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 직장동료와
내 신세에 대해 한탄을 시작했다.
열심히 회사 욕을 하고 내 상황을 말했지만
대화를 나눈 뒤 그 허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느새 하루 일과에 올라탄 나를 발견한다.
많은 직장인들이 처음부터 노예였던 건 아니다.
처음엔 회사의 주인이 되고자 했고
의지와 열정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그러나, 회사가 그렇게 만들었던지
아니면 내가 스스로 그렇게 됐던지
어쨌든 지금은 한 노예로 하루하루를
직장인으로 버텨가고 있다.
그냥 나를 포함해서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노예가 돼 가는 과정은 이렇다.
조금의 디테일은 다르겠지만
큰 범주에서는 벗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1. 나는 회사의 주인이라 교육받았다. 나도 열심히만 하면 이건희 회장, 정주영 회장 같은 사람이 될 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한다.
2.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남의 것도 내가 하고 조금의 회사 손실이 나도 내 일인 것처럼 챙긴다.
3. 일하다 보니 진급시즌이다. 나는 주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평고과를 받았다. 그런데 옆에 그렇게 열심히 일도 안 해 보이는 애가 좋은 고과를 받고 나보다 진급을 먼저 했다.
4. 그래도 소주 먹고 소고기 먹고 위로받고 하다 보니 다시 기분이 풀리고 다시 열심히 일을 한다.
5. 열심히 일하다 보니 내가 받았던 푸대접들은 잊은 지 오래다.
5. 일을 열심히 하는 중 풀어야 하는 과제들이 많은데 팀장이라는 작자들은 일 보다는 주변 정치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6. 그런데 내가 예전에 겪었던 일이 계속 반복된다. 허허실실 웃는 놈은 이상하게 더 잘되고 나는 제 자리인 느낌이 든다.
7.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해 부조리하고 비효율은 개선하자고 팀장에게 건의해 봤지만 나는 이상한 놈 취급받는다. 그리고 주변 놈들은 나에게 일을 하나 둘씩 떠넘기기 시작한다.
8. 정신 차리고 보니 내가 잘 못 살아왔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서는 나도 똑같이 주변사람들처럼 윗사람에게 충성하고 부정한 일에도 눈 감는 그저 그런 노예가 된다.
그렇다…
그렇게 나도 애쓰는 직장인에서
완성형 노예가 됐다.
회사의 주인이라 생각하고 몸을 바쳐
일한다고 해서 절대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러니, 회사 일에 대해 너무 아등바등할 필요 없다.
적어도 겉으로는 아등바등 신경 쓰는 척하더라도
속으로는 절대적으로 나와 분리해야 된다.
지금 내 옆에 앉아 일하는 동료들 대부분이
노예근성이다. 나 또한 노예가 돼야 살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당신은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