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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Feb 26. 2023

수영 - 힘을 빼보세요.

그게 되나요.

힘을 빼보세요.


초보자들이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다. 호흡이 불안하니 몸에 힘이 들어간다. 몸이 굳으면 엉덩이부터 가라앉는다. 물 위로 떠오르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어 호흡은 더욱 어려워진다. 악의 고리다.


상급자 레일은 편하기 그지없다. 자신만의 리듬으로 물 타는 모습을 보자면 돌고래 같기도 날치 같기도 하다. 근력이 없어 못하나 싶다가도 상급반 할머니를 보자면 그것도 아닌 듯하다. 신체조건이야 30살은 어린 내가 좋겠지만 수력이 높은 할머니의 속도는 따라갈 엄두도 안 난다. 팔과 다리를 살랑이며 움직이건만 어찌나 날쌔게 물을 차내며 나가는지 보고 있자면 존경심이 들 지경이다. 샤워실에서는 꼿꼿하게 서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던 할머니는 물속에선 편안한 자세로 50미터를 가뿐히 돌고 쉬는 시간도 없이 턴과 잠영으로 나아간 50M를 되돌아온다.



요령이 없어 힘으로 수영을 했다. 6개월이 넘어가자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힘을 줘야 하는 곳에 짧게 힘을 주고 풀어야 할 때는 힘을 뺀다.

숨을 못 쉴까 봐 목까지 젖혀내던 때와 다르게 숨 쉴 만큼의 작은 면적만 고개를 옆으로 돌려낸다. 힘이 덜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숨은 오래 그리고 깊게 쉰다.

발차기도 마찬가지다. 발끝까지 힘을 주며 물을 튀겨내던 때와는 다르다. 발등으로 지그시 물을 밀어내며 참방참방 찬다. 천장까지 물 튀기며 차던 때보다 힘은 덜 들지만 리듬은 일정하고 속도는 빠르다.





오디션 프로를 보면 심사위원들은 "힘을 빼보세요."라는 말을 한다. 힘을 빼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보다 간절한 신청자들일 것이다. 긴장감에 실력이 묻힐걸 알지만 참가자들 어깨엔 잔뜩 힘이 들어간다.

힘을 뺀다는 건 이처럼 참 어려운 일이다. 엄마의 요리레시피에서 '이만치' 만큼이나 애매하고도 까다롭다.



 Survivor, 출처 Pixabay



긴장감을 빼는 데는 경험만 한 것이 없다. 빠지지 않을 거란 불안감이 옅어지자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진다. 몸은 물 위에 잘 떠오르고 작은 힘으로도 멀리 갈 수 있게 된다. 뭐든 힘들어야 잘하고 있는 거라 여겼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보다. 편해지니 물이 더 쉽다.


시간이 지나야 아는 것들이 있다. 수영도 그렇다.

알고 싶어 안달 부리던 초급 시절에는 아무리 들어도 몰랐던 이론을 어느 순간 깨닫는다. 머리와 몸의 이해속도가 다르기에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해냈을 때 기쁨은 배가 된다.


안되던 것이 되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 몸으로 배우는 건 내게 어색한 일이라 그 순간의 짜릿함이 더 반갑다. 성취감을 느껴본지가 언제이던가. 쳇바퀴 돌듯 아이 밥하고 씻기고 했던 내 인생에 아는 즐거움이 생긴다.




요즘 나는 운동으로 활력을 얻고 있다. 아침부터 에너지를 뺐더니 아이들 혼낼 힘이 없어 너그러운 엄마도 되었다. 듣고도 안 되는 답답함을 몸소 느껴서인지 한번 이야기해서 들을 생각 없는 아이들에게도 후해졌다. '너도 잘하고 싶겠지.' 아이에게 동질감까지 느끼면서 말이다.


수영 시간에 배웠던 것처럼. 내 삶도 힘을 조금 빼고 살아보려 한다. 차분해지고 편안해지면 어쩌면 일이 더 잘 풀릴지도 모르니까.


이 글을 읽는 감사한 독자님도 오늘은 힘을 조금 빼고 살랑여 보시길 권한다. 작은 살랑임에 큰 행운의 바람이 불어오길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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