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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코드 스웨덴 Mar 31. 2018

CSN: 스웨덴의 청년수당

청년에게도 복지가 필요할까?


청년에게도 복지가 필요할까?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약자에게만 복지라는 단어가 붙는 것 같다. 장애인복지 노인복지 아동복지에 익숙한 나에게 '청년 복지'는 사실 조금 사치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스웨덴에 오고 나니 청년 복지는 모두에게 주어질 수 있는 당연한 권리였다. 무엇보다도 청년을 위한 복지가 선별이 아닌 보편적으로 주어진다. 청년 복지로 인해 스웨덴 청년들은 어떤 환경을 가지고 태어났는가가 아니라 본인의 뜻대로 살 수 있도록 교육받을 수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부럽게 느껴졌다.


<술집·모텔·노래방으로 새는 ‘서울시 청년수당’>
취준생에 최대 300만 원 지급 사용범위 너무 넓어 악용 속출 ‘상품권 깡’으로 현금화도 가능. 서울시 “일부 제외 큰 문제없어” (출처:https://goo.gl/9oJzU5 )

<청년수당 2,000명 ↑ 커지는 포퓰리즘 논란>
월 50만 원 ‘청년수당’ 올해 지원대상자가 7,000명으로 확정됐다. 지난해보다 대상자가 2,000명 늘어난 숫자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년수당 규모가 더 커지면서 포퓰리즘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 출처 : https://goo.gl/iqvvrx )


우리나라의 혹은 서울시의 청년 수당에 찬성하고 싶은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은 청년들에게 많은 복지 혜택이 오는 반면에는 직장인들은 어마 어마한 세금을 내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스웨덴의 담세율은 국내총생산 대비 47%를 넘고 부가가치 세율은 25%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러니 스웨덴에서 좋으니 우리나라도 적용해야 한다고 단순하게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스웨덴에 오기 전과 후 나는 청년수당에 대해서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아무래도 스웨덴에서 청년들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며 부러웠던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학 무상교육

스웨덴에서는 교육이 모두 무상교육이다.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대학까지 모든 교육은 무료로 제공된다. 사실 2011년까지만 해도 외국인에게도 모든 교육이 무료로 제공되었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외국인에게는 등록금을 받고 있어서 나는 학비를 내면서 학교를 다녀야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무상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다. 



기여금 + 대출 + 저금리

CSN(centrala studiestödsnämnden)로 정부에서 지급하는 학생 수당이다. 스웨덴에서는 스웨덴 시민과 더불어 영주권자까지 정규 교육을 받고 있다면 누구든지 정부에서 매달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2018년 학생 수당을 보자면 해외에서 공부하지 않는 것을 가정하면 한 주에 기여금 723 SEK(93990원)과 대출금 1820 SEK(236600원)로 한 달에 약 130만 원의 청년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수당은 학교를 다니는 기간에만 제공되기 때문에 학교를 가지 않는 여름방학에는 나오지 않는다. 즉 2543 SEK * 17주 * 2학기로 일 년에 약 112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외국에서 공부한다거나, 부양해야 하는 자녀가 있다면 추가적으로 더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출처: https://goo.gl/QFJsLD)


2016년 기준 학생 대출의 금리는 0.6%이다. 대출금리는 최근 3년간의 학생 수당이 재정되는 현황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이자율이 굉장히 낮다 보니 학생 대출은 대출보다도 부분 적립방식의 사회보험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즉 대출금을 상환받을 때에도 기금을 적립해간다는 측면에서 기금의 유입과 유출 수준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재정하는 것이다. 본인 명의로 대출을 받고 직접 상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임성이 명확하지만, 실직적으로는 사회보험을 제공받고 세금으로 후세대에게 돌려주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대출의 상환은 학업이 종료된 지 6개월 이후부터 최대 25년까지 가능하다. 만 60세가 되기 전에 모든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며 일 년 최소 상환금은 6645 SEK(86만 원)이다. 스웨덴 인구가 1000만 명인데 그중 150만 명이 학생 대출을 상환하고 있으며 총 학생 대출금의 합계는 211 billion SEK (27조 원)이다.


사실 학생 수당은 기여금 + 대출금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기여금만 받아도 된다. 하지만 방학에는 수당이 나오지 않기도 하고, 저렴한 이자 때문에 대부분의 스웨덴 학생들은 저렴한 당장에 돈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우선 대출을 받아놓고 저축해놓고 이후에 갚는 것을 선택하는 것 같다. 석사 학생인 내 주변 친구들을 보면 학업과 일을 병행하면서 학생 대출을 받고 집을 살 때 보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참고로 말하자면 스웨덴은 공급이 적고 과열된 특이한 부동산 시장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나라만큼은 아니지만 스웨덴 친구들도 항상 집에 대한 걱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학생 때부터 학생 대출을 받아놓고 사회초년생이 되면 대출을 받아서 큰 빛을 머금더라도 우선 젊을 때 집을 장만해 놓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년수당이 술집 모텔 노래방으로 센다는 지적이 있는 것과 달리 스웨덴에서는 학생 수당으로 술을 마시든 집을 사든 그 용도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다.






경제적으로 부담 없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더 많은 긍정적인 부수효과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스웨덴 청년들이 부러웠던 두 가지 경험들을 말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는 자신의 진로를 충분히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스웨덴 청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 년 정도는 진로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그동안은 아르바이트 같은 작은 일들을 하면서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할지 혹은 어떤 직장을 가질지 생각해본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 공부를 시작한 이후에도 자신의 전공이 적성과 맞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학교를 그만두고 새로운 전공으로 다시 대학을 다니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편입은 더 랭킹이 높은 대학으로 가기 위한 수단이라면, 스웨덴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면 오히려 랭킹이 낮은 대학으로 편입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새로운 진로를 찾기 위한 기회비용이 우리나라보다 작기 때문에 스웨덴 친구들은 자신의 적성을 찾는 도전을 많이 할 수 있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서 학사를 할 때 사회복지가 본 전공이고 통계가 복수 전공이었는데 두 가지 다른 전공을 복수로 하는 것이 드물고 조금은 장벽이 있는 어려운 길이었다. 그런데 스웨덴 친구들을 보면 다들 최종 전공을 선택하기까지 우여곡절들이 있었다. 문학 학사와 통계학 학사를 모두 가진 친구도 있고, 범죄 심리학을 공부하다 경영으로 오히려 랭킹이 낮은 대학으로 편입한 친구도 있고, 게임학을 전공하다 정보학으로 대학을 다시 다닌 친구도 있다. 한 가지 이상의 전공 여러 대학을 다녀본 사람들을 스웨덴에서는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둘째로는 하고 싶은 공부를 누구나 할 수 있다. 석사를 함께 공부하는 반 친구들 중에는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있다. 처음에 친구들이 아이가 있다고 말했을 때 사실 나는 '애는 누가 키우고 돈은 누가 벌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마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은 외국인인 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스웨덴에서는 무상 교육과 학생 보조금 덕분에 누구나 경제적인 부담 없이 공부를 할 수 있다. 물론 이 친구들도 육아 때문에 힘들어 하지만 적어도 학비 생활비 걱정 없이 아이를 기르는 동시에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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