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이런 얘기를 듣곤 합니다.
"좀 더 거시적인 시각으로 봐!"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얘기죠. 그런데 다음과 같은 말은 잘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좀 더 미시적인 시각으로 봐!"
사실 이렇게 말하지는 않고, 디테일을 보라든지, 꼼꼼하게 보라는 얘기는 곧잘 하죠. 하지만 어감이 꼭 같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세계에서는 나무 하나하나를 보는 것 역시 참 중요합니다. 나무 하나하나가 모여서 숲을 이루듯이 제대로 된 코드 한줄 한줄이 모여야 정상동작하는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집니다. 코드 한 줄에 점 하나만 잘못 찍어도 소프트웨어는 동작하지 않습니다. 울창한 나무숲에 썪은 나무 하나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과는 다릅니다.
미시를 디지털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디지탈적 미시는 지금 이 순간 순간의 스냅샷입니다. 우리는 디지털 세계에 살고 있는 듯 하지만,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샘플링한 것에 불과합니다. 디지털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의 본질은 아날로그입니다. SNS의 화려함은 디지털화된 스냅샷에 불과합니다.
디지털은 직선이고 아날로그는 곡선입니다.
자연에는 직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미시의 본질 역시 곡선입니다.
우리의 삶 역시 직선이 아닌 무수한 점으로 이루어진 곡선입니다.
다만 큰 점들 사이의 수많은 작은 점들을 무시해버리면 직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삶을 바라보는 오류는 이런 직선적 사고 - 즉 거시적 사고가 지나칠 때 발생합니다.
때론 크고 직선적인 거시적 관점과 사고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삶의 목표나 마일스톤을 세울 때 그렇습니다.
거시적 사고는 현대인의 특성이라고 합니다.
아직 미개한 원시부족 사회의 경우는 거시적인 사고가 부족하다고 하네요.
수많은 작은 알갱이들이 모여야 덩어리가 되듯이 수많은 미시가 연결되어 거시가 됩니다.
미시는 삶의 하루하루,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순간입니다.
기실 미시와 거시는 상대적 개념이 아닙니다. 거시가 미시가 되고 미시가 거시가 됩니다.
거시적 관점은 가지고 있되,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것 - 오늘 저에게 되뇌이는 한 마디입니다.
남은 일요일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