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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의 주무대였던 베네치아를 향하다

-  7박 8일 서유럽여행 (09/25)

7 JUL2008


이상한 병이 생겼나 보다. 피렌체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거기에 골목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닐만한 자동차들이 즐비하니, 카사노바의 도시, 베네치아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이탈리아 도시는 가는 곳마다 나의 발길을 붙잡으려 하는가?


피렌체 시민은 시민과 문화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소형차 천국'을 만들었다.

빠스꽐리부터 시작해서 벤츠에서 생산하는 스마트까지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여러 자동차가 골목이면 골목마다 길이면 길마다 즐비했다.  아래 사진은 피렌체 골목에서 만난 소형차들의 모습이다. 생각나는 김에 찍었던 사진을 모아보니 그 종류와 숫자가 여럿이다. 도시의 캐치프레이즈는 아닐지라도 환경과 정신이 소형차를 이끌어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렌체에서 베네치아로 향하는 발길을 재촉하는 신호가 있었다. 오후 4시. 밤이 되기 전에 베네치아에 도착해야 한다는 목표 때문에 북동쪽으로 향하는 버스는 분주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버스에 올라탄 나는 지워지지 않는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 주변의 풍광에 잠깐의 낮잠마저 쉽게 이룰 수 없었다. 헤어진 사랑과의 아픔처럼,    

이탈리아 북부의 풍광은 중부의 그것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베네치아로 향하는 창가의 모습은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풍경화를 그려놓은 작가들의 작품이 차창 밖으로 걸려 있는 듯.  이리저리 흔들리는 차 안이지만 카메라의 뷰 파인더를 통해서 하나라도 잡아내려는 심정에 3시간의 이동시간 내내 수백 컷의 사진을 찍게 하였다.


때로는 중세 기사가 나올 것도 같다가, 때로는 로맨스가 펼쳐질 것 같기도 하다가, 호빗족들이 창궐할 것 같은 성곽을 보았다가 하면서 종국에는 이탈리아제 석양까지 선사한 여행이었다.  아래 사진의 왼편 아래에서 두 번째 사진은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판매되고 있는 샌드위치이다. 우리네 피자 두 판을 엎어놓은 듯한 거대한 것이라서 한 컷 올려놓았다. 과장이 아니다.

베네치아 외곽에 도착한 것은 저녁 7시. 일행들의 상태들이 영~ 좋지 않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로마에서 출발한 것이 오전 7시. 그리고 지금은 12시간 동안 길거리를 헤맨 시간. 잠깐의 피렌체 관광은 아쉬움과 피로를 양산시켰고, 누구라도 수틀리는 언사가 있으면 공격이라도 불사할 것 같은 분위기로 호텔에 도착했다.  


혹시 여행 일정 중에 베치찌아에서 아래의 호텔이 예약되었다면 심각하게 반대하심이...


아뿔싸. 호텔의 서비스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절차 밟는데 한 시간을 잡아먹고, 숙소로 올라가는 복도는 붉은빛이 가득해 분위기가 묘했고, 엉성한 저녁식사는 돌이킬 수 없는 불쾌감으로 잠자리까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과 서비스가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베네치아 호텔비는 낮게 책정이 되었을  거야."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깨끗한 청결상태.

혹간 이 글을 읽으셨던 분 중에서는 아직도 7박 8일이 다 안 지나갔어? 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시간과 지면이 할애되면 10회 아니라 시오노 나나미만큼 써 내려갈 용의도 있건만... 내 최소한의 표현이라는 점으로 이해를 해주셨으면 한다. 사실 이 이하로 쓸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럽여행 7박 8일 중 나흘째! 베네치아에서 새 아침이 시작되었다.


베네치아의 얘기는 훈족과의 갈등부터 시작된다. 베네치아는 원래 습지대였는데, 6세기경 훈족의 습격을 피해 온 이탈리아 본토 사람들이 간척을 시작, 도시를 건설하였다고 한다. 흙을 부어서 간척한 것이 아니라 긴 나무를 갯벌에 촘촘히 박고 그 위에 건물을 지은 것이다. 베네치아 역사의 시작은 이렇게 고단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현재의 베네치아는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도시가 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베네치아의 여행은 이러한 의문점을 해결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배를 타고 도시를 건설한 사람들, 아드리아해에서 그리스의 문명은 큰 호흡으로 받아들이고 물을 땅처럼 살았던 베네치아 사람들은 해외 원정기지뿐만 아니라,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로 번영하였다.


베네치아는 지중해 동부로부터 유럽으로 운반되는 상품의 집산지였을 뿐만 아니라, 중세의 전란으로 사라진 예술과 공예품이 이곳의 공방에서 소생되고 있다는 점 또한 베네치아가 빛나는 부분이다. 베네치아의 유리, 양복감, 비단 제품, 금, 철, 청동 등의 가공기술은 실로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베네치아를 방문하면 유리공방을 꼭 찾아가는 이유가 여기 있다.


베네치아(Venezia) 이탈리아 말이다. 영어로는 베니스(Venice), 독일어로는 베네디히(Venedig)라 한다. 베네토어가 있단다. 베네토어로는 베네찌아(Venexia)라고 한다. 스펠링이 다르다.


베네치아는 베니스가 아니다, 롬이 아니라 로마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베네치아는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주의 주도이다.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의 수도였었다. 베네치아만 안쪽의 석호 위에 흩어져 있는 118개의 섬이 약 400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다. 인구는 약 27만 명인데, 이 중 약 17만 명이 육지에 살고 있으며, 3만 명은 석호에, 7만 명은 구시가(Centro storico)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날개 달린 사자의 베네치아 문장은 특이하다. 이 문장은 싼 마르꼬 성당(Bacilica San Marco)과 연관이 깊다. 싼 마르꼬 성당은 예수 12 사도이며 신약성경 마가복음에 나오는 마가(=마르꼬. Marco)가 묻혀 있는 성당이다. 싼 마르꼬 유해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라에 있었는데, 바다를 잘 다스린 베네치아 인들이 훔쳐온 것이란다. 그런데 12 사도 중 마르꼬의 모습은 항상 사자 옆에서 집필하는 모습으로 그려졌었다고 한다. 그래서 "싼 마르꼬 = 사자 = 알렉산드라의 탈출 = 날개"의 등식에 따라 베네치아의 문장에 날개 달린 사자의 모습이 제정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


또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에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리고 희대의 호색한 "카사노바"가 태어나고 활약한 도시이기도 하다.


흥미진진한 베네치아 얘기는 화려한 사진과 함께 7박 8일의 유럽여행 속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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