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노래 16

- 수리산

by 차거운


안양 수리산 교우촌에 숨어 살던

당신의 아버지 성 최경환 프란치스코

당신의 어머니 복자 이성례 마리아


1839년 기해박해

망나니 칼날 춤추듯 휘날리던 시절

줄줄이 한양 포도청으로 끌려가


지상에 한 평 머물 곳도 허락되지 않아

하늘로 떠나던 그 곡절


그 먼 이국땅에서

무슨 감응이 있었을까


어린 동생들 졸지에 천애고아가 되어

지상을 떠돌던 그날들에


무딘 칼 잘 갈아

단칼에 고통 없이 잘라달라고

동냥한 돈 망나니에게 건넸던 그 어린 손


지상의 인연 모질게 끊고

하늘만 보고 떠난 당신들 앞에서


돌아와 사제가 된 당신은

어떤 문안을 드렸을까


누가 나의 부모이며 형제입니까?

이들이 나의 부모요 형제입니다

그랬으려나 정녕 주님처럼 그랬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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