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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Apr 11. 2023

[가정] 둘째를 낳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둘째.


나는 전혀 생각이 없었다. 나는 솔직히 애 하나 키우면서 회사 다니는 것도 버거웠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벌어도 이것저것 다 빠져나가고 나면 정작 내 수중에 남는 돈도 거의 없었고, 내가 원하는 것 하나도 마음 편히 살 수가 없었다.


나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익숙해질 때쯤 회사로 복직하게 되었다. 나는 회사를 다니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힘들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실제로 겪어보니 나에게 워킹맘 생활은 전쟁과도 같았고, 그런 전쟁이 적응이 될 때쯤 또 주말부부를 하게 되었다.


주말부부로 인한 독박육아에 워킹맘 생활이란 정말 비상구가 없는 계단을 끝없이 올라가는 것과도 같았다. 나는 매일이 힘들었고, 문제는 그 힘듦을 해소할 수가 없어서 더 힘들고, 답답하고, 때로는 숨이 막혔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내가 몸이 힘들어서인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독박육아를 하며 워킹맘으로 지내던 1년 동안 생리를 2번인가 3번인가 밖에 하지 않았다.


‘요즘 30대에 폐경하는 여자들도 많다던데, 설마 나도 벌써 폐경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라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둘째를 당연히 생각하고 있지도 않았지만, 혹시 폐경이 되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안 가지는 것이 아니라 못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불현듯 들었다.


그렇게 둘째를 안 가지는 것이 아닌 못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니 오히려 나는 그때부터 둘째를 가지는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유일한 아이였던 현재의 첫째 아이와 그 아이 외에 내가 아이를 하나 더 가지고 아이 둘을 키우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았다.


그 당시 나는 나의 첫째 아이를 데리고 가끔 내가 회사를 가지 않는 평일이나 주말에 동네 놀이터에 나가서 놀아보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를 못했다.


“야! 우리 같이 놀자!”라고 말하며 모르는 아이에게 다가가서 놀 법도 한데, 우리 아이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나와 둘이 놀면서도 항상 다른 친한 아이들끼리 즐겁게 노는 것을 그저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아이가 용기를 내지 않아 엄마인 내가 용기를 내서 우리 아이를 데리고는 노는 무리의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어보면, 대부분 아이들은 우리 아이와 나에게 관심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고, 그러면 우리 둘은 이내 머쓱해져서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아이도 상처받고 나도 속상했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는 워킹맘이었기에 동네에 아는 엄마들이 없는 나나 같이 놀 친구들이 없는 우리 아이나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매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다른 엄마들과 차 한 잔을 할 수도 없었고, 그리고 어린이집이 끝나고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낼 때에도 그 또한 그럴 수 없었기에 엄마인 나도 외톨이, 그런 엄마를 둔 아이도 외톨이가 될 수밖에는 없는 것이었다.


아이가 유치원을 가고, 초등학교를 가면 좀 달라질지 모르나 그 당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는 적어도 그랬었다.


‘그래도 아이에게 친구가 별로 없어도, 형제자매라도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워킹맘으로 사는 것은 어떤 특별한 경우가 있지 않는 한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돈이 들더라도 도우미 이모님을 쓸 것이고, 아이는 집에서 도우미 이모님과 함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가 많이 성장하여 스스로 모든 것을 챙겨서 할 수 있게 되면 아마도 도우미 이모님 없이 혼자 집에서 지낼 것이다.


그래도 내가 집에 없는 동안 아이가 어릴 때 도우미 이모님과 같이 지내든 커서 혼자 지내든 형제자매가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점점 많이 하게 되었다.


행여나 둘이 싸우더라도, 서로에게 대화하고 노는 상대가 되어주니 싸움도 하는 것일 것이고, 그러니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더 낫겠다 싶었다.


그리고 내 주변 워킹맘들을 보면 처음에 아이를 키울 때는 하나가 편해 보이는데, 어느 정도 키우고 나면 둘을 키우는 것이 더 편해 보였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아이가 하나인 경우에는 아이가 엄마에게 집착하고 의존하는 면이 더 컸고, 아이가 둘이 있으면 서로 의지가 돼서 그런지 그런 경향이 훨씬 덜했다.


가끔 회사 워킹맘들이 야근을 하거나 회식을 할 때만 봐도 자녀가 한 명인 경우에는 엄마에게 계속 전화를 하며 언제 오는지 물어보는데, 두 명인 경우에는 둘이 같이 먹게 배달음식만 하나 시켜주면 그 후로 아이들에게 별다른 요구사항이 없었다.

내가 만약 둘째를 낳게 된다면 한동안은 많이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엄마인 내가 챙겨주는 것 대신 자기들끼리 서로 챙기며 지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하니 둘째를 낳는 것에 대해 점차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나는 나의 인생, 삶,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아이를 하나만 낳고 키우며 회사생활도 열심히 해서 회사에서 승승장구하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남들이 부러워하는 위치까지 올라가서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다.


자식 한 명을 키우면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잘 나갔던 나.


나이가 들어 회사를 떠나고 내 인생을 돌이켜보았을 때 나는 과연 내 기준에서 얼마나 행복했고, 내 인생은 얼마나 풍요로웠을까?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한참을 머뭇거릴 것만 같았다.


이것은 자식이 하나가 맞고, 둘이 틀리고, 하나가 행복하고 둘이 행복하지 않다 그런 문제가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인생이란 서로의 생김새와 성격이 다르듯이 각자 다른 생각과 방식으로 다르게 사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 나는 나의 생각과 방식으로는 나는 비록 힘들지라도 자식이 하나 있는 것보다는 둘이 있으면 더 행복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두 아이들을 키운다고 행여나 회사생활을 함에 있어서 경력관리와 승진에 어려움을 겪을지라도 그래서 내가 비록 남들에게 뒤처진다고 할지라도 그래도 자식이 하나 있는 것보다는 둘이 있는 것이 훗날 내 인생이 더 풍요로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하나일 때보다 둘일 때 내가 더 힘들더라도, 덜 누리더라도, 더 천천히 가야 하더라도 내가 더 행복하고 내 인생도 더 풍요로워질 것 같아서 둘째를 낳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내가 둘째를 낳기로 결심한 가장 결정적이고 중요한 이유는 바로 나의 언니 때문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언니라는 존재는 부모님만큼이나 소중하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내가 결혼하기 전 30년 넘게 한 집에서 살면서 언니는 나에게 자매이자, 부모님이 안 계실 때는 나의 보호자이자, 때로는 부모님께 혼날 때는 나의 방패막이자, 그리고 나보다 항상 먼저 가면서 뒤에 있는 나에게 길을 알려주었던 길잡이이자, 인생 선배이자 무엇보다도 나의 외로움을 가장 많이 해결해 주었던 세상에서 둘도 없는 좋은 친구였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부모님 외에 유일하게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있었던 존재, 믿을 수 있는 존재, 내가 잘못을 하거나 아파도 내 곁에서 나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는 존재가 바로 나의 언니였다.


나에게 언니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그건 돈으로도 살 수 없고, 부모님도, 남편도, 자식도, 친구도 어떤 부분에서 만큼은 나의 언니를 절대 대신할 수 없었다.


나에게 있어 나의 언니와도 같은 그런 대상을, 존재를 우리 아이에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외롭고 힘든 세상 속에서 나와 남편 다음으로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고, 서로 챙겨줄 수 있는 그런 존재, 형제자매를 갖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둘째를 낳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다만, 나는 내가 혹시 생리불순에서 폐경이 되어 더 이상 아이를 가지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웠고, 나의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 안쓰러웠고, 내가 회사를 다닐 동안 아이가 나 없이 혼자 집에서 지낼 것이 걱정되었고, 훗날 내가 나이가 들어 내 인생을 돌이켜 봤을 때 아이가 하나 있는 것보다는 둘이 있는 것이 더 행복하고, 풍요로울 것 같았고,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평생 부모 말고도 마음 놓고 사랑하고, 마음을 나누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상대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둘째를 낳기로 결심을 하였고, 현재는 둘째를 낳아 아이 둘을 키우며 살고 있다.

내가 첫째를 가지고 낳을 때와는 다르게 낳기 전부터 낳을까 말까 고민해 가며 낳은 둘째, 비록 지금 키운다고 고생스럽고 힘은 들지만, 그래도 나에게 둘째가 없었다면 아마 둘째로 인한 행복 또한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첫째 아이가 부모 외에 집에서 이야기하고, 장난치고, 뽀뽀하고, 안고, 살을 부대끼고 할 존재도 없었을 것이다.


나에게 둘째가 없었다면, 내가 둘째를 낳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래도 나는 둘째를 막상 낳고 나니 더 이상 둘째를 가질까 말까 그 고민을 안 해서도 좋다. 난 아마도 둘째를 낳지 않았다면 폐경이 될 때까지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아무래도 둘째를 낳는 것이 이 문제에 대한 나의 답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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