. 나는 만나기 위해 굳이 미리 약속을 하지 않아도 되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고, 차림새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그냥 집에서 밥 하다가 말고 나가서 만날 수 있는 동네 친구가 있었으면 했다.


나와 같은 동네에 살면서 나와 비슷한 나이에 또 나의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 말이다.


나는 그런 엄마들과 만나서 이런저런 아줌마 수다도 실컷 떨고, 동네 맛집도 함께 찾아다니고, 가끔은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만나서 놀고 싶었다.


나의 어릴 적 나의 엄마와 이웃 아줌마들의 모습처럼 나도 그렇게 나의 어릴 적 내 모습처럼 나의 아이도 그렇게 이웃들과 어울려 더불어 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 어떻게 해서든지 동네 엄마들을 사귀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사귀기 위해 노력을 했고, 그 결과 현재는 나에게 친한 이웃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워킹맘인 내가 어떻게 동네 엄마들 대부분 전업맘들과 친해질 수 있었을까?


물론 내가 육아휴직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도 있었겠지만, 사실 내 주변에 육아휴직을 해도 그 기간 동안 이웃을 사귀지 않고, 동네에 아는 엄마 한 명 만들지 않는 워킹맘들이 더 많이 있다. 그 사람들이 사귀려고 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사귀지 못해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내가 전업맘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별로 특별한 것은 없다. 내가 지금까지 누군가를 사귀기 위해,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나는 그저 상대에게 관심을 보이고, 나의 시간과 돈을 쓰고, 상대가 하기 싫어할 만한 것을 대신해 주고, 상대가 좋아할 만한 것을 같이 해주었을 뿐이었다.


나는 우선 동네 이웃들이나 아이 친구들 엄마들 중에서 내가 사귀고 싶은 사람들에게 알고 지내고 싶다고 먼저 연락처를 물어보았다. 그러고 나서 나는 그들과 가끔 연락을 주고받다가, 그다음은 우리 집에 초대해서 내가 지은 밥 한 끼를 그들에게 대접하였다. 그러면 그들은 대부분 내가 차린 밥을 맛있게 먹고 나서 다음번에는 자신의 집에 오라고 나를 초대해 주었다.


그러면 된 것이었다.


내가 먼저 내 마음을 열고, 내 집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더니 상대도 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고, 자신의 집 문을 열어준 것이었다.


나는 그 외에도 운전을 싫어하거나 못하는 엄마들에게는 내가 대신 운전을, 공원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와는 같이 공원 산책을, 커피를 좋아하는 엄마에게는 가끔 커피 쿠폰을 보내주고는 했다.



이처럼 나는 동네 엄마들, 전업맘들에게 진심을 다해 정성을 쏟았더니 그들의 마음을 얻고,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래도 휴직기간 동안 내가 그렇게 노력한 결과 나와 우리 아이는 그전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친구 생일파티에도 초대받아서 가보고, 아이들 엄마들과 다 같이 해서 키즈카페에 노래방도 가보고, 밤늦도록 놀이터나 한 집에 모여서 놀기도 해 보고 많은 소중한 추억들을 쌓을 수 있었다.


나는 전업맘들, 동네 엄마들과 막상 친하게 지내보니 사귈 때 생각했던 것보다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고, 사귀고 나서도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거나 불편하고 어려운 점들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지금까지 친구들과 회사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재미들을 많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동네 엄마들과 주로 하는 이야기는 오늘 반찬은 뭘 해먹을 건지, 미세먼지는 어떤지, 동네에 맛있는 김밥집이 어디인지, 배달음식은 어디가 괜찮은지, 살은 대체 왜 이렇게 안 빠지는 건지 등이다.

이처럼 난 매일 반복되는 일상들을 함께 보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이웃들을 생겨서 참 행복하다.


그리고 이따금씩 밤에 애들을 재워놓고 남편에게 맡겨놓고는 동네 이웃들과 커피 한 잔이나 맥주 한 잔을 하면 그것이 또 얼마나 즐겁고, 삶의 활력소가 되는지 모른다.


내가 예전에 동네에 아는 이웃 하나 없고, 아는 엄마 한 명 없을 때는 몇 년을 살아도 이 동네가 낯설고, 나도 아이도 많이 외롭더니 이제는 아는 이웃과 엄마들이 많이 생겨서 그런지 이 동네가 내 동네 같고, 나도 아이도 더 이상 외롭지가 않다.


이처럼 워킹맘도 조금만 신경 쓰고 노력하면 전업맘, 동네 엄마들, 이웃들과 친하게 지내며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충분히 즐겁게 생활하고, 함께 육아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막상 해보니 절대 어렵지도 귀찮지도 번거롭지도 않았다.


어디 한 번 나를 위해 아이를 위해 try it!

매거진의 이전글 [가정] 다시 육아휴직 너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