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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사순 Apr 20. 2024

룽자에게

나의 작은 아기고양이

나의 작은 아기고양이야.

비가 억수로 쏟아져 내리는 밤에 너를 처음 만났지.

어쩔 줄 몰라 어느 차밑에서 나와 울던 너를

먹이고 재우다 보니

그 인연이 또 나를 할미로 만들어주는구나.


어디서 배운 지 모르는 연애질로 덜컥 임신을 해서

그 어렵다는 군청 길고양이 중성화를 5번째로 신청했는데

이미 너의 배가 불러와서 할 수가 없었어.


이미 우리 집에는 돌보는 가족들이 많고

갑자기 회사에서 내보내야 하게 되어 알아봤지만,

보호해 주기로 한 집에 사정이 생겼다 해서

너를 받아줄 수 없나 봐.

이제 자꾸 애기낳을 자리를 찾는 너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붙임성이 매력인 개냥이 너.

기치료중

꽃이 지고 더운 여름이 오고 있단다.

깔끔하게 씻겨두면 반나절만에 흙검댕이 되어

달려오는 너

요즘은 몸이 무거워 자꾸 드러눕는구나.

회사숙소 베란다 세탁기 위 너의 전망대

회사일로 속상한 와중에

너까지 내보내야 하게 되어서

엎치고 덮치고  한꺼번에 들이닥친다고

너도 보내고 나도 갈 거야 ㅋㅋ


왠지 힘들고 외로울 때 와서 서로 의지하고

보살펴주고 붙어 다녔는데

같이 떠나야 하는 타이밍이

오는 것 같다.


그래 어떻게든 살아질 거야.

재미있게 살아보자.

월요일엔 우리 집으로 일단 오자.


나의 누리끼리한 지멋대로인 아기고양이

이젠 엄마고양이 룽자여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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