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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생기면 앞만 보고 뛰어라

by 에릭리 Mar 10.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겨울의 끝자락. 아내가 임신했다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1주일 뒤, 회사에서 팀을 옮기라는 소식을 받았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월세로 살고 있는 집에 집주인이 들어오니 이사를 나가라는 소식을 받았다. 


이 모든 게 3주 만에 일어난 일이다. 


기쁘기도 하면서, 팀을 옮긴다고 걱정이 되기도 하고 또 집을 빼서 이사를 가야 하니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 한 세 가지 일이 한꺼번에 들이닥친 것이다. 예고도 없이. 


내 인생에 있어 허들이 생기면 언제나 해결책이 나타나곤 했지만 이번은 달랐다.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았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둘 뿐이었다. 지금은 옮긴 팀에서 적응함과 동시에 이사할 곳을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다. 또 아내에게는 평소보다 조금 더 잘하도록 노력하고 마음을 쓰려고 하고 있다. 아내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런 와중에 이미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했던 선배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그 말이 지워지지 않는다. 



"뒤로 돌아볼 시간은 없다. 앞만 보고 뛰어라."



그 선배는 그냥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그 어떤 조언보다도 깊이 있는 말이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한참을 뛰다가도 잠시 멈춰도 됐다. 왜냐면 멈춰도 영향받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잠시 뒤로 뛰기도 했고 뛰다가 딴짓거리도 했다. 뭐 당연히 영향받는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조금 다르다. 뒤를 잠깐 돌아보는 순간 그만큼의 시간이 아내와 아이에게 못 가게 된다. 즉, 내 가족이 영향을 받게 된다. 잠시 멈출 수도 없다. 내가 잠시 멈추면 아내의 고통이 커지고 또 아이에게도 영향이 갈 수 있다. 그러니, 아빠가 되면 자연스레 뒤로 돌아볼 시간은 없어진다. 


그저 뛰는 거다. 앞만 보고. 





나도 솔로일 때 가족을 만든다는 일에 대해 상상을 해봤지 느껴본 적은 없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미혼인 독자 분들은 이해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하고 나면 알게 될 거다. 앞만 보고 뛰어야 된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현실 때문에 결혼을 하지 말라는 등 역시 혼자 사는 게 최고라는 등 책임질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는다. 아마 이런 말들 때문에 요즘 결혼하는 세대와 출산율이 동시에 떨어졌는지도 모른다. 


근데, 나는 앞만 보고 뛰어야 하는 내 현실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도 우리들을 위해 이렇게 앞만 보고 뛰어오신 분들이다. 그리고 나 또한 다음 세대를 위해 뛰어야 할 주자다. 인생에는 특정 시점마다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다고 보는데 지금 내 시점이 가족을 만들고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뛰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뛰자. 뛰자. 달리자. 앞만 보고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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