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들 9호] 김성의의 추천도서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털복숭이 작은 친구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정기 간행물입니다. 월1회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개와 나]의 저자 캐롤라인 냅은 개를 사랑하지만 감상적이지 않은 편이다. 그녀는 일부 샤머니즘적 열혈 동물애호가들이 주장하는 ‘개는 인간보다 고귀하며 그들이 우리에게 지혜와 치유를 제공한다.’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개는 정답고 온화할 때도 있지만, 무서울 때도, 짜증 날 때도 있고 때로는 공격적이고 고집불통에 제멋대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제대로 된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하면 개는 우리의 뒤통수를 후려칠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녀가 개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마치 새로운 우주 괘도에 들어서는 것과도 같다고 했다. 변화는 내면에서부터 일어나고 때로는 인생 전체가 변하기도 하는데 머릿속은 과거나 미래에서 떠돌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보는 것을 권한다. 단순하고 순수한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캐롤라인은 개가 바보 같은 짓을 했을 때 터뜨리는 웃음, 털을 빗겨주는 포근함, 어떤 훈련에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을 느끼며 수용되는 느낌에 관해 이야기한다.
개의 뛰어난 장점은 사랑받은 만큼 분명하게 사랑으로 보답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한가지 속성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나’라는 사실만으로도 가치 있는 존재임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무조건 상대에게 수용되는 경험은 기적과도 같다.
캐롤라인은 오랜 알코올 중독에서 겨우 벗어났지만,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삶이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반려견 루실은 그녀와 항상 함께 있으려 하고 침대 위로 올라오게 할 때마다 기뻐 몸부림치며 날뛰며 꼬리를 휘두른다. 캐롤라인의 얼굴을 핥으며 앞발로 머리채를 헝클어뜨릴 때마다 그녀는 고통이 스스로 물러가는 것을 느끼며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인생의 슬픔마저 흐려지게 만드는 고마운 개를 위하여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미처 생각지 못한 답은 바로 ‘알파가 되어서 개를 통제하는 것’이다. 이 역할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녀는 반려견을 숲에서 종종 목줄을 풀어주곤 했는데 덤불 속으로 사라진 루실이 반쯤 썩은 다람쥐 사체가 있는 곳에서 온몸을 비비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 훈련과 통제의 중요성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개를 키운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어떤 것이 우리에게 공허감을 주고 어떤 것이 충족감을 주는가? 누가 또 무엇이 우리에게 유대감과 위안과 기쁨을 주는가?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관계가 필요하며 얼마나 많은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가? 무엇이 내게 꼭 맞는다고 느껴지며, 충분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인생은 이런 질문을 더듬더듬 헤쳐가는 길이다. 그리고 루실이 비록 그 답까지 주지는 못한다 해도, 녀석은 나를 그런 질문을 향해 조용히 끌고 간다. 그래서 나는 목줄을 잡고 따라간다.’
글쓴이. 김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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