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Record Swede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코드 스웨덴 Feb 01. 2018

재활용이 만든 힙스터

소 데르 말름에는 어떤 빈티지샵들이 있을까?

Waste isn't waste until we waste it

스톡홀름은 '지속가능성의 수도'라고도 불린다. 스웨덴에서 '재활용'은 생활에 밀접한 분리수거부터 시작해서 재생 에너지까지 다양한 주제들이 많이 있다. 간단히 재활용에 관한 통계를 소개해 보자면, 스웨덴의 가정용 쓰레기의 재활용률은 무려 99%이다. 심지어 그중 50%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며,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쓰레기를 수입하기도 한다. 한국에 있을 때 나는 재활용은 그저 버릴 때만 와 닿는 주제였는데, 스웨덴에 오고 나니 살 때에도 재활용된 물건 혹은 재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이 사용했던 물건인데 새것보다 퀄리티가 떨어질 것 같은데, 왜 스웨덴 사람들은 재활용 그리고 재활용 상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오늘은 여러 가지 재활용 주제 중에서도 스웨덴의 의류 재활용에 대해서 알아보고 스웨덴의 빈티지샵들을 소개해보고 싶다.


(출처: Simon Paulin, Faramarz Gosheh/imagebank.sweden.se)


환경에 대한 책임 의식은 우리가 재활용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줄 만한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을까? 의류 재활용의 필요성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섬유 폐기물의 처리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초래한다고 한다. 산업군 중 환경을 오염시키는 두 번째 산업이 바로 섬유 산업이다. 1킬로의 면화 생산을 위해 20,000 리터의 물이 사용되며, 매년 210억 톤의 섬유 쓰레기가 생성된다. 10%의 탄소배출 그리고 17-20%의 수질오염이 섬유산업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아 환경을 위해 옷을 재활용을 해야겠다'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적어도 나는 온전히 환경을 위해서 재활용된 옷을 사고 싶을 만큼 '재활용'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인간의 욕심은 끊임없고 꾸미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은 환경에 대한 걱정을 가볍게 넘길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재활용이 어떻게 '힙'한문화가 될 수 있었을까?



빈티지에 트렌드를 반영하다

나는 재활용 상품이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빈티지가 힙 한문화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동묘 광장시장 익선동 등 서울의 곳곳으로 '힙한' 구제 상품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빈티지 시장에 대한 수요가 일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제 막 핫해지는 추세라면, 스웨덴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빈티지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빈티지샵들이 번영하고 있다. 심지어는 체인으로 운영되는 중고상품 가게들도 있을 만큼 스웨덴에서는 중고시장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내가 처음 빈티지 샵을 보고 느낀 세 가지가 있다면 첫째로는 물량이 많고, 둘째로는 관리가 잘되어 있고, 마지막으로는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있다.


재활용 상품을 old-fashion으로만 볼 순 없다. 빈티지 시장 역시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있다. 찾아보면서 재미있었던 점은 요즘에는 빈티지 시장에서도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시장 동향을 트랙킹을 하고 이를 이용해 트렌드 품질 관리를 한다고 한다. 트렌드에서 벗어난 아이템들은 그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업사이클링될 수 있다. 스웨덴과 영국에서 유명한 빈티지 브랜드 'Beyond Retro'에서는 헌 옷 1000개에서 1개의 아이템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옷들은 유행을 반영해서 리폼되어 새로운 옷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빈티지라고 하면 마냥 옷을 받아서 되파는 간단한 원리인 줄만 알았는데 사실 그 속에 센스 있는 사람들의 손길이 숨어있는 흥미로운 곳인 것 같다. 아무래도 의류 재활용의 핵심이 바로 사람들 매력 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트렌드를 반영하는 힘이 아닐까?


(출처: www.beyondretro.com )


지속 가능한 윈윈 사업

H&M이 스웨덴에 주는 영향은 엄청나다. 2013년 스웨덴의 대표기업인 H&M은 의류 수거사업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에서 벗어난 옷들을 H&M에 기부하고 쇼핑 바우처를 받았다. 2013년부터 40,000 톤에 달하는 옷들을 기부받았고 이 원료들은 1억 8천만 개의 페트병과 함께 새로운 폴리에스터로 재활용되었고 1억 9 천 개의 새로운 옷들로 재생산되었다. 고객은 바우처를, 기업은 마케팅을, 환경은 보호되는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업이 된 것이다.


더불어 H&M은 브랜드 내에 환경 보호 라인인 Conscious 콜랙션을 만들었다. 이 컬렉션은 모두 유기농 혹은 재활용된 원료를 사용해 만들어졌고 '지속가능성' '환경보호'를 지지하는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이 옷들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한편에선 H&M이야말로 빨리 소비되고 버려지는 패스트 패션, 환경오염의 주범이 아니냐 라는 비판도 많지만, 그래도 환경에 대한 윤리 의식을 가지고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끈임 없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스웨덴 사람들은 이런 H&M의 사업에 무관심하지 않고 모두들 흥미롭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내가 스웨덴에 대한 주제을 가지고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스웨덴 친구들은 여러 번 H&M의 재활용 사업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어깨를 들썩거리며 일러주었다.


(출처: Reuters/Shannon Stapleton)




소 데르 말름에는 어떤 빈티지샵들이 있을까?


사람들이 재활용 상품을 매력 있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스톡홀름에 힙한 빈티지샵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스톡홀름의 남쪽에 있는 소 데르 말름이라는 섬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이다. 서울로 말하자면 홍대 가로수길 같은 힙스터들이 다닐 것만 같은 핫플레이스다. 골목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개성 있는 가게들이 많은 지역이어서 서성거리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소 데르 말름에는 특히 멋진 빈티지샵을 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SIV&ÅKE

Sankt Paulsgatan 20, 118 48 Stockholm


구제 리바이스 청바지를 수북이 쌓아놓고 팔고 있었다. 밖에 서 있는 매대에 참 괜찮은 티셔츠가 199크로나(3만원 정도)에서 50프로 세일하고 있었는데 사이즈가 너무 큰 것 같아서 사지 않았는데 후회하고 있다.



-herr judit

Hornsgatan 65, 118 49 Stockholm


내가 남자였다면 여기서 옷을 사고 싶지 않았을까? 셔츠부터 코트까지 캐주얼보다는 클래식한 옷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멋있는 할아버지들이 옷을 보고 계셔서 더 멋진 느낌이 들었다. 가격은 니트가 299kr 였고 넥타이 3개에 300kr 였다.



-Judits 

Hornsgatan 75, 118 49 Stockholm

옷뿐만 아니라 잡화도 종류별로 많은 빈티지샵이다. 빈티지샵이지만 정말 새것 같은 퀄리티 높은 상품들로 진열되어있다. 브랜드는 아크네 같이 가격대가 조금 있는 백화점 브랜드 상품들로 이루어져 있고, 가격은 니트가 699크로나, 가죽장갑이 299크로나 정도이다. 3년 전에 이 곳에서 작은 가죽 가방을 299크로나 정도에 샀었는데 아직도 잘 들고 다닌다.



-Beyond Retro

Brännkyrkagatan 82, 118 23 Stockholm



딱 내 나이 때가 가기 좋은 캐주얼한 빈티지샵이다. 맨투맨 가격은 299kr 정도이고 나는 이번에 체크무늬 셔츠를 399kr에 샀다. 원래는 투박한 셔츠였을 것 같은데 크롭으로 리폼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 종류로 이렇게 다양한 옷들을 모아놨는지 에디터들의 내공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곳이다. 중고인데도 불구하고 스타일별로 색상별로 잘 정돈되어있다. 



-Uppåt Väggarna

Rosenlundsgatan 1, 118 53 Stockholm



옷보다는 잡화 위주의 빈티지샵이다. 작은 스웨덴 문화 박물관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스웨덴스러운 생활용품이 많이 있었다. 들어가서 구경하지만 해도 보는 재미가 가득한 것이 빈티지샵의 매력인 것 같다. 귀여운 치즈 커터가 있어서 사고 싶었지만.. 이미 몇 주 전 투박하고 튼튼한 치즈 슬라이스를 장만했기 때문에.. 아쉬움을 머금고 나왔다.





참고로 더해서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 재미있었던 빈티지 샵을 하나 소개해 보자면, 나는 익선동에 있는 빈티지샵 '빈티지 보니'가 재미있었다. 아기자기한 물건도 많고 내 대학 동기 미령이가 좋아할 것만 같은 귀여운 원피스도 많이 있다. 맞은편에 있는 식물 카페도 한국스러운 기와와 자개 가구들로 인테리어 되어 있어서 친구들과 수다 떨기 참 좋은 곳이었다.  



+  스웨덴 벼룩시장을 소개한 '스웨덴에서 중고상품 구매하기' 편도 있습니다.

https://brunch.co.kr/@hyunjinnam/2






매거진의 이전글 스웨덴 화장실은 왜 성별이 없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