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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

잔소리보다 삶으로

by MPL


인생 한 방을 꿈꿨습니다

20대, 30대 초반.

저는 '인생 한 방'을 꿈꿨습니다.

갑자기 어떤 일이 일어나 나에게도 큰 변화가 생기길 기대했습니다.

복권에 당첨되거나, 대박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운명적인 기회가 찾아오거나.

그런 것들을 진심으로 믿었습니다.

'언젠가 내 인생도 한 방에 바뀌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허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압니다.

'인생 한 방'은 허상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가장 크게 깨닫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인생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극적인 변화는 오지 않습니다.

기적 같은 순간은 없습니다.

대신 작은 선택과 반복이 쌓여서 인생이 만들어집니다.

이 단순한 진리를 조금 더 일찍, 진심으로 깨달았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텐데.

그런 아쉬움이 듭니다.


아들에게 하는 말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있습니다.

아빠로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선택과 반복이야."

"좋은 선택을 하고, 그걸 반복하면 좋은 인생이 돼."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없어. 매일 조금씩 쌓이는 거야."

스스로 좋은 선택을 하고 이를 반복해서 쌓아갈 때 좋은 인생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강조합니다.

제가 뒤늦게 깨달은 것을 아들은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해서입니다.


하지만 들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압니다.

아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저 아빠의 잔소리처럼 느껴질 것이라는 것을.

"또 시작이네."

"아, 알았어. 알았다고."

아마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어렸을 때 아버지의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보여주어야 합니다

입으로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 아니라 삶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아빠가 어떻게 사는지 보여주어야 합니다.

선택과 반복이 무엇인지, 말이 아니라 삶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들에게 이런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빠는 늦잠을 자지 않는구나."

"아빠는 아침에 일어나면 책 읽고 글 쓰는 사람이구나."

"아빠는 명상을 하는 사람이구나."

"아빠는 항상 운동을 하는 사람이구나."

"아빠는 그 힘든 걸 매일 반복하는 사람이구나."

"아빠는 나이가 들어도 조금씩 발전하고 나아지는 사람이구나."

이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말이 아니라 모습으로.

잔소리가 아니라 삶으로.


잔소리에는 힘이 없습니다

잔소리에는 힘이 없습니다.

맞는 말이지만,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어차피 듣기 싫은 말일뿐입니다.

예전에 유퀴즈에 출연한 어린이의 말이 생각납니다.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쁘다."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듣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 분명히 틀린 말이 아닌데, 듣고 있으면 기분 나쁩니다.

기분 나쁜데 어떻게 그걸 행동으로 옮기겠어요?

<출처 : 유퀴즈 /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


"공부해라."

"게임 그만해라."

"일찍 자라."

백 번 말해도 안 됩니다.

하지만 보여주는 것은 다릅니다.

말하지 않아도 보입니다.

강요하지 않아도 전해집니다.


아들이 보고 있습니다

아들은 보고 있습니다.

제가 매일 새벽에 일어나는 것을.

제가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을.

제가 키보드를 두드리며 글을 쓰는 것을.

제가 명상하는 것을.

그 추운 날씨에도 제가 운동복을 입고 나가는 것을.

말없이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쌓이고 있습니다.

아빠의 모습이 아들의 무의식에 새겨지고 있습니다.


보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은 아들의 몫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그저 보여주는 것.

그것을 보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은 아들의 몫입니다.

강요할 수 없습니다.

설득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보여줄 수 있을 뿐입니다.

"아빠는 이렇게 살아."

"인생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야."

말이 아니라 삶으로.


심오한 진리

인생은 한 방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작은 선택과 반복이 쌓여서 만들어집니다.

이 심오한 진리를 아들이 하루빨리 깨달았으면 합니다.

저처럼 40대가 되어서야 깨닫지 않기를 바랍니다.

조금 더 일찍, 20대에, 아니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합니다.

그 바람에서 오늘도 저는 새벽에 일어납니다.


오늘도 반복합니다

오늘도 새벽 4시에 일어났습니다.

이불을 개고, 창문을 열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쳤습니다.

키보드를 두드려 글을 씁니다.

잠시 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조깅을 나갈 겁니다.

제가 생각한 옳은 선택의 행동을 오늘도 반복합니다.


20년 후

20년 후, 아들이 30대가 되었을 때.

이런 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가 매일 새벽에 일어나는 걸 보면서 배웠어요."

그렇게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아들이 알아주든, 모르든.

제가 할 일은 하나입니다.

그저 보여주는 것.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20251124.jpg 20251124 오늘의 날씨 _ 생각보다 춥지는 않은데 초미세먼지가 여전히 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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