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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Jun 12. 2023

[가정] 다시 육아휴직 너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박대리 이제 들어가면 뭐 할 거예요? 시간 많을 텐데, 지루하지 않겠어요?"


"괜찮아요. 시속 100km 넘게 달리던 차 속도 한 30km 정도로 늦춰서 가면 되죠."


나는 첫째 아이 육아휴직을 끝내고 2013년 1월 28일 자로 회사로 복귀를 해서 2016년 2월 2일까지 거의 만 3년을 근무하고 다시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두 번째 육아휴직을 하게 된 이유는 우선 둘째 아이를 가지기 위해서였다.


나는 아이를 가지기 위해 회사를 다니며 1년 넘게 병원을 다니며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내가 회사에 휴가를 내가면서 틈틈이 자리를 비우며 병원을 가고 그런 생활을 1년 넘게 하니 본의 아니게 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사와 회사 동료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미안하고, 눈치가 보였다. 그리고 나 역시 회사생활 하랴 독박육아 하라 거기에 생기지 않는 아이를 갖기 위해 병원까지 다니랴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치고 힘들었다.


게다가 나는 이미 회사를 다니면서 아이를 가지기 위해 병원을 다니며 노력을 해봤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회사를 다니면서 병원을 다닌다는 것은 상황이 그 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었으므로 잠시 회사를 쉬고 아이를 갖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내가 시술을 하게 될 경우 나는 회사에 자리를 더 많이 비우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회사와 회사 동료들에게 더 피해를 줄 것이 분명했고, 가끔 주변에 회사를 쉬면 바로 아이가 생기는 여자들도 종종 보고, 들었기 때문에 둘째 아이를 가지기 위해서는 휴직을 하는 것이 답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내가 휴직할 당시면 벌써 첫째 아이가 6살 내 나이도 30대 중반을 훌쩍 넘어 마흔이 다 되어가니 첫째 아이와의 터울과 내 나이를 감안해 볼 때 둘째 아이 가지는 문제를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나는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고, 운 좋게도 육아휴직을 한 바로 그 달에 인공수정을 성공해서 현재의 둘째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그 해에 출산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아이를 가지고 회사에 복직할 수도 있었으나 내가 늦은 나이게 어렵게 가진 둘째 아이를 위해 태교도 좀 잘해주고 싶었고, 나 역시 임신한 상태로 독박육아에 워킹맘 생활, 매일 회사와 집을 오가는 장거리 운전도 자신이 없었고, 그다음 육아휴직을 하게 된 이유인 첫째 아이를 동생 낳기 전에 많이 챙겨주고 싶었다.


나는 둘째 아이를 갖는 것도 갖는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첫째 아이 때문에 육아휴직을 한 이유도 컸다.


나의 첫째 아이는 11월 생으로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신제적인 것, 활동적인 것, 학습적인 면에서 조금씩 다 늦었다. 현재 8살이 되어서야 또래 아이들과 비슷해졌지만, 그 당시 어린이집을 다니던 5살 까지는 또래에 비해 한 살 정도 적게 느껴졌다.


게다가 나의 첫째 아이는 잘 먹지도 않는 편이라 체격도 작고, 성격도 조용하고, 얌전하고, 내성적인 데다가 자신감도 많이 부족해서 남자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에서 남자 친구들과는 어울리지를 못하고 여자 친구들하고만 어울려 지냈다.


그리고 가끔 내가 동네 놀이터네 데리고 나가봐도 다른 또래 친구들에게 치이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이가 물론 커가면서 성격이 계속 바뀌겠지만, 그래도 나는 아이가 어릴 적부터 기본적으로 자신감과 사교성을 가지고 자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비록 둘째 아이를 가지기 위해 휴직을 했지만, 둘째 아이가 생기던지 생기지 않던지 간에 그 휴직기간 동안만큼은 뭔가에 억눌려 있어 보이던 첫째 아이의 기도 확실히 살려주고 싶었다.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는 비록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지만, 유치원을 가는 6살부터는 유치원 친구들과 그 외에 동네 놀이터에서 함께 놀 친구들을 많이 생겼으면 했다.


그런 아이에 대한 나의 간절한 마음과 나름대로 육아휴직을 하고 노력한 것이 통했던 것일까?


현재 나의 첫째 아이는 나의 바람대로 수시로 유치원 친구들 동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도 놀고, 키즈카페도 가고 하면서 많은 친구들과 어울려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우리 아이는 물론 현재 어느 정도 커서 변한 것도 있겠지만, 예전에는 다른 친구들이 자신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자신을 놀려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다. 그저 기가 죽어서 자신에게 장난감을 돌려주거나 자신을 놀리는 것을 그만두기 전까지 가만히 있는 것이 우리 아이가 하던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말하며 의사표현을 한다.


우리 아이는 내가 봐도, 주변 사람들이 봐도 정말 많이 변했다.

이처럼 나는 비록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육아휴직을 한 것이 현재 내 옆에 있는 두 아이를 볼 때마다 내가 살면서 얼마나 잘한 선택이었는지 매 순간 느끼며 감사히 여기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나를 위해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 당시 내가 나를 생각할 때 이미 방전된 상태였다.


나에게 독박육아에 워킹맘 생활이란 길도 모르겠고, 끝도 알 수 없는 길을 그냥 정신없이 달리는 기분이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밥하고 애 챙기고, 허겁지겁 회사로 출근하고, 업무에 대해서 한 번쯤 고민해 볼 시간도 없이 그저 빨리 처리하기에 바빴고, 그나마 회사에서 여유 있는 점심시간 1시간도 나에겐 1초처럼 빨리 지나갔다. 회사에서 퇴근하고 와서도 쉬지도 못하고 아이를 챙기고 나면 아이보다 먼저 뻗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는 육아휴직을 할 당시 지금 이 시기에 회사를 쉬지 않는다면 평생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빨리만 가는 것이 정답이 아닐 텐데, 회사생활 열심히 하며 승진도 남들보다 빨리하고, 돈도 남들보다 빨리 모으고 그게 전부는 아닐 거다 싶었다.


그건 내가 원하는 삶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남들 눈에 비칠 내 모습 내 인생에 대해 이 정도는 해줘야겠지 하는 그런 심리가 일부 내재된 삶일 테니까 말이다.


나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아 남들에게 별로 관심이 되지는 않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삶 나에게 진정 소중한 것들을 챙기고 돌아보고 싶었다.


여기에는 나와 나의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회사를 잠시 떠났어도 분명 회사도 포함이 될 것이었다.


비록 나의 쉼이 올해면 끝이 나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가 원하던 둘째 아이도 가졌고, 첫째 아이도 내가 바라던 대로 많이 활발해지고, 씩씩해지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나도 여전히 독박육아에 조금 외롭고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회사를 다닐 때에 비하면 충분히 편하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또 이렇게 생각하지도 못했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소소한 일상의 재미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두 번째 육아휴직은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 참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이러한 나의 재충전의 시간들과, 생활들은 향후 나에게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 내가 회사로 다시 돌아가서 워킹맘 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 더 성숙된 모습으로 잘 해낼 수 있게 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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