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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Mar 03. 2023

[가정] 가족 한 명 흩어짐. 주말부부, 독박육아 시작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우리 회사는 부서가 전국에 있는 관계로 직원들 중에 유독 주말부부가 많다. 그래서 나와 남편도 매년 인사발령 때마다 불안에 떨고는 했었다.


‘올해는 왠지 날 것만 같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결국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정기인사 때 남편은 지방 부서로 발령이 났고, 그래도 그나마 회사의 배려로 남편은 자신의 연고지인 시댁이 있는 지역으로 가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이후 내가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도 계속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다.


우리 회사 사람들 중에 어떤 사람들은 주말부부에 대해 3대가 덕을 쌓아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니 왜?


물론, 혼자 떨어져 지내는 남자들의 경우에는 가사와 육아 그리고 아내의 잔소리로부터 해방되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주말부부하고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게 된 나로서는 아무래도 3대 조상님이 덕을 좀 덜 쌓으셔서 그런 것 같다.


우선 나는 주말부부를 하고 나서는 야근과 회식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리고 남편과 분담했던 가사와 육아를 혼자 하려니 많이 버겁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고는 했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아이가 "엄마" 하고 달려와서 안기면, 하루의 피곤이 싹 달아나지 않냐고 말이다.


솔직히 기분은 좋지만, 안 달아났다. 그리고 무지하게 배가 고팠다.


그래도 아이는 항상 무슨 자양강장제를 먹은 것처럼 내가 집에 가면 깡충깡충 뛰고 좋아했다.


그럼 앉아서 밥 먹는 것도 포기, 서서 밥을 먹어야 했다. 왜냐하면 밥 먹다가 말고 춤추고, 멀리뛰기도 해야 하고, 미끄럼틀도 타야 하니까 말이다.


매일 아침 시간에 쫓기며 출근 준비를 하고 아이를 챙겨서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도 나, 다른 직원들과 달리 아이 때문에 시차출퇴근제를 하고, 야근과 회식도 잘할 수 없어 나도 모르게 회사에 눈치가 보이는 것도 나, 밤새 아픈 아이를 간호하느라 잠을 설치는 것도 나, 혹 아이 때문에 휴가를 내야 하는 것도 나, 다 나의 일이었고, 전부 나의 몫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나는 남편과 함께 나누어했던 모든 것들을 혼자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점점 힘들고 지쳐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이런 나의 힘든 상황과 모습들을 알지도 보지도 못한 채 시댁에서 편하게 회사를 다니며 지내고 있을 남편 생각을 하면 분하고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주중에 내 안에 점점 쌓이게 되면, 결국 나는 주말에 남편과 부딪히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부딪히면서도, 서로에게 원인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남편도 주말부부를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었고, 나의 힘듦도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토요일이면 각자 서로의 힘듦에 이해받지 못함에 긴장감이 살짝 흘렀다가 일요일 점심 무렵 화해하고, 일요일 저녁 헤어질 때가 되면 아쉬워하고 슬퍼했다.

나는 보통 남편이 가고 나면 그때부터 월요일 기분이 났다. 나에게는 일요일 저녁부터가 월요병 시작인 것이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늘 삶은 나에게 많은 질문들을 던지고는 했다.


하지만 결혼 전 나에게 주어졌던 문제들은 그 당시에는 심각했을지 몰라도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결혼하고 육아와 회사생활, 이 부분이 조금 해결되려니, 이제는 주말부부를 하게 되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이고 행복한 것일까?


물론 현재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겠지만, 나는 조금 외롭고 힘들다.


주말부부 이후 인생이 조금 비워진 것 같기도 하고, 비어진 부분은 곧 채워지겠지만, 가족으로 인해 비어진 자리는 잘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다.


매주 가족들을 보러 올라오는 남편도 안타깝고, 매일 혼자서 숨 가쁘게 살고 있는 나도 안타깝고, 예전보다 아빠의 빈자리가 커져버린 아이도 안타깝다.  

나는 내가 워킹맘으로 살게 될지도, 주말부부를 하게 될지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러한 일들과 과정을 겪게 된 것은 그리고 이것들로 인해 만약 나의 삶의 무게가 예전보다 조금 더 무거워졌다면 이 또한 아마도 내 인생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함일 것이다.


분명 시련 뒤에는 열매가 열리는 법이니까 말이다.



남편을 버스터미널에 내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민서야! 하늘이 참 예쁘다."


"응. 엄마"


우리 가족 일주일 또 잘 지내봅시다!


2015. 8. 9. 일요일.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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