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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결혼한 베네치아, 물과 연애하는 곤돌라

- 7박 8일 서유럽 여행 (12/25)

4 AUG2008


나에게 7박 8일 유럽여행은 참으로 짧으면서도 긴 여행이었다. 여행의 목적으로 그리 오랜 시간을 떠나본 적이 없었고, 유럽 여행 기간에 보고 듣고 느낀 것이 그동안 지식으로만 있던 것을 일깨워 주기도 했던 학습의 기간이었다. 이젠 고무줄처럼 늘어난 유럽 여행기가 언제쯤 끝이 날지 나 자신도 궁금하기 짝이 없다.


'카사노바'가 '카푸치노'를 마셨다는 '플로리안(FLORIAN)' 카페를 찾았다.

[사진설명 : 플로리안 카페(Florian, 1720년~ 현재)의 외관과 내관]


카페 플로리안은 1720년에 개업하여 현재까지 시작 때와 마찬가지로 영업하고 있다고 한다. 300년 가까이 영업을 하는 셈이다. 카페 플로리안은 '싼 마르코 광장'의 한쪽에 있어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아도 눈에 쉽게 들어온다. 그래서인지 플로리안의 주소는 Piazza San Marco 56 Venezia. 싼 마르코 광장 56번지. 외벽은 오랜 풍화로 세월의 녹이 검게 달라붙어 불쾌하기까지 했지만, 성당 방향부터 세척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곧 산뜻한 모습의 외관으로 변신하게 될 듯싶다.


'카사노바' 얘기를 '베네치아'에서 듣고는 그가 우리가 알던 그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수많은 얘깃거리의 소재였던 '카사노바' 얘기는 생략하고, 그가 생전에 다녔다는 카페를 찾았다. 그의 얘기가 이곳 플로리안에서 계속될 수 있는 증거 중의 하나가 벽면을 장식한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이다. 132명. 카사노바가 인종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사랑했던 여인들이 추억 속에 그림으로 남아 있다.

[사진설명 : 카페 플로리안에서 카푸치노를 마셨다. 그리고 17유로라고 적힌 청구서]


'카사노바' 1725년에 태어났으니, 그가 태어나기 5년 전부터 영업을 해왔던 '플로리안'은 그가 놀았던 싼 마르꼬 광장의 한쪽 편에 항상 자리를 잡고 있었을 것이다.


카푸치노 한잔에 8.5유로라. 1유로에 약 1천5백 원하니, 한 잔에 1만 3천 원. 싼 값이 아니다.

[사진설명: 카페 플로리안의 계산대와 주방]


플로리안은 주인의 이름이란다. 원래 이름은 '승리의 베네찌아', 과거 베네찌아가 누렸던 영광을 재현하고픈 심정이 담겨 있었다. 당시부터 지식인들이 모여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예술인들의 영감을 숙성시키는 장소였으리라.


가장 유명한 메뉴는 '핫 초코'라는 사전 정보가 있기는 했지만, '카사노바' 메뉴인 '카푸치노'를 마시고는 흔들리는 배 타는 곳으로 향했다.


흔들리는 '곤돌라'를 타고 멋진 '곤돌리아'와의 데이트를 즐겨보자.

[사진설명 : 곤돌라 타기]


탑승하지 않은 곤돌라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곤돌리아가 올라타면 배는 균형을 잡는다. 바닥에 걸터앉는 것이 아니라, 아기자기한 소파에 앉는 기분으로 곤돌라를 타게 되는 것이다.


스키장에도 '곤돌라'가 있고 베네치아에도 '곤돌라'가 있다. 공통점은 흔들린다는 것. 그러고 보니 곤돌라는 흔들리는 탈 것이다. 이탈리아 남자들의 수려한 외모와 깔끔한 태도는 세계 뭇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데, 그 멋진 이탈리아의 남자를 가까운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곤돌라'이다. 베네치아를 운행하는 모든 '곤돌라'에는 '곤돌리아'라는 직업을 가진 이탈리아 남자들이 있다.


[사진설명; 곤돌라에 타면 다른 곤돌라를 타고 지나치는 관광객과 친구가 된다.]


'곤돌리아'는 곤돌라를 모는 기술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어 그리고 베네치아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지식을 시험치르고, 베네치아의 문화 전도사가 되어서 관광객을 만난다. 곤돌라에서 노래를 듣고 싶으면, 곤돌리아에게 청하면 그들은 아주 멋진 이탈리아 노래를 불러준다. 아마도 대표곡이 "오 솔레미오 (O Sole Mio, 오 나의 태양)"라고 하던가? 요즈음은 값이 올라서 10유로는 주어야 노래가 나온다는 얘기에 주문을 생략했다. 

[사진설명 : 작은 골목을 누비다가 대운하로 나온 곤돌라]


곤돌라는 베네치아에 온 관광객에게는 필수 여행수단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곤돌라에 타면 앞에도 위에도 곤돌라가 줄을 잇는다. 그리고 집집마다 내 걸은 색색의 휘장들이 음침할 것 같은 단색 물길에 활력을 덧칠해 주는 셈이다.


[사진설명 : 곤돌라 여행을 마치고 선착장에 들어설 때 모습]


주인 없이 부두에 묶여 있는 곤돌라 무리는 좋은 사진거리가 된다. 그리고 베네치아에서는 관광객 서로가 모델이 되어서 서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대상이 된다. 서로들 카메라 들이대기를 쉬지 않는 것이 그 이유이다.


베네치아는 결코 이별 없는 바다와 결혼한 도시이다. 이곳에 와 있는 동안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집중도를 높여 기억의 삼매경에 빠져야 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피로가 빨리 엄습해 왔다. 이 시각 현재 7박 8일 유럽여행 중 나흘째 오전. 거의 절반에 가까웠다.


다음은 수상택시를 타고 리알토 다리를 지나간 얘기로 다음 여행기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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