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휴가를 내고 나의 부모님과 형제와 함께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나는 중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제주에 가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제주에 가고는 아름다운 풍경과 멋진 공간들에 깜짝 놀랐다. 내가 기억하는 제주는 이병헌이 나오던 드라마 올인의 섭치코지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제는 이효리의 애월을 넘어 제주의 어느 코너를 돌아도 가보고 싶은 장소가 넘치는 섬이 되었다. 오늘은 우리 가족 모두가 백 프로 만족하고 돌아온 제주 여행의 좋은 공간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다시 제주에 가더라도 또다시 방문하고 싶은 부모님과 함께 가기 좋은 제주의 공간 5가지이다.
제주 제주시 한림읍 협재 1길 11
수우동은 엄마의 위시리스트에 있던 제주도의 레스토랑이다. 엄마가 김희애가 나오는 티비 프로그림인 ‘잠적’에서 김희애가 우동을 먹는 모습을 보고 가고 싶다고 하셔서 가게 되었다. 수우동은 어느 테이블에 앉아도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어서 제주 여행의 시작으로 딱 좋은 우동 맛집이다. 우리는 점심도 저녁도 아닌 오후 3시에 방문했는데 웨이팅이 20분 정도 있었다. 하지만 워낙 경치가 좋아서 레스토랑 주변을 걷고 있다 보니 우리 차례가 되어 오히려 좋았다.
수우동은 경치뿐만 아니라 맛도 뛰어나다. 튀김이 얹어서 나오는 시그니쳐 메뉴인 냉우동과 가장 기본적인 온우동 모두 꼬들꼬들한 면에 가쓰오부시가 향긋하게 느껴지는 국물로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 심지어는 튀김 메뉴도 모두 맛있으니 메인 메뉴와 더불어 추가로 튀김까지 다 먹고 오기를 추천한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난드르로 49-17
카페 루씨아는 오빠의 픽한 카페이다. 나의 오빠는 장소를 고르기를 까다롭기로 유명한 사람인데 제주에 올 때마다 다녀왔다고 하니 그만큼 믿고 가볼 만한 카페다. 카페 루씨아는 주인이 처음에 식물원을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정원이 아주 멋진 곳이다. 절벽이 보이는 해변 바로 옆에 코스모스 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잔잔한 꽃들과 잘 자란 나무들이 조화롭게 심어져 있다. 카페 내부는 통 유리창으로 절벽에서부터 멋진 정원의 꽃들을 바라볼 수 있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제주의 경치를 즐길 수도 있다. 산과 바다 모두 볼 수 있는 장관을 원한다면 카페 루시아를 추천한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72번 길 60
루브리카 역시 엄마가 픽한 레스토랑이다. 제주도의 바다와 한라산, 산방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최고의 경치 스폿이다. 제주 조선호텔 옥상에 위치한 루브리카는 조선 호텔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간 후 옥상 테라스를 거쳐 들어갈 수 있다. 점심시간에는 햇빛이 통유리 창 안으로 들어와 레스토랑 안을 화사하게 비치고 창 밖으로는 조선 호텔의 정원과 중문에 있는 오성급 호텔들의 건물 너머 남쪽 제주 바다가 훤히 보이는 위치에 있다. 루부리카 안쪽 테라스에 들어가면 앞쪽으로는 산방산 뒤편으로는 한라산이 보인다.
경험에 비해 가격이 굉장히 저렴하다고 느낄 정도로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제대로 된 유럽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스타터로 나오는 양파 수프는 파리 뒷골목에서 맛 본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고 메인 요리는 한 접시를 더 시켜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만족스러워서 다른 메뉴들도 어떻게 해석해서 요리해 주는지가 궁금해지는 맛이다. 혹시 제주에서 무슨 이탈리아 음식이냐고? 제주 돼지로 만든 커틀렛은 색다른 느낌으로 제주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새콤 달콤한 소스에 육즙이 가득한 제주 돼지 커틀렛은 당신의 제주 여행을 꽤 좋은 기억으로 남기게 해 줄 것이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 해안로 97
어느 좋은 날은 신선한 제주 회를 즐길 수 있는 한국식 오마카세 음식점이다. 매일매일 나오는 메뉴가 계절과 사장님의 선택으로 달라지는 코스로 서빙이 되는 횟집이다. 해녀의 집처럼 해변가 도로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음식점이고 풍경이 좋아 일몰 시간에 맞춰가도 좋다.
어느 멋진 날은 다양한 종류의 숙성 회로 시작해서 초밥, 생선 구이, 지리탕과 밥으로 마무리된다. 회도 탱글탱글하고 신선하고 모든 음식이 깔끔하고 맛있었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지리탕이다. 다른 음식점에서는 맛볼 수 없는 어느 멋진 날의 지리탕은 다금바리를 끓인 뼛국이었는데 놀랍게도 소고기 설렁탕과 맛이 똑같다. 이틀 동안 살점 없이 생선 뼈로만 깊게 고와서 만든 국이라고 설명해 주셨는데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듯한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초장이 없다. 초장 없이 회의 신선함을 느끼라는 사장님의 재료에 대한 자신감이 돋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는 고기는 밥과 회는 초장과 먹어야 하는 입맛이라 좋은 음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 항구로 60 돈지 식당
돈지 식당은 부모님, 친구 그리고 그 누구와 함께 가더라도 한 상 푸짐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해산물 음식점이다. 바다가 있는 지역에 놀러 가면 꼭 가야 하는 당신이 상상하는 딱 전형적인 상차림 형식으로 음식이 나온다. 메뉴는 계절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는 가을 방어 회와 갈치조림을 먹었다. 식당의 내공이 느껴지는 비린 맛없이 깔끔한 갈치조림과 조화로운 밑반찬들로 재철 해산물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회덮밥부터 시작해서 밑반찬이 풍성하게 나와서 한 상을 푸짐하게 잘 대접받는 기분이 드는 식당이다. 우리가 저녁이 아닌 점심에 가서 더 많이 먹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식당은 마라도에 가는 배 선착장과 가까워서 마라도를 한 바퀴 걷고 돌아와서 푸짐하게 먹으며 피로를 풀면 딱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