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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버트 Sep 05. 2019

워렌 버핏의 'A 리스트', 나만의 'S 리스트'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x <가장 단순한 것의 힘>

축하합니다, 당신은 저에게 최고의 동료였습니다.

화창한 어느 날, 한 남자는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명의 환영을 받으며 빌딩을 나섰다. 과거 비행기 조종사로 활동하다 우연한 기회로 버핏을 보좌하게 된 그는, 오늘 부로 십 여 년 간 이어오던 업무를 마치고 드디어 자신의 고용주이자 인생의 멘토인 워렌 버핏의 마지막 만남과 함께 은퇴할 예정이었다. 간단한 점심을 먹기 위해 근처 레스토랑에 들른 그와 버핏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재미있었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까지. 그렇게 이야기가 흐르고 식사를 다 마칠 때 즈음, 버핏이 그에게 물었다. "그럼 이젠 앞으로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는 버핏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얘기했다.

조종사 생활을 하느라 미처 다녀보지 못한 학교로 다녀보고 싶었다. 비행기를 잘 꾸미던 자신의 동료가 부러워 디자인과 드로잉도 배워보고 싶었다. 이제껏 번 돈을 현명하게 굴리기 위해 금융 쪽도 공부하고 싶었다. 그렇게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30가지도 넘게 나열했다. 잠자코 이를 듣고만 있던 버핏은 얘기가 다 끝나고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제가 당신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고자 합니다."


버핏은 조용히 품 안에서 메모지를 꺼내 반으로 접어 그에게 건넸다그리고 말했다. 

"아까까지 말했던 것들 중에서 5년 이내에 꼭 이루어야 할 중요한 것들을 왼쪽에 적고,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 일들을 오른쪽에 적으세요." 그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더니 왼쪽에는 5가지 정도를, 오른쪽에는 나머지 25개의 일을 적었다. 그가 쪽지를 버핏에게 건네자 마자, 그는 왼쪽 칸 위에는 "A 리스트", 오른쪽 칸 위에는 "B 리스트" 를 적은 뒤 말했다. "명심하세요. 지금부터 A 리스트를 끝내기 전까지는 B 리스트에 눈길 한 번 줘서도 안됩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명확히 집중해야 일을 제대로 끝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드리고 싶은 마지막 선물입니다." 


이 이야기는 미니멀리스트 탁진현 작가가 쓴 <가장 단순한 것의 힘> 에서 언급되었다.

당시에 다양한 업무와 관심사, 그리고 소유욕으로 인해 지친 나에게 이 책에서 말하는 다양한 제언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책에서 나오는 조언을 따라하며 많은 잡생각과 쓸데없는 것을 비워냈다. 인생의 군더더기가 제거된 느낌이 들었고 정신적으로 많이 가벼워졌음을 느끼기도 했다. 실제로 다양한 일에 대한 욕구로 힘들어할 때 즈음에 저 A 리스트 만들기는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나만의 A 리스트를 만들어 꾸준히 실천해왔다. 하지만 머지 않아 깨달았다. 이 A 리스트가 사실은 근본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가 쓴 비즈니스 및 조직문화 분야의 영원한 명저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에서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으로 6가지를 꼽는다.

일의 즐거움 : 단지 어떤 일을 좋아해서 그 일을 하는 것, 즉, 일 자체가 보상인 것

일의 의미 : 그 일 자체가 아닌 어떤 행위를 함으로써 나온 결과가 가치 있는 경우에 일을 하는 것

일의 성장 : 업무에서 오는 이차적 결과가 자신이 믿는 가치와 신념에 상응하는 경우

정서적 압박감 : 실망, 죄의식, 수치심 등의 감정으로 어떤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경우

경제적 압박감 : 단지 보상을 받을 목적이나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는 경우

타성 : 그저 어제도 이 일을 했으니 오늘도 이 일을 하는 경우


당시 내가 작성했던 나만의 'A 리스트' 속에는 5가지 업무가 있었다.

1) 꾸준한 독서
2) 공인중개사 공부하기
3) 운동하기
4) 프로그래밍 공부하기
5) 외국어 배우기 (중국어)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바람직해 보이는 'A 리스트' 처럼 보였지만 오랜 시간동안 이를 따랐음에도 성과는 거의 나타나질 않았다. 저 5가지 업무를 하면서 즐거움, 의미, 그리고 성장보단 정서적 압박감, 경제적 압박감, 그리고 타성을 더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책을 읽었지만 한 권 한 권 '읽어나간다' 는 무미건조한 느낌 뿐이었다. 

부모님의 강력한 권유로 시작한 공인중개사 공부에서 재미는 커녕 성장한다는 느낌조차 찾을 수 없었다.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기보다는 현상유지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억지로 운동을 지속했다.

단순히 프로그래머가 돈을 많이 번다기에 시작한 전공 공부였다.

영어 외에 외국어 하나 정도는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작한 중국어 공부였다.


열심히 했지만 아무것도 이뤄낸 것이 없었던 내 자신에 좌절했다. 나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들을 "왜" 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했다. 리스트를 크게 뜯어고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리스트 뒤의 이유를 바꾸기 위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


독서모임에 참여하며 책을 통해 얻은 통찰을 공유하고 성장하는 경험을 지속했고, 

압박감 그 이상의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공인중개사 공부는 과감하게 포기했으며 

내 몸의 건강을 넘어 도전을 통해 다시 새롭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마라톤을 준비했고

주변개발자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프로그래밍의 중요성과 재미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고

다양한 언어를 단편적으로 배우기 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언어들 간의 유기적인 연결에 관심을 가졌다.


그렇게 '왜' 하는지에 대한 것까지 완벽하게 정리되어서야 비로소 정말 중요한 것만 남은 나만의 리스트가 생겼다. 나는 이 리스트를 A보다 위에 있는 "S 리스트" 라고 부르며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조직이 개인을 바꿀 수 있지만, 개인이 조직을 바꾸려는 이유를 찾지 못하면 조직은 바뀌지 않는다. 압박감이나 타성같은 군더더기를 빼고 총 동기를 높이는 3가지 의미 (즐거움, 의미, 성장)를 키우기 위해 각자만의 S 리스트를 갖고 실천한다면,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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