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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Feb 11. 2023

[가정] 워킹맘은 시간 싸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이제는 슬슬 아이를 한 번 따로 재워봐.”


“제가 매일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있어주는 시간이 별로 없어서요. 잠을 잘 때라도 조금 더 같이 있어줄 수밖에 없어요.”


맞는 말이다. 이것은 나의 진심이었다.


나는 회사를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기에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내가 회사를 다니는 평일에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주로 아침 출근 전 1시간, 그리고 퇴근 후 2시간, 이렇게 도합 3시간이 하루 24시간 중에서 나와 아이가 깨어있는 동안 보내는 시간의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잠이라도 함께 자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매일 보통 8시간에서 9시간 잠을 자니 그래도 아이와 함께 잠을 자면 11시간에서 12시간은 같이 있어주는 셈이니 그러면 하루 중 절반은 되는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라도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더 채우고 싶었고, 더불어 하루 종일 엄마가 고팠을 아이의 마음도 채워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아이와 떨어져 있는 동안 아이가 많이 보고 싶었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나의 그리움도 해소하고 싶었다.


“오늘도 엄마 많이 보고 싶었지? 엄마도 네가 많이 보고 싶었어.”


나는 아이가 잠든 후에도 혼자 아이에게 이야기하고, 토닥여주고, 얼굴도 만졌다가, 뽀뽀도 했다.


아이가 엄마가 그러는 것을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든 알지 못하든 말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시간 부족 엄마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나는 출근 전, 그리고 퇴근 후 집에 있을 때는 오로지 아이에게만 집중했다.


핸드폰 no, 컴퓨터 no, TV no...


이 모든 것들이 아이와 보내는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의 방해요소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그것들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집에 있는 동안은 아이가 있는 곳에 나도 있고, 아이가 하는 것을 나도 함께 했다.


아이가 거실로 가면 나도 거실로, 아이가 방으로 가면 나도 방으로,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나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아이가 그림을 그리면 나도 그림을 따라 그렸다.


그렇게 나는 아이의 따라쟁이가 되어 아이를 졸졸졸 따라다니고, 따라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워킹맘인 나에게는 집에서 아이와 보내는 1분 1초가 다 소중하고,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매일 아이와 함께 잠을 자고, 집에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만큼은 아이가 있는 곳에서 같이 있어주며 오롯이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것


이것이 워킹맘인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고, 유일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전업맘이 아닌 것이 아이에게 미안하고, 혹 때로는 죄스럽고 아이가 나의 바람과 기대만큼 행복하지 않고, 잘 되지 않을까 봐 불안할 때면 나는 늘 생각했다.


내가 만약 회사를 다니지 않고 집에 있게 되어 아이와 보내는 시간의 양이 늘어난다 해도 그만큼 시간의 질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내가 집에 있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살면서 가끔 주변의 엄마들을 본다. 내가 길을 다닐 때나 마트에서 장을 볼 때나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 때나 나는 언제 어디서나 아이와 함께 있는 엄마들을 만나게 된다.


내가 본 엄마들 중에는 아이에게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아이만 신경 쓰는 엄마들도 있고, 아이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핸드폰만 보고 있거나, 쉴 새 없이 전화통화를 하는 엄마들도 있다.


내가 집에 있어도 전자의 엄마가 아닌 후자의 엄마라면 내가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아이에게는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도 않을뿐더러 크게 영향을 미치지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내가 나의 학창 시절과 공무원 수험생활 때를 생각해 봐도 물론 하루 종일 오래 앉아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아무래도 공부도 잘하고, 시험에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꼭 그렇지 않다고 해서 공부를 못하고, 시험에 합격하지 않는 것만도 아니었다.


나 역시도 매일 도서관 출근 도장을 찍어가며 공무원 수험생활을 했을 때는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회사를 다니면서 남는 자투리 시간 동안 공부했던 회사 공채 시험은 합격할 수가 있었다.


이처럼 절대적인 시간의 양이 보장된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시간의 질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아마 공부든 시험이든 육아든 좋은 결과를 낳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나는 워킹맘이기에 아이와 많은 시간 함께해주지 못함에 이런 생각들로 또 한 번 나를 다독이고, 위로하고,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도 덜어보았다.


‘괜찮아. 잘하고 있는 거야. 나도 아이도. 집에 있는 동안만큼은 항상 아이 옆에 붙어 있고, 집중하면 되는 거야.’


‘그 이상은 내가 해줄 수도 없고, 나의 능력 밖의 일이야. 이 정도면 됐어. 충분해.’  

나를 포함한 워킹맘들은 어쩔 수가 없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니 주어진 시간만큼은 최대한 확보해서 최선을 다해서 쓸 수밖에는 없다.


만약 워킹맘들이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아이와 각자 다른 공간에서 다른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아마 부모 자식 간에 끈끈한 유대감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워킹맘들은 최소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 동안만큼은 아이와 꼭 붙어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엄마도 살고, 아이도 살 수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러한 워킹맘들의 노력이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좋은 결실을 가져다주리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워킹맘은 시간 싸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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