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업무 중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A부장님이셨는데, 다짜고짜 자기가 요청한 일을 안 해준다며 화를 냈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게 언제까지 자료를 보내주겠다고 얘기를 하려는 순간 전화가 끊겼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설마 이거 그냥 중간에 본인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린 건가? 맞다. 그렇게 끊어버린 거였다.
요즘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늙은 꼰대가 바로 이런 사람일까?
보통 늙은 꼰대가 되는 사람들의 특징은 한 때 그래도 주요 보직에 있던 사람들이다. 주요 보직에 있다가 잘 나가면 그럴 일 없다.
하지만, 주요 보직에 있다가 내려온 사람들이 문제다.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메타인지가 부족한 채 아직도 매니저인 양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미 한 번 맛본 세상에서 내려오기 싫은 거다. 주변에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이렇게 늙은 꼰대가 돼버리면 주변 사람들은 모두 떠난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아무도 밥을 먹자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술 한잔 하자고 할 때면 모두가 등을 돌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자리를 빠져나간다.
늙은 꼰대 포지션을 유지해서 좋을게 도대체 뭘까?
잃을게 많으면 많았지 얻을 건 없다.
예전에 한 때 임원까지 바라보다 매니저 자리에서 내려와 우리 과차장들과 비슷한 일을 하는 부장님이 계셨는데 이 분은 유연하고 지혜로웠다.
본인이 필요한 게 있으면 먼저 숙이고 가서 부탁하고, 젊은 사람들 소위 비위를 맞출 줄 아셨다. 간혹 가다가 농담도 던질 줄 아시고, 내가 누군데? 내가 어떤 사람인데? 와 같은 힘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러니 아랫사람들은 이 사람을 좋아할 수밖에.
먼저 부장님께 다가가 말이라도 한 번 걸어보고 밥도 먹자고 했다. 그렇게 이 부장님과는 잘 지냈다.
늙은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먼저 아랫사람들을 존중해야 된다. 옛날 내가 매니저 자리에 있을 때 그 아랫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나이 많고 늙어버린 직장인이 꼰대까지 된다면 그 아무런 경쟁력도 없다. 아무리 일을 잘하건 간에. 사실 일을 잘한다는 말 안에는 인성도 포함된다.
점검해보자. 나는 꼰대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