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내일이 더 중요합니다
연말이 다가오니 여기저기서 모임과 약속을 잡기 위한 연락이 많이 옵니다.
너무나 반가운 얼굴들.
한 해를 보내는 동안 자주 만나지 못한 사람들.
이런저런 회포를 풀어야 하는 사람들.
함께 고생한 사람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인연을 맺은 분들이 연락을 줍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저를 생각하고 찾아준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제게 연락을 준 많은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대부분 약속이 성사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연락을 준 분들 중 90% 이상은 저녁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 저녁에 시간 어때요?"
"퇴근하고 만나요."
"저녁 먹으면서 이야기해요."
죄송합니다. 저는 저녁 약속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저는 새벽에 일어납니다. 제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과는 아침을 시작하는 시간이 다릅니다.
새벽에 일어나려면 새벽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날 저녁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저녁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시간을 보내면, 그 다음날 새벽이 너무 힘이 듭니다.
새벽을 힘들게 보내면 하루가 불편하고 마음이 찝찝합니다.
저녁이 무너지면,
다음 날 새벽 4시에 일어나기 힘듭니다. 억지로 일어나도 몸이 무겁습니다. 루틴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합니다. 하루 종일 컨디션이 나쁩니다. 마음이 불편합니다,
새벽이 무너지면,
하루가 무너집니다. 일주일이 무너집니다. 한 달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저는 저녁을 지킵니다.
새벽을 지키기 위해.
연말에 좋아하는 분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너무 좋습니다. 또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 스트레스도 풀립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저는 하루를 잘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선택의 문제입니다.
저녁에 만나서 웃고 떠드는 것 vs 내일을 준비하는 것.
둘 다 좋지만, 저는 후자를 선택합니다.
12월은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계획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더더욱 저에게는 새벽이 필요합니다.
올해 어떻게 살았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내년은 어떻게 살 것인지 계획해야 합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시작할지 정해야 합니다. 저는 내년에 올해보다 더 잘 살아내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12월 새벽이 필요합니다. 연말 모임보다, 새벽 시간이 저에게는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안합니다.
"저녁 대신 점심 어떠세요?"
저녁 약속을 점심 식사로 제안하고 변경합니다. 대부분은 흔쾌히 수락해 주십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도저히 약속을 잡기 어려운 분들도 있습니다.
"아, 점심은 회사에서 먹어야 해서..."
"점심은 시간이 안 맞네요."
그러면 어쩔 수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저녁을 지켜야 합니다.
그럴 때는 너무 서운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만나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제 일상을 지키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저만의 약속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저녁에 약속을 잡는 것은 1년 동안 손에 꼽을 일입니다.
1년을 그렇게 보냈는데, 12월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저녁에 웃고 떠들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저는 그것보다는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저녁을 보내고 싶습니다.
같은 이유로 2차도 가지 않습니다.
어쩌다 저녁 약속을 잡게 되어도 전 절대로 2차를 가지 않습니다.
2차를 갈 때쯤이면 보통 밤 10시가 다 되어 갑니다. 이 시간이면 정말 에너지가 고갈됩니다.
휴식을 취해야 내일을 보낼 수 있습니다.
저녁 약속을 잘 잡지 않는다고, 2차를 가지 않는다고 너무 서운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모든 약속을 다 잡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선택해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선택했습니다.
저녁보다는 새벽을 선택하고 모임보다는 루틴을 선택합니다. 술자리보다는 내일을 선택합니다. 회포보다 계획이 중요하고 순간의 즐거움보다는 일상을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이 선택이 저를 만듭니다. 이 선택이 제 인생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저를 이해하는 친구들은 저의 이런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래, 네 스타일 알지."
"점심때 보자."
제 선택을 존중해 줍니다. 제 우선순위를 이해해 줍니다. 그런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어?"
"1년에 한 번인데."
"너무 경직되어 있는 거 아냐?"
괜찮습니다. 모두가 저를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제가 선택한 삶을 살 뿐입니다.
저는 오늘도 저녁 약속을 거절할 것 같습니다.
"죄송하지만, 점심은 어떠세요?"
상대방은 서운해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내일 새벽 4시, 저는 일어나야 합니다.
제 하루를 시작해야 합니다. 제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저에게는 더 중요합니다.
죄송하지만, 이해해 주세요. 저는 그런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