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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Oct 08. 2024

카레 한 숟가락으로 인성을 보다

 카레 한 숟가락에 보인 어떤 인간의 심보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년여에 거친 강한 에너지 엔트로피는 영원히 소멸하지 않을 것인가.

우연의 일치라고도 볼 수 있는 일이지만 , 주유소 근처 조그만 가게에서 구입한 행운을 주는 의미의 팔찌를 찬후 이상하게도 면장과의 사이에 폭풍우가 점차 소멸되는 듯했다. 그와 동시에 운세학상 그런 기운이 있었는지 중간 매개 역할을 하던 자의 '말리는 시누이' 기운도 그자가 간 후 새로운 인물로 교체된 후 삶에 오랜만에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그 강한 엔트로피는 내 주위를 맴돌며 새로운 인물을 물색한 듯했다. 이 기운은 사실 이 면사무소에 온 후 잠깐 포착되었다. 뭔가 심상치 않는 눈빛이었다.  


창구에 앉아있던 50대 초반의 여성으로 정식직원이 아니다. 어느 날 혼자 창구에 앉아있기 힘들다며 갑자기 자기와 같은 임시인력 자리 옆으로 옮겼다. 그 둘을 바로 옆으로 앉게 해 주니 그 핵융합의 파급력은 엄청난 것이었다. 다른 직원들은 길어봤자 2년 근무하며 전보하지만 그 두 명의 임시인력은 영원히 본인들이 그만두지 않는 한 농업업무 보조로 죽을 때까지 면사무소에 근무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남들은 하찮게 볼 수도 있는 자리이지만 맡은 업무도 없고 적당히 일하다 시간 때우며 가기에 알바치고는 꽤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면장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힘을 가지고 시골마을 이장들을 다 손아귀에 쥐고 있을 정도였다. 어느 날 면장이 내려와 직원들 어디 갔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 인력 1은 그 말에 분노했다. "우리는 직원이 아닌가" 면장이 찾는 직원은 그들이 아니니 면장은 그리 말할 수 있다. 자격지심인지 자기를 직원으로 보지 않는다며 몇 날 며칠 불만을 토로했다.  


인간이란 참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처음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를 때는 자세히 알 때까지 나의 모든 성격을 오픈하지 말아야 한다. 당시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부면장님을 통해 직원들 간식조달하는 역할을 내가 자처했기에 먹는 것이 엄청난 기쁨이던 자들에게는 거의 환호의 대상이었다. 그러다가 그 조달자 역할을 그만두게 된 건 부면장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서부터였다. 그 당시 부면장은 상당한 부를 소유하고 있어 '수시로 간식 사줄 수 있는 역할'에 최적화된 분이었다. 하지만 먹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그 인력의 욕구는 그칠 줄 모르며 팀장인 나에게 늘 입버릇처럼 " 좀 쏘세요.." 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는 듯했다. 무슨 말만 나오면 "뭐 좀 가져오세요. 뭐 좀 쏘세요." 자기 것은 절대 내놓지 않으면서 남의 것 빼내는데 아주 습관이 된듯해 보였다. 그 인력의 기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사무실에 무슨 간식이 들어오면 우선 자기 것과 자기 집에 갈 것을 빼놓고 나머지를 내놓는 것이다. 모든 것이 그러했다. 정말 그런 비정규 인력이 한 사무실에 너무 오랜 기간 동안 근무하게 되면 그런 폐단이 온다. 업무보조일 뿐이나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 절대 그만둘 생각은 안 하고 오히려 새로오는 9급 신규 직원을 갈구기도 하고 일을 시키기도 하고 은근히 따를 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어떤 직원은 가끔 그 인력들에게 간식을 사다주며 친분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습관에 너무 길들여져있었다.


누가 갑인가, 가장 오래 근무한 자가 갑이 되다


너무 많은 힘을 가지게 된 그들에게는 팀장도 별 하잘것없는 존재이다. 아침에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고 들어가도 사무실에 앉아 미동도 반응도 않는다. 내일은 저들에게 아는 체를 안하리라 하기까지 몇 개월이 걸렸다. 그들에게 매일 뭔가를 쏘고 입을 채워줘야 그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인가. 어느 날부터 사무실에서 여직원들끼리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나도 다이어트 도시락을 싸와서 내 책상에서 먹기도 했지만 다들 모인 자리 쪽으로 안 가기도 뭐해서 가기 시작했더니 또 시작이다. " 집에서 반찬이랑 김치도 좀 가져오세요" 하길래

"집에서 밥을 잘 안 해 먹으니 가져올 것이 없다"라고 했더니 놀란 토끼눈으로 바라보는 눈이 심상치 않다. 얼마 전에도 쏘세요 말에 기분이 나빠져서 인력에게 싸늘한 말을 건네었더니 그것도 인력 마음속에 담아두었는지 알 수 없다. 어제도 사무실에서 밥을 먹으며 인력이 카레를 조금 싸왔다. 카레 속에는 양파와 양배추만 든 것 같았다. 그냥 지나가는 말을 했다. 아니하지 않았어야 했다. 관심을 두지 말았어야 했다.

" 직접 싸셨나 봐요..""그럼 직접 하죠 누가 해요.."그러자 옆에서 "언니 나도 좀 먹어볼래..." 그러자 분위기가 한 숟가락씩 먹어보는 추세다. 나도 반응을 보였다. 그게 화근이다. 그 인력은 숟가락을 가져오더니 마치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잔머리가 돌아가는 듯했다. 여직원 2명에게 미친듯한 손놀림으로 카레를 많이 퍼주는 것이다. 그리고 같인 인력 2에게 " **아 너 이거 먹어"하고 재빨리 들이민다. 그 가운데서 나도 그 카레를 받으려고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 인력 2는 요구하지도 않는 카레를 들이민 것이다.



성인이 벌이는 은밀한 폭력


결국 내가 카레 먹는 걸 원하지 않고 나에게 주기 싫었던 것이다. 재빠른 몸짓으로 그 카레를 3명에게 재빨리 숟가락으로 퍼서 분배를 한 것이다. 순간 모멸감이 들었다. 인력 2는 그냥 "팀장님 드세요 " 하고 내게 밀었다. 그때 내가 기분 나쁜걸 티 내고 숟가락을 놓고 일어서거나 그냥 끝까지 안 먹었어야 하는 후회도 든다. 그 대신 분위기는 좀 안 좋아졌을 것이다. 결국 상황 속에서 판단을 제대로 못해서 내가 먹고 싶어 하지 않는 카레를 모욕감이 든 기분으로 한 숟가락을 떴다. 밋밋한 그 맛은 도저히 삼킬 수 없는 이맛도 저 맛도 아닌 것을 내가 먹는다고 자처해서 당하지 않아도 될 일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난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내가 이 나이에 추접하게 그 카레 한 숟가락으로 그 인력에게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게 그동안 얼마나 나를 우습게 봤을까 하며 내가 말한마디 하면 달랑 주워 받아치는 그 과거 행적이 떠올라 더더욱 소름이 끼쳤다. 게다가 나이 50 초반에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데다가 교회를 다니고 싶다고 운운한 그녀의 과거 행적이 떠올랐다. 저런 심보를 가졌다면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교묘하게 은따를 시켰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 나도 더 이상당할 수 없어서 그녀의 인격에 맞게 대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직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은근한 혐오 역시 폭력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다. 이제 그녀가 어떤 인간이라는 게 확실해졌으니 그에 대항하여 맞춤형 전략을 펴야 한다. 그냥 내가 참으면 되지 하는 식은 더 이상 안된다. 아는 후배는 이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스트레스 받지 말어 원래 성향이 그래 언니하고 안맞을 겨, 그리고 언니가 호락호락하지도 않으니 이것도 저것도 서로 안맞을 거야....돈을 퍽퍽 쓰던가 음식을 막해서 가져오든가 간식을 계속 제공하든가 그렇게 해야 좋아할 언니(인력1)인데....호락호락하게 하지 않으니 좋아할 수가 없지....그냥 거리두기를 해 언니랑 안맞는 사람이야...전쟁하려면 언니도 힘들잖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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