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도 않는 소리 EP.1: 프로바이오틱스 경쟁 PT
'그 때 내 머릿 속엔 온통 똥 생각 뿐이었다.'
때는
'리더다운 빅 메시지로, 우리의 철학을 드러내는 브랜딩 광고를 만들어주세요' 란 미션을 받은
유산균 리딩브랜드 경쟁 PT 회의에서였다.
약 3일간 진척없는 회의, 흔히 말하는 생각 변비에 걸린데다
우리 팀 모두 '똥의 저주'에 걸린 상태였다.
이 똥의 저주가 무엇인고 하니,
똥의 저주 (명) 유산균, 화장실용품, 소화제 등의 제품 아이데이션 시 발생하는 저주로,
어떤 아이디어를 가져와도 똥을 활용한 아이디어로 귀결되고 마는 상황 혹은 그 제작물을 뜻함.
유산균? 장에 좋잖아. 장에 좋으면? 쾌변이지!
옆자리 사람의 쾌변론을 오백 오십번 정도 듣고 있으니
부아가 차오르면서 문득 되도 않는 소리가 뇌리를 스쳤다.
이 되도 않는 소리는 쾌변론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유산균의 베네핏은 대장 건강과 강력한 인식고리를 지니고 있다.
사람들이 유산균의 베네핏을 제대로 체감하지 않는 것은 그저 쾌변의 영역에만 머물러서인 건 아닐까?
문제는 유산균에 대한 인식 격하가 아니라, 장에 대한 인식 격하이고
'장에 대한 인식을 격상'시킨다면?
그거야말로 리딩 브랜드다운 빅 메시지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방향성은 명확해졌다.
장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팩트를 찾고, 이를 카피로 가공하는 것.
오래 검색할 필요도 없이, 내가 필요한 장에 관한 팩트를 찾을 수 있었다.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의 95%는 장에서 만들어진다.'
되도 않는 소리가 메시지로 재탄생하기 직전이었다.
생각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꼼꼼히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되도 않는 소리: 장하면 똥이어야 하나?
문제 규정: 유산균의 편익이 체감되지 않는 것은 유산균이 아니라 장이 무시당해서이다
(배변에 머무른 장의 중요성)
브랜드의 역할: 유산균에 머물러 있지 말고, 리딩브랜드답게 장의 중요성을 설파하자
기반하는 팩트: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의 95%는 장에서 만들어진다
KEY MESSAGE: 행복하장(腸)
되도않는 소리가 여기까지 정리되면, 그 때부턴 기획과 협의 하에 로직과 크리에이티브를 구성하게 된다.
그렇게 되도 않는 소리로 시작된 '행복하장'은 그 경쟁 PT의 MAIN THEME이 되었다.
비록 결과는 아쉬웠지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고 그 광고주와 추가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되도 않는 소리가 메시지로 재가공된, 즐거운 사례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끝으로, 되도 않는 소리의 리빙 포인트
-반복해서 고정관념에 부딪힐 땐, 일단 고정관념 반대편에서 되도 않는 소리를 떠벌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