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리산
안양 수리산 교우촌에 숨어 살던
당신의 아버지 성 최경환 프란치스코
당신의 어머니 복자 이성례 마리아
1839년 기해박해
망나니 칼날 춤추듯 휘날리던 시절
줄줄이 한양 포도청으로 끌려가
지상에 한 평 머물 곳도 허락되지 않아
하늘로 떠나던 그 곡절
그 먼 이국땅에서
무슨 감응이 있었을까
어린 동생들 졸지에 천애고아가 되어
지상을 떠돌던 그날들에
무딘 칼 잘 갈아
단칼에 고통 없이 잘라달라고
동냥한 돈 망나니에게 건넸던 그 어린 손
지상의 인연 모질게 끊고
하늘만 보고 떠난 당신들 앞에서
돌아와 사제가 된 당신은
어떤 문안을 드렸을까
누가 나의 부모이며 형제입니까?
이들이 나의 부모요 형제입니다
그랬으려나 정녕 주님처럼 그랬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