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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의 가면과 모자는 지금도 인기 절정

- 7박 8일 서유럽여행 (13/25)

11 AUG2008

베네치아에 가면 뭇 남자들은 '카사노바'가 되고픈 욕망에 사로잡힌다.

베네치아의 축제 중 가장 유명한 축제는 가면축전인 '카니발레(Canibale)'다. 가면을 쓰는 순간만큼은 다른 사람이 된다. 평민은 귀족이 되고, 용기 없는 이에게는 용기를 주고, 추남과 추녀를 말끔히 날려 버리는 아주 신기한 능력을 발휘한다. 과거 16세기부터 베네치아에는 가면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는데, 신분을 숨기기 위한 목적으로 일 년 내내 사용됐었다고 한다.   

이 평소 가면 쓰기는 16세기 때에 '가면 축제'로 발전해서 무려 6개월 동안이나 가면축전이 이어진 적도 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통치 시절에는 아예 이러한 신분과 빈부와 남녀의 차별이 사라진 가면 축전을 금지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렇게 사라졌던 '가면 축제'가 지난 1979년 베네치아 시민의 노력으로 부활했다고 한다. 요즈음의 '가면축전'은 단 열이틀 동안만 열린다고 한다. 가면을 쓰면 더욱 행복해지고 더욱 즐거워지는가 보다.


[사진설명 : 베네치아의 가장 유명한 관광상품 중 하나인 가면]

베네치아 시민이건 아니면 여행객이건 간에 남성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가면은 '바우타(Bauta)'라고 한다. 바우타 가면은 입이 없는 특징을 가진 흰색의 가면이다. 실제로 '카사노바'는 이 '바우타'를 쓰고 애인을 만나러 가고, 도박장에 가고, 또 다른 여성을 만나곤 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인가? 여행객들에게 이 이야기를 설명하고 하나의 가면을 고르라면 백발백중으로 '바우타'를 선택한다고 한다.

또 하나, '카사노바'가 즐겨 썼던 모자가 있다. 삼각형으로 된 이 모자의 이름은 '트리꼬르노(Tricorno)'이다. 이것을 쓰면 낭만적이고 매력적이고 사랑스럽게 변하나 보다.

[사진설명 : 머리에 쓴 검은색 삼각형 모자가 '트리코르노(Tricorno)'이고 오른쪽 아래의 흰색 마스크가 '바우타(Bauta)']


영화의 한 장면으로 당시 '카사노바'의 연출된 모습이다. 트리코르노를 입고, 바우타를 쓴 카사노바가 이 시대에 나타난다면 얼마나 인기가 있을까? 아무튼 그는 쫓기는 신세가 되고 전설로 당대의 가장 유명인이 되었다.

[사진설명 : 베네치아의 특산품이자 관광상품 유리 공예품]


유리로 못 만드는 것이 없을 정도로, 색감과 예술성이 뛰어나다. 그러나 값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유리공예는 베네치아만의 특산품이 아닌 보편성까지 있어, 여행객들은 눈요기만 잔뜩 하고는 돌아서는 발길을 보이는 것이 일상사가 된 모양이다.


베네치아는 사랑의 도시, '카사노바'에 이어 '바이런'이 나타난다.


방황 시인 바이런이 베네치아에 첫발을 디딘 것은 1816년. 1797년 나폴레옹에게  징벌되고만 베네치아를 보고 이런 시를 썼다. "나는 베네치아에 섰다. 탄식의 다리 위에서"라고, 그 바이런이 음울하고 비통함이 흐르는 시를 썼지만, 지금의 베네치아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이 명랑하고 발랄하다. 오히려 시인 바이런은 유부녀 캐럴라인 램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면서 썼던 연애편지가 떠오를 뿐이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나는 기꺼이 모든 것을 포기할 것입니다. 여기에서도 무덤 너머에서도. 이 일을 누군가 알게 된다 하더라도 나는 개의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의 것이었고, 지금도 당신의 것입니다.  바이런”


[사진설명 : 리얄로 다리와 3.3km의 카날 그란데(Canal Grande, 대운하)]


비발디(Vivaldi)가 베네치아 출생 작곡가라는 것을 모른다면 실례!


대운하를 지나면서 귓가에 비발디의 '사계 (四季, Four Season)'가 귓가를 가녀리게 스친다. 맞다. 이곳 베네치아의 작곡가 중 한 분이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이다. 태어나기를 베네치아에서 태어나 베네치아에서 돌아가셨다. 어려서부터 싼 마르꼬대성당의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아버지로부터 바이올린과 작곡의 기초를 배웠고, 열다섯에 수도사가 되고, 25세에 사제로 서품 되었다.


그가 1723년에 작곡을 완성한 것이 바로 우리가 즐겨 듣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인 것이다. 그 시기는 싼 마르꼬 광장의 '플로리안' 카페가 생겨난 지 4년째 되는 해이고, 베네치아의 명성이 하늘을 찌르는 시기였지 않을까 한다. 물론 '카사노바'도 '비발디'의 '사계'를 분명히 들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무튼, 베치찌아와 리얄또 다리를 연관 지으면 섭섭하듯, 비발디를 제외하면 서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정말로 리얄또 다리에서 비발디의 사계가 연주되었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사진설명 : 바포레또(수상버스)를 타고 지나치는 카날 그란데(Canal Grande)]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물에서는 물 냄새가 안 난다.


베네치아는 물의 도시이다. 바다의 물에 잠겨 있다면 당연 바닷냄새가  나야 하는데, 베네치아를 다녀온 분들은 물 냄새 얘기를 물으면 도통 시원한 답을 내놓지 않는 것을 보고 의심하는 마음을 가져 보았었다. 그러나 바닷물과 반가운 '비(雨)'가 만나 바닷물의 비릿한 냄새를 날려버리고 여행객들에게 환상을 남겨주는지 모른다.


수상 도시 베네치아를 제대로 정화해 주는 것은 '비'. 비가 없다면 운하에 쓰레기를 밀어내고 아름다움을 가꾸어 줄 화장수가 사라지게 되는 셈일까.

[사진설명 : 수상택시를 타고 리얄또 다리를 지나 카날 그란데의 주변 풍광]


베네치아를 향한 미련을 싼 마르꼬 광장 귀퉁이에 있는 '플로리안' 소파 귀퉁이에 남겨두고 7박 8일 여행의 나흘째 오후를 향한다.


'베네치아'를 이은 다음의 여행은 긴 시간 버스를 타고 '밀라노(Milano)'를 밟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걸려 있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The church and Dominican Convent of Santa Maria delle Grazie]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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