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명령 불복종권!

by 한량돈오

12․3 내란 관련 학술대회에서의 발제문을 소개하면서 ‘군인의 명령 거부권?’에 관한 글을 올렸었다(https://brunch.co.kr/@idonoh/71).


A. 프레시안 기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보낸 최후통첩 시한을 하루 남긴 6일(이하 현지 시간) 현재 양국 합의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언론 보도다. 시한은 한국시간으로 8일 오전 9시다.

(프레시안, 2026. 4. 7.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6040718114757223>, 검색일: 2026. 4. 8.)


이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민간 시설 폭격 위협이 실행되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어 개별 병사들도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소개한다. 트럼프는 이란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후 자정까지 4시간 안에 이란의 “모든 다리가 파괴될 것”이고 “모든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고 불타고 폭발해 다시는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란) 국가 전체가 하룻밤 새 제거될 수 있다”, “그 밤은 내일 밤이 될 수 있다”라고 발언했다.


김효진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전소, 교량 등 이란 민간 시설을 무차별 폭격한다면 전쟁범죄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하면서 군인들의 딜레마를 언급했다. 스테판 뒤자릭 유엔(UN) 사무총장 대변인은 6일 언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특정 민간 기반 시설이 군사적 목표물에 해당하더라도, 그 탓에 민간인의 과도한 부수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국제인도법은 여전히 공격을 금지한다”라고 답하면서, 전쟁범죄 해당 여부는 “법원이 결정할 일”이지만 그러한 공격은 “국제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AP> 통신을 보면 크리스 밴 홀런 미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언급한 목적으로 민간 기반 시설을 겨냥한다면 이는 명백한 전쟁범죄”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군 개별 사령관들과 군인들이 전쟁범죄에 가담할지, 명령에 불복종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군법무관인 마거릿 도노반과 레이첼 밴랜딩햄은 6일 미 안보·법률저널 <저스트 시큐리티>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실행은 “가장 심각한 전쟁범죄”로 “군인들을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뜨린다”라고 우려하며, “병사들은 향후 법적 책임을 질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6일 회견에서 이란 민간 시설 공격 위협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이란인들이 “자유를 얻기 위해 고통을 감수하고자” 폭격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B. 국제인도법과 전쟁법의 강행규범 그리고 군인의 명령 불복종 권리와 의무


1) 그러나, 관습 국제인도법에 따라 ‘구분의 원칙’이 있다. 군사적 목표물과 민간인 또는 민간시설을 구분해야 한다. 공격은 군사적 목표물만 겨냥해야 하고, 민간 시설을 겨냥해서는 안 된다. 무차별적인 공격(indiscriminate attacks)은 금지된다. 무차별적인 공격은 다음의 경우를 말한다. ① 특정한 군사적 목표물에 겨냥되지 않은 공격, ② 특정한 군사적 목표물에 겨냥될 수 없는 전쟁 방법이나 수단을 채용한 공격, ③ 국제인도법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그 결과가 제한될 수 없는 전투의 방법이나 수단을 채용한 공격, 그리고 결과적으로 각각의 경우에 군사적 목표물과 민간인 또는 민간 시설을 구분하지 않고 타격하는 성질을 지닌 공격이다.


2) 두 번째는 비례의 원칙이다. 군사적 목표물을 공격할 때 기대하는 군사적 이익과 야기된 민간 피해 간의 비례성을 유지하여 민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민간인 생명의 우연적 상실, 민간인에 대한 부상, 민간 시설물에 대한 피해 또는 이러한 피해의 결합을 초래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군사적인 이익보다 과도하게 공격하는 것은 금지된다.


3) 마지막으로 군사적 필요성의 원칙인데, 이것은 비례의 원칙에 포함된 원칙이다. 군사적 필요성이 없는 부분에 대한 불필요성의 원칙이기도 하다. 전투 요원에 대하여 과도한 침해나 파괴의 금지다. 과도한 피해(superfluous injury)나 불필요한 고통(unnecessary suffering)을 초래하는 성질을 가진 전쟁 수단과 방법의 사용은 금지된다. 성질상 무차별적인 무기들의 사용은 금지된다.


4) 국제법상 강행규범 위반으로 반인도적 행위와 전쟁범죄 행위는 국가, 지휘관, 그리고 상관의 명령을 이해한 군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 상관의 명령에 대한 복종은 그 자체만으로는 항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최근의 학설과 판례에서 볼 때 일치된 견해다. 그런 점에서 비록 상관의 명령에 따른 일이라 해도 위헌․위법의 ‘전쟁’ 가담 행위 또는 학살 명령 이행 행위 등은 처벌 대상이다. 인간으로서의 평화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군인으로서 위헌․위법 명령의 복종에 따른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불복종은 권리이자 의무다.


D. 국회 국방위 통과 군인복무기본법안의 문제점


지난 3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아래 “군인복무기본법”이라 한다) 개정안이 통과했다. “군인의 헌법 및 법령 준수 의무, 관련 교육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개정안에 위헌․위법한 명령에 대해 따르지 않을 군인의 불복종권은 없었다.


헌법은 국민이 헌법과 법률을 준수할 의무를 명시하지 않는다. 헌법을 제정하고 개정한 국민이 헌법과 헌법에 따라 제정된 법률을 준수할 의무는 당연히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군인이 헌법과 법령을 따를 의무 역시 당연히 전제되었을 뿐 아니라 헌법과 다양한 법률에 따라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기도 하다. 군인의 헌법상 가장 중요한 의무는 평화를 유지하고 침략적 전쟁에 반대하며(제5조 제1항),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제7조 제1항) 국민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다(제5조 제2항).


위헌․위법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권리와 의무는 이미 헌법에 담겨 있다. 이것을 법률에 구체화하여 규정하고자 하는 까닭은 그것이 현실에서 구현되지 않으므로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군의 상명하복 구조에서 상관의 명령을 거부하면 일차적으로 항명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위헌․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 전시 상황에서 매우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불복종권을 우선 인정하는 제도, 명령 거부로 인해 형사처벌이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을 보호장치, 위헌․위법의 명령에 즉시 이의를 제기하여 신속하게 판단받거나 인정받을 수 있는 절차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박정훈 대령 ‘항명’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 대령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상부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명 혐의로 기소됐다. 군사법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고, 이후 특검의 항소 취하로 무죄가 확정됐다. 중요한 것은 ‘괴롭힘 소송’에서 볼 수 있듯이 재판을 통한 무죄 확인이 아니다. 위헌․위법의 명령을 거부한 군인이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까지 인사상 불이익 또는 형사 재판 등 절차의 지연 그리고 불이익을 받을 위험에 놓이는 것이다. 불복종 군인에게 사후 면책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한편, 불이익으로 인한 위헌․위법의 복종을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해당 군인이 최대한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2026년 3월 25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의 논평에 따르면,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과 유용원 의원 등 일부 국민의힘 국방위 소위원들이 ‘지휘 체계 훼손’과 ‘군 기강 해이’를 이유로 위법 명령 거부권 입법에 반대해서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안에 해당 조항이 빠졌다고 한다. 국방부도 위법 명령 거부권 입법에 동의 의사를 밝혔고,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헌법 가치 정착 분과도 이를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의 우선 과제로 권고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명령 거부권의 명문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표명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임에도 벌어진 사달이다.


12․3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에 관여하고 동조했고, 비상계엄 해제를 방해했으며, 내란 범죄자들의 처벌에 소극적이면서 훼방을 놓았던 연장선에 있지 않은지 책임을 물을 일이다. 독재에 군대를 동원하는 반헌법적 범죄를 막기 위한 매우 중요한 제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합리적 토론에 따른 합의를 강조하는 의회민주주의 원칙과 거리가 먼 반헌법적 행태가 아닌지 면밀하게 따질 일이다.


E. 전쟁범죄 반대는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


전쟁범죄는 1907년 헤이그법을 중심으로 한 전쟁법과 1947년 제네바법을 중심으로 한 인도법에 따라 규정할 수 있다. 전쟁법과 인도법 모두 전쟁의 고통과 반인륜적 행위의 처벌과 전시 희생자 보호에 그 핵심이 있다.


독일 나치스의 전쟁범죄를 다룬 뉘른베르크 재판소는 ‘침략 범죄’를 이유로 일부 피고인에게 사형 또는 장기간의 자유형을 선고했다. 뉘른베르크 원칙은 침략 범죄, 인도에 반한 죄와 전쟁범죄를 범한 개인의 형사책임을 추궁하는 일이 국제관습법을 유권적으로 확인한 것이다(오미영, 개인의 국제범죄로서의 침략범죄, 인도법논총, 제26호, 2006, 205쪽). 인도(人道)에 대한 죄는 전쟁 전 또는 전쟁 중에 일반 민간인에 대한 살해, 절멸, 노예적 가혹행위, 추방 기타의 비인도적 행위 또는 범행지의 국내법 위반이 되거나 안 되거나를 불문하고 범죄의 수행으로써 또는 이와 관련하여 행한 정치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이유에 근거한 박해 행위다.


전쟁범죄 관련하여 1996년 국제법위원회에서 만든 초안 제20조(a)는 제네바 협약의 중대한 위반 여덟 가지를 열거하고 있다. 즉 고의적 살인, 고문 또는 비인도적 대우, 신체나 건강에 고의로 커다란 고통이나 심각한 침해를 초래하는 것, 재산의 광범위한 파괴나 수용, 적국의 세력 내에서 전쟁포로나 피보호인을 강제로 노역하게 하는 것, 전쟁포로나 피보호인이 공정하고 정규적인 심판을 받을 권리를 고의적으로 박탈하는 것, 피보호인을 불법적으로 추방하거나 이송·제한하는 것 그리고 인질 행위다.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반대하는 일은 군인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권리이자 의무다. 국가는 이러한 시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해초 활동가에 대한 외교부의 여권 무효 검토는 매우 심각한 반인권적이고 반헌법적이다. 지난 3월 31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구호선단 활동에 참여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여권 무효화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에게 형사처벌까지 언급했다고 한다. 그 사람은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지부 활동가 해초(28·김아현)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10월에도 30개국 출신의 활동가 150여 명과 ‘가자로 향하는 천 개의 매들린 호’를 타고 가자 인근 해상으로 접근하다가 이스라엘에 나포되었다. 그는 이스라엘 수용소에 이틀간 구금됐고 튀르키예로 추방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처럼 중동 지역 전역에서 미사일과 드론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자지구를 방문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한 일”이라며 “정부도 중동 전쟁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관련 법령을 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F. 맺음말


자국의 군대에 의한 전쟁범죄는 해당 국가의 구성원인 시민의 책임이기도 하다. 군인의 불복종권과 함께 시민의 불복종권 그리고 불복종의 의무가 중요한 까닭이다. 미국․이스라엘․러시아 등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 과정에서 민간인 학살에 대해 반대하고 항의하는 것은 인류의 구성원으로서 책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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